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캠퍼스에 예술가 3명을 상주시키며 과학과 교류하게 하는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 ‘엔드리스 로드’가 시작했다. 웹툰 작가 남지예, 소설가 위기철, 영화인 심소연 세 작가는 교수와 1:1 매칭, 연구실 견학 등의 혜택을 누리며 영감을 얻을 기회를 가진다. 예술과 과학의 교류를 위해 우리 학교를 찾아온 세 작가를 취재했다. 유쾌한 세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남지예 웹툰 작가(다음 웹툰‘ 체리보이 그녀’연재)

 

남쪽개미라는 필명을 쓰는 이유는
남쪽개미라는 필명을 쓰게 된 것은 공모전을 준비할 때였어요. 남쪽에 있는 제 고향 대구에서 온 개미라는 뜻이에요. ‘개미’는 개미처럼 열심히 일해보자는 제 각오가 담긴 말이에요. 이 이름은 제가 작업하는 스튜디오 이름이기도 해요.

엔드리스 로드에 지원한 계기는

이공계에 대해 알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미술대학교를 나와서 이공계 사람을 마주칠 기회가 없었어요. 또 드라마 ‘카이스트’ 덕분에 이공계에 대한 환상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작품 소재로 이공계 학생들을 다뤄보고 싶었어요. 대부분의 로맨스나 학교 생활을 다루는 청춘물은 이공계를 다룬 것이 없었거든요. 그 와중에 좋은 기회가 찾아와서 ‘엔드리스 로드’에 지원했어요. 이 기회에 과학 기술을 접해보고 영감을 받아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사람들과 어떻게 친분을 쌓았는지
KAIST 학생들과는 주로 SNS를 통해 친해졌어요. ARA나 트위터에 글을 썼더니 연락을 많이 해줬어요. 학생들 만나서 함께 술도 마시고 커피도 마시고 밥도 먹었어요.

바이오및뇌공학과, 수리과학과, 물리학과 광학 연구실 같은 연구실 견학을 자주 다니면서 구경도 하고 교수님들 위주로 만났어요. 대학원생들은 교수님을 대하기 어려워하기 때문에 랩 단위로 친해지기가 힘들어요. 개인적으로 연락 오는 사람들과 친해지는 편이죠. 여기 학생들은 페이스북을 많이 이용해서 페이스북으로 소통하고 있어요.

작가가 보는 우리 학교의 모습은 어떤지
물리학과 연구실을 갔는데 투시하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 놀라웠어요. 피상적으로 어떤 메커니즘인지 이해가 되지만 그 이상은 어려워서 잘 모르겠어요. 또 학부생들이 공부를 굉장히 많이 한다는 점도 인상 깊어요. 넓고 깊게, 혹은 본인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공부하고 있더군요. 사람들이 천재라는 것은 맞는 것 같아요.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학생들이 과마다 말하는 화법이 다 달라요. 물리학과는 조금 추상적으로 말하지만 전산학과는 확고한 단어를 써요. 또 뉘앙스를 쓰지 않고 확실한 표현을 해요. 한 화제를 다루다가 다른 화제가 나오면 잠시 보류시켜두고 병렬식으로 말해요. 물리학과 학생들이 미대와 비슷한 것 같아요.

계획중인 만화의 장르는
KAIST에 매우 좋은 소재가 많아요. 전문 소재로 작품을 만들 수도 있지만 그러려면 취재를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 확실한 것은 KAIST 배경의 드라마 장르를 계획하고 있고 생활툰도 생각 하고 있어요. 생활툰은 사람들의 사생활을 다뤄야하고 학교 이미지를 바꿀 수 있어서 조심스러워요. 학교 측은 드라마 장르를 그려주길 원해요.

 

위기철 소설 작가(인문서‘ 논리야 놀자’, 장편소설‘ 아홉 살 인생’ 집필)

 

엔드리스 로드에 지원한 계기는
30년 동안 글을 쓰다 보니 새로운 소재와 경험이 부족해서 이런 프로그램을 찾고 있었습니다. 마침 학교 측에서 다양한 연구 분야의 과학자와 만남, 연구실 견학, 교수님과 1:1 매칭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것을 듣고 매우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작가라는 직업은 과학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색다른 분야에서 좋은 소재를 얻을 수 있겠다고 생각해 지원했습니다.

캠퍼스 모습은 어떤지
전체적으로 볼 때 한 곳으로 뜻을 둔 사람들이라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너무 빡빡하게 지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스스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더군요. 학생들이 자신의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도 접해보면서 생각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캠퍼스는 평지에 조성되어있고 랩 중심의 건물들이 배치되어있어 건물들이 높지 않아 아름답습니다.

어떤 사람들과 친분을 쌓았는지
처음에는 교수님, 연구원들을 만났습니다. 그러다가 주로 예술, 문화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이 연락했습니다. 가끔은 외국인 교수 아파트에 지내면서 방에서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는 ‘레 카이스트러블’을 제작한 친구들이 와서 함께 놀았습니다. 여기서 사귄 사람들이 잠깐 만나고 말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생동안 만날 사람으로서 모르는 분야에 대해 서로 멘토가 되면 서로 좋지 않겠어요?

지향하는 작품 구상은
이공계보다는 비과학적인 내용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저는 작가이기 때문에 과학적인 소재가 들어오면 오히려 비과학적인 측면을 봅니다. 예를 들어 요즘은 좀비나 늑대인간과 같은 소재를 다루려고 구상 중입니다. 과학은 항상 비과학적인 것을 전제하지 않으면 나올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비과학 속에서 과학이 나오고 과학 속에서 비과학이 나오는 나선형 구조를 그리며 발전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학생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분석적인 틀에서 대화를 나누려고 하는데 언젠가는 창조하는 단계에 도달해야 합니다. 과학적인 상상력뿐만 아니라 예술적, 인문적, 사회적인 상상력이 필요한 것이죠. 그래서 요즘 융합학문이 유행하는 것입니다.

작가와 과학자가 비슷한 점이 있는지
작가와 과학자는 자신의 분야를 고집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 학생들에게 진로가 일찍 정해지는 데 있어 갈등이 없는지 물어봤습니다. 갈등을 느끼는 학생도 있고 아직 정해놓지 않은 학생도 많더군요. 졸업 후 로스쿨을 가겠다는 학생도 있었고, 성악을 하겠다는 친구도 있었어요. 작가들도 자신의 분야에 최선을 다하지만, 이곳 사람들처럼 진로가 일찍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고등학교부터 작가를 꿈꾼 것은 아니거든요.

 

심소연 영화 작가(단편영화‘ My Four Inch Precious’, 장편영화 ‘Final Recipe’)

 

지금까지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대학원을 졸업하고 상업영화 쪽에서 일했어요. 장편영화에서 스태프로 일하기도 했어요. 개인적으로 단편영화도 많이 만들었어요. 대표작으로는 2009년에 나온 단편영화 ‘My Four Inch Precious’라는 작품이 있어요.‘ Final Recipe’는 얼마 전 마무리 한 장편으로, 기획/개발부터 마지막 후반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에 다양한 포지션으로 참가했어요.

구상하고 있는 작품은
공상 과학 장르의 영화를 기획하고 있어요. 뇌 과학, 꿈, 무의식이 주제인 영화에요. 영화의 시놉시스를 쓴 후 디테일 작업을 하려고 했는데 전문 지식이 부족해 하지 못했어요. 인터넷을 통해 개괄적인 지식을 얻을 수는 있었지만, 정확하고 자세한 용어를 대사에 넣을 수는 없었어요. 주변에 전문가가 없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죠. 그러던 중에 한 친구가 엔드리스 로드 프로그램을 추천해줬어요.

우리 학교에서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김대식 교수님의 연구실 견학을 했어요. fMRI 연구실도 갔어요. fMRI 연구실에서는 기계에 접근도 못 하고 유리 너머로 격리된 것을 느꼈다면 물리학과 연구실에서는 신기한 장치들로 가득 차있는 방과 알 수 없는 그래프와 수식들이 칠판에 적혀있던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홍보실의 이반석 선생님이 저의 관심분야 관련 콜로퀴움을 소개해주시면 참여하기도 했어요.

우리 학교 캠퍼스 생활은
저는 미대를 나왔는데 대부분 개인적인 활동을 하고 자신의 분야만 개인 작업하니까 우울해요. 서로 자기 작업 이야기도 안 하고 주관적인데 이곳에서는 식당에서도 자신의 연구 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하더군요. KAIST는 마을같아 생활하기도 너무 편해요.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밖에서 뭐 사 먹을지 돌아다니기도 힘들어요. 하지만 여기는 조금만 걸어나가면 밥을 먹을 수 있어요. 그리고 생필품을 파는 잡화점이나 슈퍼도 있고 물가도 저렴해요. 작가들은 앉아서 글을 쓰는 시간이 많고 다른 활동은 잘 하지 않으니까 그 정도만 있어도 만족해요.

작품에 대한 철학이나 가치관이 있다면
저는 주로 인간의 조건에 관심이 많아요. 지금 구상하고 있는 것도 정신 세계를 이야기하고 있죠. 인간이 특수한 상황에 처할 때 어떤 결정을 내리고 또 어떻게 행동할까 등을 많이 생각하죠. 요즘은 새로 알게 된 사이버스페이스랑 해킹이라는 소재가 인상 깊어요. 그래서 해커가 주인공인 사이버스페이스 이야기가 떠올라서 쓰고 있어요.

인상깊었던 소재가 있는지
아는 범위에서만 작업 할 때는 볼 수 있는 영역이 제한되어있어요. 여기에는 새로운 것이 많은데 현대물리학이 상당히 철학적이더라고요. 특히 관찰하지 않을 때는 파동이고 관찰할 때는 입자라는 것이 인상 깊어요. 사이버스페이스도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점까지 다룰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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