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서 엿본 미래, 그곳에 살고있던 니모는 과연 행복했을까

  거울을 보며 코와 입술 사이의 작은 홈을 발견한 적이 있다면 당신은 안심해도 좋다. 이 홈은 당신이 망각의 천사를 마주쳤더라는 자국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의 말에 따르면, 망 각의 천사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의 기억을 지운 후 그 증거로 인중을 남긴다.  그런데 천사는 어째서 인지 딱 한명, 니모 노바디에게만 이 자국을 새기지 않았다. 덕분에 니모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난감한 능력과 더불어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118세의 니모는 자신의 긴 여정을 되돌아보며 말문을 연다.

  니모는 살면서 운명을 바꿀 갈림 길을 두 번 만났다. 첫 번째는 엄마와 아빠의 이혼이었으며, 두 번째는 세 명의 여자아이 중 평생의 반려자를 선택하는 길이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갈림길 앞에서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한 가지 길을 선택했을 때 일어날 일들과 다른 길을 선택했을 때 일어날 일들을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니모 노바디라면 갈림 길 앞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느끼는 막막한 기분을 겪지 못할까? 니모는 이렇게 대답한다.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알 수 없어도 결정을 내릴 수 없지만, 어떤 일이 벌어질 지너무 잘 알아도 마찬가지로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말이다.

  118세 먹은 노인의 이야기이기 때문인지, 니모의 이야기는 뒤죽박죽 섞여 있으며 어지럽다. 9살의 니모, 15살의 니모, 34살의 니모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15살의 니모가 잠이 들고, 34살의 니모가 잠을 깬다. 부인도 끊임없이 바뀌며 아이들도 바뀐다. 그러다가 다시 9살의 니모가 다시 등장한다. 숟가락으로 섞었던 머스타드와 케첩이 다시 분리되고, 흩어졌던 연기가 다시 모인다. 시간이 거꾸로 흐를 수 있는 것일까? 어쩌면 노인은 모험담을 꾸며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쯤 되면 그의 이야기 속 사건들이 진짠지, 주인공들이 실존하는 사람인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자칫하면 줄거리를 놓칠 수도 있으나, 복잡한 줄거리를 풀어 내는 세련된 촬영기법이 관객을 이끌어준다. 독특한 무늬의 배경과 자세하게 묘사된 상상 속 미래의 모습은 감탄을 자아낸다. 영화에서는 여러 겹의 프레임을 활용하는데, 특히나 사진을 매개로 배경을 전환하는 장면은 촬영 기법의 절정을 보여준다. 각 부분의 분위기에 맞춰 우울한 배경, 밝은 배경, 몽환적인 배경이 적절히 표현되기에 관객이 영화의 결말에서 영화와 더불어 호흡할 수 있다.

  9살의 니모 앞에서 싸우던 엄마와 아빠가 활짝 웃는다. 강가에서 홀로 돌을 던지던 소녀가 어느새 니모와 행복하게 웃고, 서로 어긋나기만 할 것 같던 34살의 니모와 그녀는 운명처럼 다시 만나게 된다. 니모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선택이 무엇이었는 지, 아니 니모의 행복한 인생을 위한 선택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면 118세가 된 미스터 노바디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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