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3D 프린터는 우리가 만드는 거의 모든 것의 제조 방법을 혁신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IT 리서치 회사 가트너는 오는 2017년 말이면 세계 10대 유통업체 가운데 적어도 7개 업체는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맞춤형 주문 생산에 돌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D 프린터 기술의 특허권도 몇 년 안에 풀릴 것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3D 프린터는 대중에게 쉽게 보급되고 사용되는 기술이 될 것이다

 
▲ 우리 학교 기계공학동(N7)에 위치한 3D 프린터 /김현준 기자
 

3D 프린터? 쾌속조형!

원래 3D 프린팅은 2차원 평면을 쌓아 3차원 모형을 만드는 부가적층공정(Additive Manufacturing)에 속하는 한 기술의 이름이었다. 그러나 현재 언론에서 사용하는 3D 프린팅이라는 단어는 쾌속조형(Rapid Prototyping)에 가깝다. 쾌속조형은 3차원 모형으로부터 실물 모형을 제작하는 기술을 말한다. 쾌속조형은 부가적층공정과 고속절삭과정(Subtractive Manufacturing), 그 외 부가공정을 포함하는 기술이다. 그런데 언론에서 3D 프린팅이라는 단어를 보편적인 의미로 사용하게 되면서 쾌속조형의 의미까지 대체하게 된 것이다. 기존 3D 프린팅이라는 용어의 영향 때문에 ‘3D 프린터’라고 하면 부가적층공정만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실제로 3D 프린터를 이용해 제품을 만드려면 고속절삭가공 등 다른 공정도 필요하다. 일부 사람들은 3D 프린팅을 부가적층공정으로만 생각해 정밀도가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3D 프린터는 100㎛ 미만의 오차가 발생하며 고속절삭가공을 거치면 5㎛ 미만의 오차도 보장한다.

 

3D 프린터의 바탕을 이루는 기술들

최근에서야 개발되었다는 대중의 인식과 달리 3D 프린터 공정 기술의 역사는 이미 20년이 넘었고, 그만큼 공정 기술도 다양하다. 부가적층공정기술에는 FDM(Fused Deposition Manufacturing), SLA(StreoLithography Apparatus), SLS(Selective Laser Sintering) 등이 있다. 이 중 FDM은 밑바닥의 판에 필요한 원료를 필라멘트 형태로 녹여서 치약을 짜듯이 압출해 쌓는 방법이다. 밑판에서 2차원 단면 층들이 쌓여 원하는 모형이 형성될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한다. FDM은 2007년에 특허권이 만료되어 현재 저가형 3D 프린터는 대부분 FDM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다. SLA는 산업용 3D 프린터에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SLA는 액체상태의 광경화성 수지에 레이저를 쏴 광경화성 수지를 굳히는 방법이다. 광경화성 수지는 특정한 파장대의 빛을 받는 부분이 굳는 플라스틱이다. FDM과 SLA는 액체와 기체같이 특별한 지지대가 없는 상태에서 프린트하기 때문에 망치 머리 모양과 같이 허공에 떠 있는 형태는 만들 수 없다. 이를 막기 위해 보조 구조를 디자인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그에 비해 SLS는 금속이나 플라스틱의 가루를 사용하기 때문에 모형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아 보조 구조가 필요 없다. SLS에 사용되는 가루는 녹을 수 있는 재질을 사용해 한 층씩 원하는 모형에 따라 레이저로 쏘아 굳은 층을 쌓아 모형을 만든다.
 
▲ FDM의 원리. 밑바닥의 판에 원료를 압출해 층을 쌓는 방식으로 3D 모형을 인쇄한다 /곽해찬 기자
 

다양한 부가공정을 거쳐 산업에 적용

쾌속조형은 부가적층공정이나 고속절삭과정 단계를 거친 후 실제 산업에 사용하기 위해 다른 부가공정을 거치기도 한다. 우선 쾌속조형으로 제작된 시제품을 이용해 액상고무나 에폭시 등으로 틀을 만든다. 그 후, 제작된 틀에 플라스틱과 금속 등 원하는 재료를 주입하면 시제품과 같은 모형을 얻을 수 있다. 금속의 경우, 틀을 만드는 과정을 반복해 중간 작품을 만든다. 처음 만든 틀에서 중간 작품을 찍어낸 후 절삭과정을 거쳐 더 정교한 틀을 만든다. 그리고 최종 틀의 표면에 금속 분무공정으로 금속층을 입히면 제작 개수를 늘릴 수 있고 더 강한 재료를 쓰는 시제품의 제작이 가능하다. 이처럼 쾌속조형 기술에는 다양한 공정이 필요하나, 우리나라에서는 부가적층공정 이외의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고속절삭과정에 사용되는 기계나 부가공정에 사용되는 기계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3D 프린터 기술 중 부가적층공정만 사용하는 반쪽짜리 쾌속조형이 만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3D 프린터의 필수 실물의 3D 데이터화

언론에서는 누구나 3D 프린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3D 프린터로 실물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실물 모형의 STL(Stereolithography)데이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STL은 3D 프린터 사용시 3차원 구조를 표현할 때 쓰이는 CAD(Computer Aided Design)파일 형식이다. 이 데이터를 얻는 방법에는 크게 그래픽소프트웨어를 사용해 3차원 형상을 만든 후 변환 소프트웨어를 써서 STL 데이터를 만드는 방법과 3D 스캐너로 표면 데이터를 얻은 다음 STL 데이터를 만드는 방법으로 나뉜다. CAD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3차원 모델을 만드는 방법은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CAD는 일반 대중이 사용하기는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3D 스캐너를 사용하면 표면을 3차원으로 구현할 수 있지만, 내부 데어터화를 완전히 구현할 수 없어 정밀한 기능이 필요한 물품을 제작할 때 사용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자동으로 스캔 되지 않는 내부 데이터를 채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능형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정보 공유가 활발하게 이뤄져

3D 프린터가 여러 분야에 적용되자 인터넷에서는 3D 프린터의 기술을 공개하고 3차원 데이터화를 돕는 소프트웨어들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공유사이트 렙랩(RepRap)에서는 FDM을 토대로 만든 3D 프린터 기술을 공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용하기 쉬운 무료 소프트웨어와 각 전문분야에 특화된 소프트웨어도 많이 생겨났다. 구글 스케치업, 팅커캐드 등의 무료 소프트웨어와 3DS MAX, 오토캐드 등의 유료 소프트웨어들이 소비자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또한 모델을 직접 디자인하기 어려운 소비자를 위한 3D 모델을 구할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도 있다. CNCKing, 3D via, Grab-CAD 등이 이에 속한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혁신 기술로 3D 프린팅을 지목하고 있다. 3D 프린터에 대한 기술이 계속 발전 나가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의 이해도는 아직 낮다. 미국에서 3D 프린터 관련 연구는 다방면으로 진행되었으며, 관련 회사도 많이 설립되었다. 우리 학교 기계공학전공 양동열 교수는 “우리나라도 3D 프린터를 시제품 생산에만 사용하는 것을 넘어 3D 프린터의 고속절삭과정 재정립과 3D 프린터의 적절한 응용방법을 생각해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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