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제28대 학부총학생회 총선거를 앞두고 <블라썸>, <모두애> 양 선거운동본부(이하선본)간애 후보자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선본의 기조 보다는 공약 점검에 집중되었다. 올해는 선거 패널제가 도입되어 이재원 학우(산업및시스템공학과 11), 김강인 학우(전산학과 11), 최승훈 학우(산업및시스템공학과 11), 황창호 학우(수리과학과 12)로 구성된 패널 ‘모두까기 인형’이 참가했으며, 패널이 아닌 학우들도 현장 질문 및 SNS로 참여해 학생 사회부터 복지공약까지 열띤 검증을 벌였다.

<블라썸> 선본은 학사정책 부문에서 ‘심화전공제도’ 단 하나의 공약을 내세우는 등 공약의 부족함을 지적받았다. <모두애> 선본은 비상대책위원회 <두드림> 부위원장 등 실무 경험이 풍부한 선본원으로 구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역대 총학의 공약을 구체적 대안 없이 재탕한다’라는 질타를 받았다.

 

[학생사회에서 총학생회]

<블라썸> 선본은 “앞으로 총학의 기틀이 되는 사업을 하겠다”라고 밝혔으며 <모두애> 선본은 “과 학생회 중심으로 내실을 다져나가겠다”라고 밝혔다. <블라썸>의 경우 ‘총학콜’과 ‘학우들의 TF’, <모두애>의 경우 ‘과학생회 정비’, ‘기성회계 문제 해결’에 대한 질의가 집중되었다.

 

소통 공약, 현실성 부족했다

소통 공약 부문에서 <블라썸>은 현실성이 없었고 <모두애>는 기존 시스템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 

<블라썸>이 내세운 대표적인 공약은 ‘총학콜’이다. 학우들이 카카오톡이나 전화 등을 통해 총학에게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또, 이러한 질문을 뽑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특정 분야의 질문이 반복되다면 학우들의 요구사항을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매뉴얼을 마련해 놓거나 사업을 설정하는 등 ‘학우들이 원하는’ 사업을 실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총학콜은 현재 완성단계인 총학생회 어플리케이션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평이다. 총학생회 어플리케이션 역시 추천/반대를 표시할 수 있는 학우의 정책 제안을 포함하고 있고, 총학에 대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이재원 패널은 총학생회 어플리케이션은 서버에 정보를 저장할 수 있지만 총학콜에서 이용할 카카오톡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공약의 특성상 쏟아지는 질문을 처리하기 위해 ‘총학콜’ 전담 국원을 배치한다면 집행국원이 부족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강인 패널은 <블라썸>이 예시로 제시했던 “세탁소가 어디에 있는가요”같은 질문까지 총학이 담당해야 하냐며 의문을 표했다.

<모두애> 선본은 대의체계 강화를 꾀했다. <모두애>는 기조발언에서 “총학생회는 과를 중심으로 대의체제가 유지되는데, 많은 구성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과 대의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과 대의체계를 강조했다.

그러나 <모두애> 선본의 박세원 부후보는 과 학생회 활성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과 행사에 참여한 적이 거의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 부후보는 “과와 총학생회가 소속에 대한 연대감을 위해 있는 기구는 아니라고 본다”라며 “우리 학교의 대의체계에서 과가 기층이 되어 학우를 대변하기 위해 중요한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이에 <블라썸> 선본이 과 학생회에서 복지와 관련된 부분을 없애냐는 질문에 박 부후보는 “과는 대의체계가 중요하다”라는 대답을 유지했다.

 

정말 ‘학우들을 위한’ 사업인가

<블라썸>이 제시한 ‘학우들의 TF’ 공약은 학우들이 원하는 사업을 직접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약이다. 학우가 아이디어를 건의하면 총학이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TF를 꾸려준다. 학우가 TF 장이 되어 중앙집행국원들과 직접 일할 수도 있고, 유사한 사업을 하는 단체가 있다면 연결시켜 줄 수 있다.

그렇지만 <블라썸>은 또다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김강인 패널은 예산 편성은 일년에 3번 정도로 한정되어 있고, 학우들이 아이디어를 낸 시점에서 추가 예산 편성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학우 대중이 못 찾아낸 것을 찾아내는 것이 총학이 역할이라고 말했는데 이에 완전히 반대되는 입장의 공약으로 ‘학우들의 TF’를 만들겠다고 했다”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블라썸> 선본은 학우들의 TF 예산자치위원회와 연계하는 방안을 내놓았으며, 추가적인 예산을 찾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편, <모두애> 선본은 기성회비 문제 해결을 약속하며 구체적인 활동 방향으로 ‘국공립대학법’ 입법운동과의 연대를 제시했다. 해당 법안은 기성회계를 일반회계로 편성하고 총장 선출을 자율화하는 등 대학의 자율적 운영체계 구축을 목적으로 한다. 이에 <블라썸> 선본은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의 우리 학교 기성회비 문제 해결과 교육부 산하에 있는 대학교에 적용되는 국공립대학법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여기에 대해 <모두애>는 우리 학교와 타 국공립대학 모두 국가에서 책임을 가지고 운영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재현 정후보는 “타 대학과 공동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면 다른 대학에서 어떻게 해결하는지 지켜보고 우리 학교에 적용시켜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블라썸> 선본이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과도 연대하겠냐”라고 질문하자 <모두애> 선본은 “한국대학생연합의 경우에도 다른 학교와의 연대가 가능하고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충분히 연대가 가능하다고 본다”라고 대답했다.

 

한계 극복 못한 대학평의회 건설

대학평의회는 교수, 직원, 학생이 모여 학교 운영사항 전반을 논의하는 기구다. 2011년 혁신비상위원회(이하 혁신위)에서 처음 대두되엇지만, 정작 설치된 것은 ‘대학평의회’가 아닌 ‘교수평의회’였으며 심의·의결 기구가 아닌 자문기구로 격하되었다. 그 후 2012년 총학 <올인원>과 2013년 총학 <한걸음>이 공통적으로 추진한 공약이지만 아직 해결되지 못했다.

<모두애> 선본은 “과거 서남표 총장이 있을 때 학교 운영사항 전반이 이사회에서 급진적으로 이루어졌다. 이사회에 내부 구성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사가 없었기 때문이다”라며 “평의원회에서 이사를 추천해 학우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구성원의 목소리가 종합될 수 있게 추진하려 한다”라고 대학평의회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정작 <모두애>의 준비 상태는 미흡하다. <모두애> 선본은 “서명운동을 할 예정이다”라며 “학내에서 대학평의회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이미 아는 사람들에게도 해결책을 제시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블라썸> 선본의 공약집에는 대학평의회에 대한 안건이 없다. <블라썸>은 전대 총학이 성명서 발표 등 사업을 진행해 왔던 점을 들며 “그 활동을 이어갈 뿐, 새로운 공약은 아니기 때문에 공약집에 넣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현재 대학평의회를 건설하기 위한 한국과학기술원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심사되지 못하고 계류하고 있다. 그런데 양 선본 모두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학사정책]

새롭게 시작한 학사제도, 의견 분분

<블라썸>은 학사 정책으로 ‘심화전공제도’를, <모두애>를 ‘예비 과등록 시스템’을 들고나왔다. 그러나 양쪽 모두 실질적인 적용에 있어서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심화전공제도’는 복수전공이 아닌 단일전공에서도 전공학점을 많이 이수하면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각 학과에서 전공과목을 80학점 이상 이수하면 인정받을 수 있다.

이 제도에 대해서는 학과 간의 차이를 고려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나왔다. 어떤 학과는 전공과목 학점의 합이 80학점이 채 되지 않는다. 또한, 대학원 과목을 선이수 할 수 있는 Honors Program과 차별점이 없다는 점 또한 지적되었다.

<블라썸> 선본은 “심도 있는 공부는 성적 때문에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으면 하는 것이다”라며 학점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학과장 승인을 받아야 하는 Honors Program과 달리 진입장벽이 자유로움을 강조했다. 또한, 개설되는 과목의 수와 종류가 다른 학과 간 특성을 고려해 유동적인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모두애> 선본이 약속한 ‘예비 과등록’ 시스템은 1학년 때 무학과 시스템을 운영하되 원하는 과에 미리 등록해 인맥과 정보를 쌓게 한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블라썸> 선본은 “실제 과 선택시 희망 학과가 바뀌는 경우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예비 과등록 제도는 과 선택 가이드북과 학과 설명회, 새내기 세미나 등 기존 제도의 실효성을 부정하는 일이라는 시각도 나왔다. 김강인 패널도 “우리 학교가 타 대학과 다른 점은 무학과다”라며 “2학년때 과를 정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과 선택의 장점이 있었다”라고 발언했다.

한재현 정후보는 “예비 과등록을 통해 선택의 폭, 판단의 기준을 설정하도록 하여 다양한 기회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진로를 고민할 때 간접적인 체험도 중요하지만 직접 겪어 보는 것도 판단의 기준이라는 것이다.

 

영어 강의 해결책은

<모두애> 선본은 영어강의 개선을 약속했다. 한재현 정후보는 기조 발언에서 “영어강의가 도입된 초기부터 학우들의 불만이 많았는데, 학우들이 언어의 장벽을 느끼지 않고 교수님들이 강의를 받아들이기에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황창호 패널은 “1학년 기초 강의 영어·한국어 강의 선택과 외국인 학생의 한국어 습득 장려 모두 중장기 발전위원회에서 이미 통과된 정책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모두애> 선본은 “분반이 불가능한 소규모 강의나 교양 과목은 영어 강의가 유지될 계획이어서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이상윤 학우(전산학과 12)는 “(영어강의 감소가) 향후 우리 학교 학우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보았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여기에 <모두애> 선본은 지난 몇 년간 영어 강의에 관한 설문조사가 꾸준히 진행되었단 점을 밝히며 “최종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지만 지금 학우들이 원하는 수업의 형태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복지]

<모두애>는 복지공약 부문에서 또다시 역대 총학의 사업을 차용했다.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 유치는 현재 <한걸음>이 추진하던 사업으로 학교 측과의 협상에서 난관에 부딪히고 있었다. 예전에 노조와 학교 본부가 충돌했던 사례가 있어 새로운 조합을 만드는 것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이에 대해 <모두애> 선본은 “기존 외부업체의 서비스제공에 한계가 있었던 것은 이윤 추구가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협은 목적이 이윤 추구와 다르기 때문에 기존의 문제를 타개할 새로운 방안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존의 한계를 타개할 방법은 아직 미흡하다. <모두애> 선본은 총학이 대주주가 되어 기본 출자금을 마련하는 한편, 학내 다른 구성원 대학원, 교직원 등 모두가 참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이재원 패널은 “총학은 정치 집단이지 경제 집단이 아니다”라며 총학이 학생, 교수, 교직원이 같이 움직이는 경제단체인 생협을 운영하는 것이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블라썸> 선본이 가져온 ‘아시아 5개 대학 교류 프로그램’은 중장기발전위원회 결정사항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2014년도에는 MOU를 체결하고, 학생사회 대표자들이 만나 토론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2014년으로 끝내지 않고 문화축제를 이어나가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발전위원회에서 이미 결정된 사항을 공약으로 가져온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었다. <블라썸>의 제승우 정후보는 “총학생회로서 역할이 있을 것이라 판단해 공약에 넣었다”라고 답했다.

한편, 올해 우리 학교를 포함한 4개 과학기술중점대학이 모여 진행했던 연석회의는 실패로 돌아갔다. 여기에 참여했던 황창호 패널은 연석회의와 아시아 5대 대학 교류 프로그램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블라썸> 선본의 김요섭 학우가 연석회의 실패 요인으로 각 학교 학우들의 공감이 부족했다는 점을 꼽자 황창호 패널은 “우리 학교와 교류할 아시아 5대 대학 간에는 충분히 교류가 되어 학교들 간에 공감이 되어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번 토론회는 패널과 학우들이 양 선본의 공약을 심사하고, 부족한 점을 계속해서 지적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총평에서 황창호 패널은 “<모두애>의 공약에는 참신함이 없고 이미 끝나거나 이전 총학에서 한 것들이 대부분이다”라며 “이전에 실패한 것을 공약으로 올렸는데 그러면 실패한 이유를 분석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재원 패널 역시 “<블라썸> 선본은 현실성 부분에서 설명이 부족해 학우들을 설득해야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라고 평가했다.

패널 ‘모두까기 인형’은 양 선본에게 토론회에서 미처 하지 못한 질의를 서면으로 전달했다. 양 선본은 학내 커뮤니티 ARA나 SNS 계정 등을 통해 이에 대한 답변을 내놓기로 약속했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