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지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부드러운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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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부드러운 설득
  • 안은진 기자
  • 승인 2013.12.06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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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스바겐은 스웨덴의 한 공원에서 독특한 실험을 진행했다. 폭스바겐은 길거리에 설치된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통에서 소리가 나도록 개조했다. 한두 명의 사람이 쓰레기를 넣자 사람들은 신기한 소리가 나는 것을 눈치채기 시작했다. 그 후 어른, 아이를 가리지 않고 길가에서 쓰레기를 주워 넣으며 색다른 소리에 즐거워했다. 그 날 하루 개조된 쓰레기통에는 다른 평범한 쓰레기통에 비해 66% 더 많은 쓰레기가 모였다. 재미는 사람들을 자극했고, 사람들의 관심이 쏠려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었다. 이 실험에는 ‘재미 이론’라는 간단한 이론이 적용되었다. 재미 이론은 말 그대로 재미가 사람들을 변화시킨다는 뜻을 지닌다.

  재미 이론은 강요가 아닌 부드러운 설득을 사용하는 넛지(nudge) 효과의 힘을 보여주었다. 넛지는 ‘쿡 찌르다’라는 뜻으로 타인의 행동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뜻한다. 최근 들어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고, 환경보호를 호소하기 위해 넛지 효과를 디자인에 적용한 사례가 눈에 띄고 있다.

 

 

환경보호단체의 넛지 디자인

 

 

  다양한 환경보호단체들은 넛지 디자인을 활용한 환경 보호에 앞장섰다. 국제야생동물기금은 화장지 통에 아프리카 대륙 모양의 구멍을 뚫은 후 초록색 휴지를 채웠다. 사람들이 휴지를 쓸수록 초록색 휴지의 양이 줄어 마치 아마존의 초록 숲이 줄어드는 것 같은 시각 효과를 준다.

  미국 천연자원보호협회에서도 대륙 지도를 이용해 독특한 정수기 디자인을 선보였다. 정수기를 지구본 삼아 세계의 대륙을 그려 넣고, 정수기의 물이 줄어드는 것과 지구의 사용할 수 있는 물이 줄어드는 것을 동일시해 지구의 물 부족 문제를 상기시킨다. 이러한 넛징(nudging)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환경보호를 한 번 더 각인시키는 효과를 일으켰다.

 

 

이유 있는 청정도시, 넛지디자인의 힘

 

 

  하나의 도시가 청결함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구성원 전체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코펜하겐은 유럽에서 가장 깨끗한 도시 6위에 선정되었다. 코펜하겐을 깨끗한 도시로 만들기 위해 시민들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도시가 더러워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도시가 더러 워지는 이유는 사소한 습관 때문이다.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를 처벌한다면 사람들의 행위는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습관까지 뿌리 뽑을 수는 없다. 덴마크의 넛징 네트워크는 그린 풋스텝(Green- footstep)으로 해결책을 제시했다. 넛징 네트워크는 넛지 효과를 연구하는 단체로, 길가의 바닥에 쓰레기통으로 향하는 그린 풋스텝(Green footstep)을 그려놓았다. 녹색 발자국은 눈에 띄지 않았던 쓰레기통의 위치를 부각했고, 시민들은 이 발자국을 좇아 쓰레기통을 찾았다. 길가에 버려졌던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담겼고, 넛지 디자인은 덴마크를 청결하게 만든 일등 공신이 되었다.

  어느 교통수단보다도 친환경적인 수단은 단연 자전거다. 영국에선 색다른 디자인을 통해 자동차를 자전거로 바꾸어나갔다. 영국의 싸이클후프(Cyclehoop)는 자전거 주차와 관련된 시설을 제작하는 회사이다. 싸이클후프에서는 시설물에 넛지 디자인으로 여러 의미를 동시에 담았다. 일차적으로, 시설을 확충해 자전거 사용을 권장한다. 다음으로, 실제 차의크기와 비슷한 카 바이크 포트 (Car bike port) 하나에는 10개의 자전거를 수납할 수 있는데, 이는 자동차 1대를 보관할 공간에 자전거는 10대 보관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즉 환경오염과 공간 차지라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강조한다. 싸이클후프는 본래 자전거 보관 시설을 판매하는 회사지만, 제품에 넛지 디자인을 사용해 효과적으로 환경보호를 홍보한다.

  영국의 디자인 회사 휴투(Hu2)는 우리의 생활에 스며든 넛지 디자인을 선보였다. 우리는 다양한 이벤트, 캠페인, 광고를 통해 매일 환경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느낀다. 하지만 경각심을 느끼는 것은 그때뿐이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본래의 습관을 반복하기 마련이다. 휴투(Hu2)에서 제작한 에코 리마인더 스티커는 일상 속에서 습관을 반복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되새기도록 도와준다. 전등 스위치에 부착하는 스티커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스위치를 끄지 않아 낭비되는 석유, 북극에서 목숨의 위협을 받는 생명과 같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물건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보다도, 꼭 필요한 곳에만 에너지를 사용하고, 불필요한 에너지를 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디자인이다.

 

 

 

시설물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다

 

 

폭스바겐은 쓰레기통 이외에도 계단에 피아노 디자인을 입혀 에스컬레이터의 이용을 줄이는 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이처럼, 넛지 디자인이 사용된 계단은 건강과 환경보호 두 마리의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디자인 업체 문화예감은 폭스바겐보다 앞서 각지의 계단에 피아노를 입혔다. 사람들은 박자에 맞추어 걷기도 하고, 한번 올랐던 계단을 다시 내려오며 즐겁게 계단을 이용한다. 새롭고 아름다운 디자인은 시각을 자극하 고 호기심을 느끼게 해 직접 체험하 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따라서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한편 건강을 강조한 디자인으로 계단을 꾸민 사례도 있다. 계단마다 소모되는 열량을 표시해 체중관리와 환경 보호를 동시에 격려했다.

 

  이미 넛지 디자인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지난 2009년 환경부에서 시행한 넛지 디자인 공모전에는 수백 명의 시민이 참가했다. 그들은 부엌, 화장실을 비롯한 모든 장소에서 에너지를 아끼기 위한 색다른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한편, 제주도의 한 평범한 주부는 쓰레기가 많이 버려지는 구역 을 넛지 디자인으로 깨끗하게 만들었다. 쓰레기봉투에 예쁜 그림을 그려 사람들이 길가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도록 한 것이다. 이렇듯, 자발적으로 넛지 디자인을 사용하는 시민들은 ‘우리’의 모습이다. 넛지 디자인의 힘은 우리에 있다. 한두 명이 시선을 돌려 관심을 보이면 자연스레 많은 이의 시선을 끌게 된다. 짧은 문구, 사소한 시설물 하나를 통해 지구를 초록빛으로 물들이는 넛지 디자인은 큰 힘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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