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원은 충분한데…” 과기원 설립 법안 남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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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원은 충분한데…” 과기원 설립 법안 남발 우려
  • 최시훈, 이동수 기자
  • 승인 2013.11.1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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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과학기술원 설립·전환 법안 / 최시훈 기자

 <편집자 주> 지난 6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 제2차 전체회의에서 과학기술원 관련 신설·전환 법안 6개가 상정되었다. 이에 법안을 너무 무분별하게 발의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과학기술원법안의 제안 배경과 타당성을 살펴보고, 우리 학교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았다

 
지금까지 발의된 과학기술원 신설·전환 관련 법안은 총 6개다. 지난해 6월 29일 발의된 창원과학기술원법부터 지난 4월 29일 발의된 전북과학기술원법까지 5개의 과학기술원 설립 법안과 UNIST 과학기술원 전환 법안이 제안되었다. 이 중 창원과학기술원법과 부산과학기술원법은 발의한 의원들 간의 협의로 부산경남과학기술원법으로 통합되어 사실은 4개의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법안들이 모두 국회 심사를 통과한다면, ▲전북과학기술원 ▲부산경남과학기술원 ▲한국방사선의학·과학기술원이 신설되고 울산과학기술대학교는 울산과학기술원으로 전환된다. 하지만 국회 내외에서 과학기술원 신설에 대한 비판의 여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타당성 부족하다는 지적 팽배

의원들이 국회에 제출한 의안 원문을 따르면, 과학기술원 설립 법안이 제안된 이유는 대개 유사하다. 과학기술원을 신설함으로써 고급과학인재를 양성하고 지역 사회의 균형과 과학기술 발전을 꾀한다는 것이다. 대전·충남 지역에는 우리 학교, 광주·전남 지역에는 GIST, 대구·경북 지역에는 DGIST가 있어 고급과학인재를 공급하고 있지만, 법안들이 제안된 지역에서는 인재 수급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법안을 제안한 의원들의 논리다.

하지만 이러한 과학기술원 설립 법안이 올해 안에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기술원 신설의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과학기술원의 경우, 같은 호남 지역에 위치한 기존의 광주과학기술원과 역할이 중복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나머지 과학기술원의 경우에도 대구경북과학기술원과 포항공과대학교가 그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미방위에서 작성한 각 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보면, 2008년부터 2018년까지의 신규 공급 과학기술 인력이 1,163,500명으로 예측되었지만, 신규 수요 인력은 91 7,900명으로 공급 대비 수요가 부족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과학기술원 설립이 지역 사회의 균형이 아닌 인재의 과잉 공급을 유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그동안 영남 지방에서 발의한 4개의 과학기술원 설립 법안의 제안 이유와 세부 조항이 모두 같아 법안의 진정성에 의심이 간다. 지역 특성화를 꾀한다면서 자세한 방안도 없이 무분별하게 법안을 발의했다는 의견이 적지 않게 제시되고 있다. 전북과학기술원법의 제안 이유도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어 보다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미방위의 설명이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KAIST는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기관이다”라며 “정치적, 지역적 논리로 다른 지역에 과학기술원을 신설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라며 과학기술원 신설에 반대했다. 


예산 조달도 힘들 것으로 보여

타당성뿐 아니라 예산 문제서도 과학기술원 신설은 난항을 겪고 있다. 하나의 과학기술원을 새롭게 만들려면 5년간 약 4,000억 원의 재정 투입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미방위는 이 요소들이 대부분 정부 출연금에 의존하게 될 것이므로, 재원 확보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우리 학교도 과학기술원 설립 법안 발의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원을 추가로 설립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학생 확보 방안을 모색하고, 인프라 구축과 운영을 위한 예산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학교는 면밀하게 준비되지 않은 설립 추진과 기존 법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법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표명했다.

기획팀 조성문 담당자는 “현재도 한정된 R&D 예산을 과학기술원들이 나눠서 가져가고 있어 (새로 설립된다면 우리 학교) 예산 편성에 타격이 있을 것이다”라며 걱정을 표했다. 또한, 새로운 과학기술원이 설립될 경우 학교 간 학생 선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우리 학교 인문사회과학과 마이클 박 교수도 과학기술원 설립 법안 남발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박 교수는 “우리 학교도 주변 지역에 발전을 가져오지 않았으며, 주변 연구단지와의 협력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라며 “과학기술원을 설립하면서 지역 발전을 꾀한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라고 말했다. 또한, 한정된 정부 예산을 우리 학교에 집중 투자하지 않고 여러 학교로 분산 투자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이 의원도 “KAIST에 국가적 지원이 집중 투입됨으로써 세계적 대학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한정된 국가 자원을 분산 투입하다보면 KAIST의 역량이 크게 발전할 수 없다”라며 박 교수와 맥락을 같이 했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지역 발전을 꾀하려면 기존에 존재하는 지방 거점 국립대학교를 이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다”라고 말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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