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공학전공 김택수 교수팀]마찰력이 낮고 표면장력이 높은 물을 기판으로 활용… 게코도마뱀 발바닥에 착안해 반데르발스힘으로 인장 시험기 부착

 우리 학교 기계공학전공 김택수 교수와 한국기계연구원 나노역학연구실 현승민 박사 공동연구팀이 물의 특성과 반데르발스힘을 이용해 나노 박막의 물성을 측정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지난달 3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 판에 게재되었다.

 

물질이 견딜 수 있는 최대 힘, 인장강도

재료의 기계적 물성에는 인장 강도와 충격치, 경도 값 등 여러 특성이 있다. 그 중 인장강도는 물질이 견딜수 있는 최대 하중을 물질의 단면적으로 나눈 값이다. 인장강도는 인장 시험기를 이용해 물질의 양쪽 끝을 일정한 속도로 잡아당겨 해당 물질이 끊어지는 지점에서의 힘을 측정해 구한다. 기존에는 상대적으로 두꺼운 재료의 인장강도만 측정했지만, 그래핀과 같은 나노미터 크기의 물질이 등장하면서 나노 박막 인장강도를 측정하는 방법도 연구되기 시작했다.

 

기존 방법으로는 나노 박막 손상되어

나노 박막의 인장강도를 측정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나노 박막만 독립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이다. 실리콘 기판 위에 나노 박막을 형성한 뒤 나노 박막만 떼어낸다. 그리고 박막의 양쪽을 인장시험기로 잡은 뒤 박막이 파손될 때까지 잡아당긴다. 그러나 이 방법은 나노 박막이 일반적인 재료보다 약하기 때문에 다루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실리콘 기판에서 나노 박막만 떼어내는 과정에서 손상이 생기기도 하고, 박막 양쪽에 인장 시험기를 부착할 때에도 박막에 구멍이 나거나 찢어지는 등의 문제가 생겼다. 두 번째 방법은 첫 번째 방법보다 나노 박막을 다루기 쉽다. 고분자 기판 위에 나노 박막을 만들고, 기판과 박막 전체의 인장강도를 측정한 후 고분자 기판만의 인장강도를 전체 측정값에서 빼주는 방법이다. 그러나 나노 박막이 얇아질수록 고분자 기판에 비해 인장강도가 너무 작아 나노 박막만의 인장강도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웠다.

 

표면장력이 높은 물을 기판으로 사용해

연구팀은 기존에 사용되던 두 가지 방법 이외에 새로운 방법을 제안했다. 물 위에 나노 박막을 놓고 인장강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물은 표면장력이 크기 때문에 나노 박막을 받치는 기판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마찰력이 낮아 나노 박막이 파손될 때 박막만의 인장강도를 측정할 수 있다. 이는 소금쟁이가 물 표면을 자유롭게 떠다니는 모습에서 착안한 것이다. 물을 사용하면 나노 박막만 측정하는 것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인장강도를 측정할 수 있다. 또 고분자 기판과 함께 측정하는 방법보다 박막만의 인장강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에 사용되던 두 가지 방법의 한계를 모두 극복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방법으로 물 표면에 55nm의 금 나노 박막을 띄우고 손상 없이 인장강도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 (a) 물 표면 위에 금 나노 박막을 띄운 모습 (b) 인장 시험기에 의해 파손된 금 나노 박막/ 김택수 교수 제공

 

게코도마뱀 발바닥에 착안한 새로운 인장 시험기 부착 방식 제안

그러나 물 위에서 인장강도를 측정하면 나노 박막에 인장 시험기를 부착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일반적인 인장 시험기는 마치 집게처럼 박막의 앞·뒤 표면을 잡는다. 그런데 물 위의 박막을 이렇게 잡으면 인장 시험기의 한쪽이 물 안으로 들어가 물결을 일으킨다. 나노 박막은 지나치게 얇기 때문에 이 물결로 인해 손상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연구팀은 기존의 인장 시험기와 달리 박막 위에만 인장 시험기를 부착했다. 연구팀은 특별한 접착 물질 없이도 벽을 타고 다니는 게코도마뱀의 발바닥에 주목했다. 게코도마뱀의 발바닥에는 미세한 섬유가 나 있어 울퉁불퉁한 벽 표면과 긴밀하게 접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단위 면적당 반데르발스힘이 세진다. 게코도마뱀은 이 반데르발스힘을 이용해 벽을 타는 것이다. 연구팀은 인장 시험기 표면에 분자량이 크고 사슬 길이가 길어 반데르발스힘이 큰 고분자를 부착했다. 나노 박막이 굉장히 얇고 가벼우므로 이 인장 시험기는 접착제 없이도 나노 박막을 부착할 수 있었다.

 

연구팀에서 제안한 인장강도 측정법은 가격이 저렴하고 상대적으로 측정 방법이 쉬워 다른 분야의 다양한 연구에도 응용될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더 얇은 나노 박막의 물성을 측정하기 위해 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그래핀과 같은 원자 1개 두께의 박막을 측정할 수 있다면 여러 물질이 원자 1개 두께일 때의 새로운 특성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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