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SNS는 우리와 분리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식탁에 나란히 앉아서 휴대전화만 쳐다보고 있는 모습은 더이상 낯설지 않다.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 ‘소통’을 위한 도구가 대화의 단절을 가져오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디스커넥트’ 는 시종일관 이러한 단절된 인간관계와 사이버 범죄를 꼬집으며 현대 사회에 거침없는 비판을 가한다.

  영화가 상영하는 약 2시간 동안 무거운 주제로 예측 가능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한꺼번에 전개되는 몇 가지 이야기들에 정신이 없을 수도 있다. 긴장감 없는 영화지만 지루하지는 않다. 주인공이 우리 스스로라도 이상할 것 없는 내용이기에 오히려 매료되고 고민하게 한다.

  영화의 주된 내용은 단절된 가족이 사이버 범죄로 피해를 입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가족애를 확인하는 것이다. 아들을 잃고 남편과의 사이가 소원해진 신디(폴라 패튼 분)는 외로움을 덜고자 자주 채팅방에 접속했다. 그러나 인터넷 피싱을 통해 개인 정보가 유출되고 전 재산을 잃고 만다. 왕따 벤 보이드(조나 보보 분)와 그의 가족은 또 다른 피해자다. 동급생 두 명이 벤을 골탕먹이기 위해 SNS에서 가상의 인물인 제시카를 만든다. 이들은 제시카의 계정을 이용해 벤의 나체 사진을 받고, 전교생들에게 퍼트린다. 벤은 친구들의 놀림에 괴로워하다가 자살을 시도한다.

  미성년자임에도 화상채팅으로 불법 성매매를 하는 카일(맥스 티에 리옷 분)과 TV 리포터 니나(안드레 아 라이즈보로 분)는 이와는 다른 종류의 피해자다. 니나는 특종을 위해 카일에 접근했지만, 현실에서 온전한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이 소년을 돕고 싶어한다. 하지만 뉴스를 본 FBI가 둘의 사이에 개입하고 니나는 카일에게 불신만 남긴 채 헤어지게 된다.

  잔잔하고 서정적인 배경은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등장하는 많은 이들이 식사하든, 대화하든 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않는다. 부자간 하고 싶은 말도 서로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오직 페이스북 메시지와 채팅창 글의 형태로 진행되는 낯선 이와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을 뿐이다. 글을 썼다가 지우고 깊이 고민하는 이들의 모습에서는 진심이 전해진다.

  한편, 온라인과 현실이 뒤바뀐 모습은 경각심을 강하게 불러일으킨다. 신디가 채팅방의 남자에게 가 정사를 속속들이 말한 것을 남편이 비난하자 “당신이 나를 외면할 때 이 사람은 나에게 말을 걸어주었어”라고 항변한다. 개인사를 공유할 정도로 가까운 온라인 친구와 단절된 가족의 모습이 대비되어 씁쓸함을 남긴다. 벤의 누나의 친구는 동생이 중태에 빠져 슬퍼하는 벤의 누나 앞에서도 페이스북 소식에 기쁨을 숨기지 않는다. 등장 인물들이 주변의 실제 사람보다 보이지 않는 SNS 세상을 더 중요시하는 것을 보여주며 관객의 착잡한 감정은 더욱 고조된다.

  페이스북에서 친구의 소식보다 광고나 영상물이 많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환멸이 들거나, 친구와 마주앉아 말없이 페이스북만 하면서 외로움을 느낄 때 이 영화를 보기를 바란다. 어느덧 이런 모습이 낯설게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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