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미술작품에는 기본이 되는 조형이 존재한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우리 주위의 자연과, 자연을 배치한 구성은 작품의 기초를 이룬다. 매일 수많은 작품들이 만들어지고 잊혀지는 세상에서 살아남는 것은 새로우면서도 기초에 충실한 작품일 것이다.

오당 안동숙 선생은 근원적인 조형의 한국화를 다루며, 한국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반 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활동하며 한국 미술계에 커다란 발자국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아 작년 제10회 이동훈 미술상을 수상했다. 오당 선생은 고향인 함평에서 자신의 미술관을 열고, 교육자로서 대전과 충청 지역 미술계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다.‘붓이 노래하고 먹이 춤추는’오당의 작품들이 11월 24일까지 대전시립 미술관에서 전시된다.

춤추는 먹과 노래하는 붓

오당은 일제 강점기에 은사로부터 전통적인 동양화를 익혔다. 그래서 그의 초기작품은 한지에 먹으로 그린 작품이 많다. 하지만 이후에는 전통적인 소재와 재료를 탈피한다. 새, 닭, 소와 같은 동물과 풍경, 인물 등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작품의 소재로 삼았고, 먹과 종이가 아닌 새로운 재료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서양화에 주로 쓰이는 재료로 그린 실험적인 동양화는 당시 한국 미술계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의 작품에는 동양화와 서양화라는 구분이 없다. 그에게 회화는 그저 대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수단일 뿐, 그것을 구분하는 관념적인 태도를 벗어나자는 오당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재료를 넘나드는 작품세계

오당은 80년대에‘은총(恩寵)’ 연작을 내기 시작했다. 주로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대상을 그렸던 이전의 작품들과는 달리 형태가 없는 추상적인 작품이다. 캔버스 위에서 선과 모양, 색의 구분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하나가 되어서 뭉친다. 그의 독실한 기독교적인 신념을 하나의 주제로 삼아 재료가 다양한 여러 작품을 내면서, 아름다움을 표현함에 있어서는 재료의 한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캔버스를 넘어서

오당은 수석을 그의 평생지기 친구처럼 여겼다. 돈을 받고 작품을 내주지는 못해도 수석을 가져온 사람에게는 작품을 주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수석을 좋아했던 오당은 수석을 작품의 소재로도 많이 사용한다. 오당의 작품은 수석을 닮았 다. 오랜 시간 동안 자연이 수많은 형태로 깎아내 만들어진 수석처럼 그의 작품도 가장 근본적인 기초 위에 다양한 재료로 그만의 조형을 표현해냈다.

오당은 도화도 많이 그렸다. 도예가들과 함께 백자 위에 산수화와 문인화를 그렸다. 그는 백자 위에 그림을 그리더라도 마치 하얀 캔버스 위에 그리는 듯 대담한 구도를 보여준다.

오당은 많은 비평가들에게“간결하고 직관적인 운필로 추상미학을 이끌었다”라고 평가받는다. 그는 동양화가 추구해야 할 세계관으로도 추상미술을 꼽을 만큼 관념적인 한계의 극복을 강조했다. 자신의 신념처럼 재료에 얽매이지 않는 표현을 했던 그의 작품을 만나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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