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는 우리 학교 안팎의 특정한 공간이나 특이한 날짜, 또는 특별한 사람을 24시간 내에 관찰해 글과 사진으로 전달하는 신개념 ‘다큐멘터리형 르포’다.

지난달 4일과 5일, 캠퍼스는 제2회 KAIST ART&MUSIC FESTIVAL(이하 KAMF)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뜨거운 감자’ , ‘페퍼톤스’ 등 실력있는 인디밴드 10여 개가 초청되어 시작 전부터 많은 사람의 관심을 모은 KAMF, 그 이틀간의 현장을 담았다.

[10월 4일 오후 6시] “KAMF, 재미있게 놀다 갈게요”
KAMF 공연 1시간 전. 노천극장 입구는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극장 앞 도로까지 길게 서있는 줄에는 학우뿐만 아니라 아이 손을 잡고 온 외부인들도 많이 보인다. 공연 시작까지는 1시간이나 남았지만, 모두 공연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노천극장에 들어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 사이에서 인디밴드 팬인 장선연 학우(무학과 13)를 만나볼 수 있었다.

“안 그래도 찾아듣는 다수의 메이저 인디밴드들의 곡을 교내에서 들을 수 있어서 좋아요. 신나게 뛰고 놀다가고 싶어요”

[오후 7시] 드디어 KAMF 첫 공연 시작
입장이 시작되었다. 노천극장 입구에서 사람들이 차례대로 표를 손목 티켓으로 바꾸며 안으로 들어간다.

드디어 첫 공연 팀인 ‘스모킹구스’가 등장했다. 관객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스모킹구스’의 보컬이 관객들을 앞으로 부르자, 수십 명이 뛰어나가 같이 뛰놀기 시작한다.

공연이 끝나고 노천극장 부스 앞에서 특이한 머리 모양을 한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스모킹구스’다.‘ 스모킹구스’는 우리 학교 출신 밴드로 4명의 멤버 모두 우리 학교에 학, 석사로 다니고 있다.

“오늘 홈그라운드에서 공연하니까 아는 사람들도 만나고 생각보다 편했어요. 공연이라 머리를 특이하게 하고 나와서 평소에는 알아보기 어려울 거예요”

[오후 7시 30분] 잔디광장의 부스들은 어디에?
중앙도서관 앞 잔디광장은 깜깜하다. 한창 영업하고 있어야 할 부스들의 불이 모두 꺼져 있기 때문이다. 잔디광장에 있던 부스들은 전기 공급에 문제가 생겨 노천극장으로 이동한 지 오래다.

잔디광장의 어둠 속에서 ‘티바 두 마리 치킨’ 부스만이 홀로 불을 켜고 있다. 티바 두 마리 치킨 대전사업부 체인 개설 팀장 임현우 씨는 닭을 튀기며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원래 이틀간 장사하는 거였는데 적자가 커요. 지금 쓰고 있는 전기도 개인 전기를 끌어와서 쓰고 있어요.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고 속만 타죠”

속이 타기는 다른 부스들도 마찬가지다. 노천극장에 있는 한밭상사 점원도 “8시쯤에 개인적으로 전기를 설치했는데 천막도 늦게 세워주고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에요. 다음에는 이런 점을 보완해줬으면 좋겠어요”라고 불만을 표했다.

   

[오후 8시] 인산인해를 이룬 노천극장 앞
노천극장 앞 도로는 이미 주차장이다. 분석센터부터 교수 아파트까지 차가 주차되어 있어 다른 차들이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로 좁다. 공연이 막 끝난 8시, 쏟아져나오는 사람들로 도로가 한층 더 좁아졌다. 사람과 차로 가득 찬 도로 속에서 캠퍼스폴리스 이종국 씨는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생각보다 교통 통제도 잘되어 있고 주차도 깔끔하게 되어 있네요. 학생들이 수고해준 것 같아요”

[오후 9시] “스태프도 공연은 보고 싶어요”
‘뜨거운 감자’가 무대 위로 올라온다. 조명 불빛이 환하게 극장을 비춘다. 이미 밤은 깊었지만, 극장은 사람들로 꽉 차 발 디딜 틈이 없다.

워낙 유명한 밴드라 스태프들도 공연을 보고 싶어 안달이다. 표를 검사하는 박해송 스태프는 겸연쩍게 웃으며“ 공연을 안내하며 가끔 무대 앞에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노천극장 아래에서 티켓 발매를 도와주는 김호연 스태프는 “개인적으로 밴드를 좋아하고 예매해서 표도 가지고 있지만, 공연을 못 봐서 안타깝다”라며 아쉬운 심정을 전했다.

[오후 10시] 극장에 음악이 흐르는 동안 실험실에서는…
공연으로 떠들썩한 노천극장을 뒤로하고 묵묵히 지나칠 수밖에 없었던 학우들도 있었다. 과제나 연구 때문에 KAMF를 즐길 수 없던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우는 “대학원생은 대부분 평일에는 늦게 끝나기 때문에 (행사에) 참여하기 힘들어요”라며 “내일은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앞으로는 되도록 토요일, 일요일에 해주었으면 좋겠어요”라고 서운한 심정을 토로했다.

[오후 10시 30분] 뜨거웠던 첫째 날 공연이 끝나고
첫날 마지막 공연을 맡은 ‘언니네 이발관’은 학우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앙코르 2곡을 부르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공연 후, 다시 사람으로 북적이는 거리를 정리하느라 캠퍼스폴리스는 바쁘게 움직인다. 스태프들은 공연이 끝난 노천극장에 버려진 종이와 형광봉 등을 줍는다.

무대와 음향을 조율하는 일을 맡은 김은애 스태프는 KAMF에 만족한 얼굴이다.

“작년에는 돈을 내고 왔는데, 오늘은 무료 공연이라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어서 좋았어요”

밤 11시 10분. 정리가 끝난 스태프들은 이제야 겨우 저녁을 먹으러 간다.

[10월 5일 12시 30분] 따사로운 햇살 아래의 잔디밭 공연
겉옷을 입지 않아도 될 정도로 따뜻한 날씨다. 가족과 연인 50여 명이 잔디광장을 거닐고 있다. 사람들은 먹거리 부스에서 간단한 음식과 음료수를 사 들고 다양한 부스를 구경한다.

잔디광장의 무대 위에서는 ‘카르페디엠’이 공연하고 있다. 그 앞에는 30여 명의 사람이 잔디밭에 앉아 노
래를 듣는다.

30분 후, 공연이 끝났다. 대전 신탄진에서 ‘좋아서 하는 밴드’와 ‘버벌진트’를 보러 왔다던 김순영씨는 “혹시 노천극장이 어디인지 아세요?”라며 길을 묻는다. 방향을 가르쳐주자 김순영씨를 따라 몇몇 관객들이 노천극장으로 이동한다.

[오후 1시] 티켓과 비닐봉지 받아가세요
잔디광장의 티켓 발매 부스에서는 첫날과는 달리 손목티켓과 같이 비닐봉지와 일정표를 나누어 주고 있다. 스태프는 티켓 등을 나누어 주면서 쓰레기는 비닐봉지에 담아 버려달라고 말한다. G-ink의 윤명해 학우(건설및환경공학과 11)는 “환경적으로도 좋고, 책임감을 가지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에코비닐봉지를 관객들에게 나눠주자고 상상효과에 제안했다”라고 비닐봉지를 나눠주게 된 계기를 말했다.

G-ink 에코부스 옆에는 임근우 학우(무학과 13)가 북극곰 분장을 한 채로 부스를 홍보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곰이 죽는다는 것을 홍보하기 위해 분장했어요”

[오후 3시 30분] 스포츠 컴플렉스 공연이 시작하기 전
스포츠 컴플렉스(이하 스컴)으로 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이미 스컴 1, 2층에는 공연을 보기 위한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 스태프들과 스컴 경비원의 발걸음도 덩달아 바빠진다. 스컴 경비원 강신동 씨는 “스컴의 일은 다 내 소관이다”라고 말하며 스태프들을 도와 출구 표지판을 만든다.

시간은 흘러 벌써 4시 10분. 예정보다 30분 늦게 ‘에이프릴세컨드’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충남대학교에서 왔다는 조국현 학생은 “공연이 지연되어 일정과 맞지 않아 불편했어요”라며 개선할 점을 지적했다.

[오후 6시 30분] “마지막 한사람까지 최선을 다해”
공연으로 떠들썩한 스컴과는 달리 부스 대부분이 떠난 잔디광장은 한산하다. 불이 꺼져 깜깜한 잔디광장 가운데, 작은 빛이 반짝인다. 캐리커쳐를 그리는 이양선, 윤선희 작가다. 두 작가는 휴대전화의 불빛에 의존해 마지막 손님의 캐리커처를 그리고 있다. 비록 잘 보이지는 않지만 두 작가는 최선을 다해 그림을 그린다.

“작년보다 호응도는 조금 낮았지만, 음악도 좋았고 다들 기분 좋게 대해주셔서 좋았어요”

[오후 8시] 싸해진 공연 분위기
노천극장에서는 ‘브로콜리너마저’의 공연이 끝나고 ‘DJ universe’와‘ 버벌진트’의 합동 공연이 이어졌다. 먼저‘ DJ universe’가 무대 위로 올라가 “춤추며 즐겨보세요”라며 음악을 튼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중은 무대를 뒤로하고 노천극장을 나가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빠져나가 노천극장의 분위기는 축 가라앉았다. 40분이 지나 버벌진트가 무대에 올라왔다. 그제야 사람들이 다시 노천극장으로 모이기 시작한다. 버벌진트는 “야외에서 공연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 것 같다”라고 말하며 분위기를 띄운다. 노천극장 뒤에서 주춤대던 사람들도 천천히 무대 앞으로 나가 공연을 즐기기 시작한다.

[오후 9시 30분] 다 같이 즐기는‘ 김창완 밴드’
‘김창완 밴드’가 스컴에서 공연을 시작했다. 평소에 ‘김창완 밴드’를 잘 모르던 사람도 김창완을 보자마자 “아! 김창완”하며 다들 알아보는 눈치다. 오래된 밴드여서 그런지 장년층의 청객들도 많이 찾아온다. 스컴에서는 남녀노소 관계없이 ‘우리 같이 놀아요’ 등의  들으며 추억에 잠겼다.

공연이 끝난 후, 스컴 밖에는 ‘김창완 밴드’를 만나려는 팬들의 무리가 서성인다. 팬들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김창완 밴드가 어디로 나갔나요?”라며 묻는다. 결국 그 팬들은 ‘김창완 밴드’를 만나 함께 사진을
찍으며 좋아한다.

   

[오후 10시 30분] KAMF를 마치며
KAMF의 공연이 모두 끝났다. 노천극장 입구에서 서울대학교에 다니는 친구와 같이 내려오는 나지민 학우(생명과학과 10)를 만나봤다.

“KAIST 학생뿐만 아니라 모두 다 같이 즐길 수 있어서 더 신났던 축제였어요”

관객들이 모두 떠나고 난 노천극장과 스컴에는 이제 스태프들과 자원 봉사자들만이 남아있다. KAMF 자원봉사자인 조승희 학우(화학과 10)는 “생각보다 일이 힘들었지만 재밌다”라고 말하며 공연장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다. 그렇게, 이틀간의 작은 일탈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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