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 이상엽 교수 공동연구팀]탄력성이 높고 생체에 적합한 단결정 금 나노선 이용하면 원하는 장소에 원하는 양 만큼 생활성 분자 주입 가능해

 공상과학 영화에는 종종 사람과 동물 유전자를 합성해 초능력자를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어떻게 하면 살아 있는 세포에 유전자를 주입할 수 있을까?

우리 학교 화학과 김봉수 교수,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교수 공동 연구팀은 단결정 금 나노선을 이용한 세포 주사기를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살아 있는 세포에 생활성 분자를 전달할 수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나노 레터스(Nano Letters)>5월 2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되었다.

 

세포 손상 없이 생활성 분자 전달

이번 기술의 핵심은 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면서도 정확하게 생활성 분자를 주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개별 세포에 유전자와 같은 생활성 분자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세포 주사기를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세포 주사기는 직경이 500nm에서 수 마이크로미터짜리 유리 피펫이다. 유리관을 길게 뽑아서 만드는 주사기는 스포이트처럼 끝으로 갈수록 직경이 작아진다. 세포의 크기는 수 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하기 때문에 주사기를 깊숙이 삽입하면 세포막에 큰 구멍이 뚫려 세포가 죽는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유리관 대신 1차원 나노소재를 이용한 ‘나노 주사기’가 개발되었다. 나노 주사기는 속이 빈 탄소나노튜브를 세포에 빨대처럼 꽂아 물질을 주입한다. 그러나 세포 골격이 세포핵을 창살처럼 둘러싸 탄소나노튜브가 핵에 도달하는 것을 막는다. 따라서 DNA는 세포질에 주입되고, 세포 내 효소에 의해 분해된다. 주입된 DNA가 핵에 도달하는 비율은 0.3%에 불과하다. 이에 연구팀은 단결정 금 나노선을 이용해 나노선이 주사바늘처럼 세포핵을 찌르도록 했다.

 

단결정 나노선, 높은 탄력성으로 핵에 직접 DNA 주입

그렇다면, 단결정 금 나노선은 어떻게 세포핵에 접근할 수 있을까?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 주사기는 높은 탄성력을 확보하고 있다. 나노선이 단결정 구조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단결정에서는 모든 원자가 같은 배열을 이루고 있어 결합 사이에 끊김이 없어서 U자 모양으로 휘어진 후에도 다시 직선 구조로 돌아온다. 덕분에 단결정 금 나노선은 세포 골격을 유연하게 우회할 수 있다. 또한, 이번에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 주사기의 직경은 100nm가량으로 현재까지 보고된 수치 중 가장 작다. 복잡한 구조를 피해 핵에 도달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연구팀은 살아 있는 세포에 나노 주사기로 초록 형광 단백질 DNA를 삽입해 발현을 확인했다. 세포에 손상을 거의 주지 않고도 DNA를 핵에 삽입한 것이다.

 

▲ 세포핵까지 도달할 수 있는 단결정 금 나노 주사기 /김봉수 교수 제공

 

더 빠르고 정확하게, 자유자재로 조절 가능해

게다가 이번에 개발한 나노 주사기는 원하는 장소에 원하는 양만큼 DNA를 전달할 수 있다. 나노선 끝에 DNA를 부착해 원하는 장소에 침투시킨 후, 원하는 양만큼 결합을 끊어주면 된다.

여기에는 금의 성질이 한몫했다. 일단 금은 반응성이 낮아 생체에 투입하기에 적합하다. 게다가 금은 자기조립 단분자막(Self Assembled Monolayer, 이하 SAM)을 매우 잘 형성한다. SAM이란 기질의 표면에 유기물이 자발적으로 흡착해 만드는 얇은 막이다. 특히, 금 원자는 황(S) 화합물이 달라붙어 결합을 형성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따라서 DNA 한쪽 끝을 황(S) 원자로 치환하면 금-황 결합을 형성할 수 있다.

한 발짝 더 나아가, 연구팀은 금 원자의 높은 전기전도성을 이용한 방식도 이용했다. DNA는 (-) 전하를 띄는 인산기를 포함하고 있는데, 여기에 (+) 전하로 대전시킨 금 나노선을 접근시키면 정전기적 인력으로 결합이 형성된다. 이 방식은 복잡한 황(S) 치환 방식에 비해 시간이 훨씬 단축될 수 있다. 결합을 끊을 때는 양쪽 방식 모두 전압을 흘려주면 된다. 이때, 흘려주는 전류의 양은 주입하는 DNA의 양에 비례한다.

 

이번 연구는 유전 및 세포현상 조절을 연구하는 데에 대단히 유용하다. 김 교수는 “유전자 치료요법, 표적형 약물 전달 개발, 세포 내 신호전달 연구에서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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