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표현으로 이뤄낸 김연수의 소설세계

  김연수의 소설집, ‘사월의 미 칠 월의 솔’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김연수는 <꾿빠이, 이상>으로 동서문학상을 받은것을 시작으로 수많은 문학상을 받으며 입지를 탄탄하게 다진 작가다. 이번 소설집은 김연수가 2008년 여름부터 5년 동안 쓴 총 11편의 소설을 엮었다.

  표제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은 주인공의 이야기와 미국에 사는 주 인공의 이모인 팸 이모의 젊은 시절 이야기가 등장한다. 팸 이모는 젊을 적 영화배우였는데 영화를 찍은 뒤 영화감독과 함께 서귀포에 살게 된다. 그들이 함께 살았던 집은 함석지붕 집이었다. 팸 이모가 말하길 함석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사월에는 미 정도였는데, 점점 높아지다 칠월에는 솔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그렇게 석 달간 서로의 품 안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누워있던 날들은 팸 이모에게는 잊지 못할 기억으 로 남아있다. 팸 이모는 행복했던 젊은 시절을 떠올리고, 기억을 되새기며 조카와 함께 사랑과 죽음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서귀포로 장소를 옮겨서 이어지는 이야기 사이사이에는 사랑과 죽음, 삶에 대한 깊은 철학이 드러난다.

  김연수는 “타인의 삶을 쓸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포기하는 데서부터 나는 오히려 시작한다”라고 했다. 그의 이야기의 등장인물은 타인의 삶을 이해한다고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덤덤하게 이해하지 못함을 받아들일 뿐이다. 소설집의 열한 가지 이야기는 ‘타인을 이해하기는 불가능하지만, 함께 걸을 수는 있다’라는 작가의 생각을 잘 드러낸다. 누나가, 이모가, ‘명품시계 정시당’의 노인이 말해주는 그들의 삶은 깊은 여운을 남기고, 우리에게 소소한 위로를 건넨다.

 

  김연수의 표현은 아름답다. 석달 간의 동거를 미에서 솔로 올라간 빗소리로 표현한 부분에서 마음이 촉촉해지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그의 문장은 짧지 않다. 오히려 길다. 하지만 전혀 길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호흡이 단순하다. 김연수는 평범한 언어로 평범한, 혹은 평범하지 않은 일상을 엮어낸다. 우리 주위의 사랑을, 죽음을, 삶을 담아낸 그의 이야기는 따뜻하다. 김연수가 쓴 문장 하나하나를 음미해보라. 또 다른 느낌을 줄 것이다.

  ‘사월의 미, 칠월의 솔’로 김연수 를 만나자. 그의 다른 작품을 찾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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