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와 과거, 현실과 상상이 뒤얽히는 판타지

  올해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 수상작이 출간되었다. 작가 박지영의 장편소설, ‘지나치게 사적인 그의 월요일’이다. ‘한국형 판타지’의 지평을 넓혔다는 그녀의 작품은 시작부터 독자를 끌어당긴다.

  주인공 ‘해리’의 본명은 김해경이다. 해리는 이름이 시인 이상의 본명과 같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점이 없는 사람이다. 유명 작가의 밑에서 다른 작품을 적당히 표절하는 일을 맡는 ‘표절 전문 작가’이던 그는 일을 그만두고 살인범을 전문으로 재연하는 무명 배우로 살게 된다. 매번 자극적인 범죄를 재연하던 해리는 지금까지의 자신의 삶을 ‘실패한 삶’이라고 정의하고, 실패했던 과거를 되짚으며 ‘그럴 수도 있었는데’라는 상상에 빠진다.

  그러던 중, 해리가 재연했던 사건과 같은 방식의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용의자의 인상착의가 해리와 똑같은 데다가 피해자는 해리가 나갔던 미팅 프로그램에서 해리를 떨어뜨렸던 모델이어서 해리가 용의자로 지목된다. 해리는 사건이 발생한 월요일의 기억이 없었지만, 방송 조연출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긴다. 그런데, 용의자가 어릴적 야구 캠프에서 만났던 소년이라는 것을 알아 챈다. 한편, 조연출의 이야기와  죽은 모델의 블로그 글이 똑같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조연출을 다시 찾지만, 그가 알던 조연출은 없었다. 그는 자신이 경험하는 것이 진실인지 확신하지 못한다. 재연배우 해리는 어느새 살인범 김해경이 되지만, 해리는 진짜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다.

  박지영은 책에서 “모든 슬픈 말 중에서도 가장 슬픈 말은 ‘그럴 수 도 있었는데’라는 말이다”라는 말 을 자주 언급한다. 해리는 ‘그럴 수도 있었던’ 선택이 이끌었을 미래를 회상한다. ‘나’이지만 정반대의 모습인 거울 속의 자신을, 다른 선택으로 성공했을 인생을 만난다. 그 곳의 해리와 무명배우 해리는 여러 번 겹쳐진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진실을 분간하기 어려워진다. 내가 믿던 것이 진실이 아닐 수 있음을 일깨우는 반전은 매번 감탄을 이끌어낸다. 조연출과 해리의 관계는 얽히고, 예측은 더욱 어려워진다.

  작가는 장르를 넘나드는 인용을 구사한다. 이상의 작품을, 존 레넌의 살인범이 지녔던 <호밀밭의 파 수꾼>을, 때로는 괴벨스의 말까지 적재적소의 인용은 이야기에 새로움을 더한다. 말로는 부족하다. 사회의 문제를 파헤치는 그녀의 글은 강직하다.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너무나 많다. 이야기를 곱씹어가며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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