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대한 연구는 최근 과학계의 가장 큰 화제다. 유럽은 휴먼 브레인 프로젝트(Human Brain Project)라는, 미국은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라는 이름으로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뇌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뇌파도 주된 연구주제 중 하나다. 특히 뇌파를 이용한 뇌 컴퓨터 인터페이스는 뉴욕 타임스에 의해 21세기 8대 신기술로,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테크놀로지 리뷰(MIT Technology Review)에 의해 10대 차세대 기술로 선정될 정도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뇌파 연구의 시작
뇌파는 말 그대로 뇌의 활동으로 일어나는 전기적 파동을 의미한다. 뇌파는 1875년 리차드 카톤(Richard Caton)이 토끼와 원숭이의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신호를 측정하면서 처음 발견되었다. 이후 1890년 아돌프 백(Adolf Beck)에 의해 동물이 빛에 노출되면 뇌파의 주파수가 변화하는 것이 밝혀져 뇌의 활동과 뇌파에 연관성이 있다는 증거를 얻는다. 이어, 1924년 실질적인 뇌파 연구의 아버지로 뽑히는 한스 베르거(Hans Berger)가 인간의 뇌파를 처음 기록하며 뇌파 연구는 학계 중심으로 떠오르게 된다.
 
뉴런의 전기적인 활동이 뇌파로 나타나
뇌파는 뉴런의 전기적인 활동으로 만들어진 신호다. 뇌의 전위는 이온의 분포로 결정된다. 수십억 개의 뉴런에서 일어나는 이온의 움직임이 뇌파로 기록된다. 세포막의 이온 펌프를 통해 일정한 휴지 전위를 유지하던 뉴런은 자극이 전달되면 이온 통로를 연다. 이온 통로가 열리면 이온들의 분포가 바뀌면서 전위에 변화가 생긴다. 이때 일어나는 이온 분포의 변화는 주위에 있는 이온에 전기적인 척력을 가하고, 이러한 움직임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면서 전기 신호가 전파된다. 전기 신호가 두피에 도달하면 부착된 전극의 전위를 바꾸고 그 결과가 뇌파로 기록된다. 하지만 뇌파가 모든 뇌의 활동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공간으로 퍼져 나가는 뇌파의 세기는 거리의 제곱에 비례해 떨어진다. 따라서 대뇌 피질에 위치한 뉴런의 활동만이 뇌파의 주된 성분이 된다. 또한, 뉴런 하나의 변화는 그 세기가 너무 미약해 두피에서 측정할수 없다. 우리가 뇌파라고 측정하는 결과는 수십만 개의 뉴런 활동이 합쳐진 결과로, 뇌파에 나타나는 전위의 변화는 가까운 위치에 모여 있는 뉴런이 동시에 활성화될 때 이루어지게 된다. 연구자들은 대뇌 피질의 피라미드형 뉴런 뭉치가 대부분의 뇌파를 만들어 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피험자의 뇌파를 측정하는 실험기구의 모습/ Ars Electronica/Flickr 제공
 
전극 위치에 따른 뇌파 측정 방법
뇌파 측정 방법은 크게 침습형과 비침습형으로 나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뇌파 측정 방법은 두피에 전극을 부착하는 비침습형 뇌파측정 방법이다. 전기가 잘 통하는 젤을 두피 위에 바르고 특정 위치에 전극을 부착해 실험을 진행한다. 전극의 위치에도 10-20시스템이라는 세계적인 표준이 있다. 하지만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 추가적인 전극을 부착하기도 한다. 약 20개 정도의 전극이 기본이지만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256개에 달하는 전극을 두피에 부착하기도 한다. 비침습형 뇌파 측정 방법은 특별한 수술이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밀한 뇌파 신호를 측정하려면 전극을 뇌에 직접 부착해야 한다. 수술을 이용해 두개골을 뚫고 전극을 뇌에 부착하는 방식이 바로 침습형 뇌파 측정장비(Electrocorticography, ECoG)다. 이 방법은 피부 저항이 없어 훨씬 더 정밀하게 뇌의 활동을 측정할 수 있다. 실제로 두피에 전극을 설치할 경우 10μV에서 100μV의 진폭이 측정되지만, 침습형 전극을 이용하면 이의 100배에 달하는 10~20mV의 진폭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뇌에 전극을 꽂는 방법에 따라 뇌의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높은 공간 해상도로 측정할 수 있다.
 
순수한 뇌파 신호를 얻으려면?
전극을 통해 얻어낸 데이터가 그대로 뇌파 데이터로 이용되지는 않는다. 전극을 통해 들어온 데이터에는 뇌파 외에도 다양한 신호가 섞여 있다. 두피와 가까이 있는 눈의 움직임과 근육의 움직임, 혀의 움직임, 그리고 심장의 박동까지 전극에 흘러들어와 뇌파 측정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눈꺼풀의 움직임에 의한 신호는 자주 일어나지는 않지만 발생하는 전위의 세기가 커 실제 뇌파와 쉽게 헷갈린다. 실제로 눈꺼풀의 움직임은 한때 뇌의 움직임으로 오인되어 카파 리듬(Kappa Rhythm)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실험에서는 이러한 불필요한 정보를 제거하기 위해 얼굴에 눈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전극을 추가로 부착한다. 몸에서 전달되는 근육의 움직임은 고주파수 필터와 저주파수 필터를 이용해 제거한다.
 
주파수의 모양으로 예측하는 뇌의 활동
뇌파의 모양만 보고 알아낼 수 있는 정보는 많지 않다. 뇌파로부터 실제 뇌의 활동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처리 과정이 필요하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주파수 성분 분석이다. 뇌는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기 때문에 뇌파도 항상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뇌파는 1~20Hz 영역에서 주로 나타나게 되는데, 뇌의 활동 상태에 따라 주된 주파수가 나타나는 영역이 변화하게 된다. 이러한 주파수에 이름을 붙인 것이 우리에게 친숙한 α파, β파, γ파 등의 뇌파다.
각각의 뇌파는 뇌의 활동 상태와 연관이 있다. 뇌파의 가장 대표적인 성분인 α파는 전두엽과 측두엽에서 주로 측정되는 파로 이완된 상태의 뇌에서 주로 발생한다. β파는 불안이나 긴장, 집중할 때 일어나는 파동으로 전두엽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주파수의 특성과 뇌파 발생 위치를 결합하면 뇌의 어떠한 부분이 지금 활성화되어있는지 예측할수 있다. 뇌는 위치별로 특정 기능을 가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뇌가 하는 일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밀리 초 단위의 변화도 측정 가능
뇌파 연구는 측정 기기가 간편하고 시간 해상도가 높은 강점이 있다. 거대한 의료 기기가 없어도 전극만 머리에 부착하면 뇌파 정보를 얻을 수 있기에 피험자에게 거부감이 없고 가격도 저렴하다. 또한, 뇌파 측정의 시간 해상도는 fMRI, PET, 등 뇌의 활동을 측정하는 기술 중 가장 높다. 1초에 20,000개의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기 때문에 뇌가 활성화되는 부위의 변화를 밀리 초 단위로 추적할 수 있다. 따라서 뇌파는 자극에 대한 반응이나 정보 처리의 단계를 자세히 분석할 때 많이 이용된다. 또한, 다른 측정 기법보다 측정자의 움직임에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다양한 환경에서의 실험이 필요한 경우 뇌파가 거의 유일한 선택지다.
 
공간 해상도는 비교적 떨어져
하지만 뇌파를 측정하기 위해 부착할 수 있는 전극의 수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공간 해상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fMRI의 경우 뇌의 어떠한 부분이 활성상태에 있는지 바로 보여주지만, 뇌파의 경우 추가적인 처리를 통해 유추할 뿐이다. 또한, 뇌파 측정이 피부에서 일어나 뇌파 신호의 세기가 약하고 잡음이 많아 추가적인 신호처리가 필요하다.
 
뇌파는 가장 오래된 뇌 연구 방법이지만 지금도 많은 주목을 받고있다. 우리 학교 전산학과 조성호 교수는“ 뇌파는 우리 생활에 가장 실용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뇌 관련 기술”이라 말했다. 실생활에서 뇌파를 이용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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