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학대학원 고규영 교수팀]안지오포이에틴-1의 혈관 생성 유도 메커니즘 규명… 망막혈관 세포의 과도한 증식 억제하고 망막 기능 되살려

 우리 학교 의과학대학원 고규영 교수팀이 이준엽 연구원의 주도로 망막 질환을 완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이 연구는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9월호 표지 논문으로 선정되었다.

 

과도한 혈관 생성이 당뇨 망막병증 유발

눈은 중요한 신체 감각기관이지만 치료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 3대 실명질환 중 하나인 당뇨 망막병증은 망막 혈관이 손상되면서 일어난다. 망막 속 혈관이 손상되면, 산소와 영양분을 담고 있는 피의 흐름이 막혀 망막 세포들은 산소와 에너지가 부족한 허혈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에 망막 세포들은 피의 흐름을 정상화하기 위해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VEGF)를 배출한다. 성장인자에 자극을 받은 혈관 조직은 새로운 혈관 세포를 만들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혈관 세포는 무작위하게 분열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킨다. 잘못된 위치에 생성된 혈관세포들은 망막 속 다른 조직의 작동을 방해하고, 허혈 상태에 빠진 세포에게 피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따라서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가 계속 분비되며, 혈관의 증식으로 결국 실명하게 된다.

 

기존의 해결책으로는 완치 불가능

현재까지의 치료법들은 과도한 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레이저 응고술은 손상된 망막조직을 파괴해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의 배출을 막아 질병의 진전을 막는다. 하지만 이 방법은 망막 신경도 함께 파괴하기 때문에 완벽한 치료법이 아니다. 최근에 많이 이용되는 항체치료제의 경우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의 활동을 항체를 통해 저해시켜 망막을 보호할 수 있지만, 한시적으로 혈관증식을 억제해 병의 진행을 늦출 뿐 완벽한 해결책이 아니었다. 

 

▲ 각각의 치료법에 따른 망막 혈관의 변화=과도한 혈관 증식은 항체치료법으로 해결가능하지만, 조직의 재생은 불가능하다. 안지오포이에틴-1은 손상된 혈관까지 재생한다 /고규영 교수 제공

 

정상적인 혈관 생성 유도하는 물질 찾아

고 교수팀은 이러한 비정상적인 혈관 생성을 정상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면 질환을 완전히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교수팀은 그 해결책을 안지오포이에틴-1(Angiopoietin-1)에서 찾았다. 안지오포이에틴-1은 개체의 발달과정에서 혈관의 생성과 안정화에 필수적인 물질로 망막 내 혈관의 안정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있었지만, 정확한 메커니즘은 밝혀져있지 않았다. 고 교수팀은 안지오포이에틴-1이 단순히 혈관 안정화에 관여할 뿐만 아니라 혈관 생성을 유도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그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조직의 구조를 지탱하는 세포외기질

조직의 발달과정에서 각각의 세포가 적확한 위치에서 생성될 수 있는 것은 이들의 위치와 구조를 지탱해주는 세포조직이 있기 때문이다. 세포외기질(Extracellular matrix)이라 불리는 이 조직은 세포 사이의 공간을 채워주고 세포들이 서로의 위치를 지킬 수 있도록 지탱해준다. 이러한 기작은 조직이 이상 없이 빠른 속도로 자라나는 것을 가능케 한다. 

 

안지오포이에틴-1으로 건강한 혈관 만들어

뇌나 눈과 같은 중추신경계에서는 신경세포의 대사를 도와주는 신경아교세포(Glial cell)가 세포외기질의 생산을 담당한다. 하지만 신경아교세포의 세포외기질 생산능력은 성인이 되고 나면 발현이 되지 않는다. 안지오포이에틴-1은 이러한 신경아교세포에 작용해 세포외기질을 구성하는 파이브로넥틴(Fibronectin)을 다시 생성하게 한다. 새롭게 생성되는 혈관내피세포들은 파이브로넥틴을 통해 적확한 위치로 유도된다. 그 결과 건강한 혈관이 재생되고 망막조직이 허혈 상태를 벗어나면서 망막질환이 치료된다.

 

이번 연구는 안지오포이에틴-1의 메커니즘을 규명했다는 점에서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 메커니즘을 이용하면, 병의 진행을 늦추기 위해 혈관의 생성을 억제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건강한 혈관 생성을 유도하고 혈관의 기능을 강화해 병을 완치하는 방식으로 치료법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 연구원은 “아직 동물실험 단계의 연구로 임상실험 단계가 남았다”라고 전하며“ 이번 연구를 통해 망막 질환의 치료법에 큰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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