[제 19회 카이스트 문학상] 시 부분 가작/ 어른 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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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회 카이스트 문학상] 시 부분 가작/ 어른 동굴
  • 카이스트신문
  • 승인 2014.02.2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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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동굴

생명과학과 10 김장근

1. 어른 동굴

쪼갤 것 같이 시린 어둠
그 어둠보다 시린 부동의 까마귀

바라보는 눈은 바깥


카랑한 울음소리, 동굴의 얼음에 부딪혀

여기저기 부딪혀, 부서지네
부서져 다시 얼어버린
동굴의 얼음은 울음

나가지 못하는 바깥

 

까마귀, 처음 밟은 눈은 보드라움 청량한 기분
눈길 닿지 않은 눈
시간과 바람이 굳혀놓은 눈

이제 새파란 날이 선 굳은 얼음

나가기도 들어가기도 어려운 바깥

 

2. 어둠의 휴식

내가 기다린다. 나를 기다리는 그를

 

그를 만나기 위한 단잠

필요한 건 감각의 폐쇄

 

고요를 기다린다. 찾는다. 만든다.

필요한 건 누울 곳

 

누군가에게는 절망의 뜰에서 만나는 곳

그곳이 휴식

 

심연으로 떠나는, 그곳에 있는 나

 

결여된 곳이 주는 빈공간의 에너지

 

3. 낯선 방문자

넘지 못할 걸
포기하고 말거야
다다르려면 넌 피 흘려야 하니까

그만큼 보지도 못한 까마귀를 바라니

 

시작은 호기심, 눈을 아리는 얼음의 어두움

어른거리는 그 어둠
시림을 넘어선 고독의 얼음

 

다가올수록 바깥에서 멀어지는 넌

다시 돌아갈 수 없어

 

Stranger, 왜 흐트러트리나
얼어가는 어른 이 고귀한 동굴을, 동물을

까마귀를 알고 있나?

 

4. 아이의 빛

넘는다
포기할 순 없기에

보았다. 분명한 그것을

 

걸리적거리는 것들이 산란하는 것

나를 향한 외침
그 자그만 조각에서도 들리는

 

갈수록 선명해지는 그 빛의 갈망

하나가 아니라 두 개였던
더욱 강렬해진
다가감

 

5. 동물

얼음의 공포는 온난화
나를 잃을까 두려움
그보다 더 두려운 홀로 남을 까마귀

내 안의 고고한 까막

 

어울리지 않는 온기여

더 이상 오지마

 

산란된 반짝임을 모아내

파편 속 소리도
그를 향해

 

사라지지 않는 고고

고고를 두르는, 둘러서

 

빛나는 줄기의 물

바깥은 여기

 

까마귀는 부동
결코 얼지 않을 그의 존재

 

동굴은 동물
물이 되어 동한다

까마귀가 있는 어디서나, 그 속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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