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욱 교수, 박승빈 교수 공동 연구팀]기존 전지의 용량 5배까지 개선 가능한 실리콘 전극… 왕겨 속 천연 다공성 구조 이용해 고질적인 용량 저하 문제 해결

 우리 학교 EEWS대학원 최장욱 교수와 생명화학공학과 박승빈 교수 공동연구팀이 벼의 도정 부산물인 왕겨를 이용해 고용량 리튬 이온 전지의 수명을 늘리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판에 7월 9일 게재되었다.

 

적은 용량을 해결하는 실리콘 전극 
리튬이온 이차전지는 가장 폭넓게 이용되는 축전지의 형태다. 리튬이온이 음극으로 이동하여 전극과 결합하면 충전되고, 전극에서 떨어져 양극으로 이동하면 방전된다. 따라서 축전지의 용량은 음극 소재가 붙들고 있을 수 있는 리튬 이온의 양에 의해 결정된다. 현재 가장 활발하게 음극 소재로 이용되는 흑연 전극의 경우 탄소 원자 하나당 0.17개의 리튬이온이 결합한다.
하지만 흑연전극을 사용하는 축전지의 용량은 충분하지 않다. 스마트폰을 하루종일 사용하는 것도 힘들다. 이러한 용량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것이 실리콘 음극 소재다. 실리콘의 경우 원자 하나가 4.4개의 리튬이온과 결합할 수 있어 기존 흑연 전극보다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진 축전지를 개발할 수 있다. 이론상 실리콘 전극을 이용하면 저장할 수 있는 리튬이온의 수는 흑연의 10배다. 실제로 실리콘 전극은 축전지의 용량이 5배까지 늘어난다.
 
급격한 부피변화로 상용화에 걸림돌
그러나 실리콘 음극 소재는 충전, 방전 과정의 큰 부피 변화 때문에 내구성에 문제를 보여 왔다. 실리콘 원자 하나당 결합하는 리튬 이온의 수가 많은 만큼, 충전되면서 실리콘 전극의 부피는 3배까지 급격히 증가한다. 이후 축전지가 방전되면서 부피가 줄어들면 팽창되어 벌어졌던 실리콘 전극의 균열이 그대로 남아 전극을 갈라지게 한다. 이러한 균열은 리튬 이온과 결합하는 새로운 계면으로 작용해 실리콘 전극을 점점 더 커지게 한다. 이러한 과정은 리튬에서 떨어진 전자를 받아들이는 구리 전극과 실리콘 전극의 결합을 약하게한다. 결과적으로 방전 과정에서 생성되는 전자를 모으기가 힘들어져 축전지 용량이 급격하게 저하되는것이다. 이러한 충전·방전 주기의 불안정성은 실리콘 전극을 이용한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핵심 문제점으로, 이와 관련된 많은 연구가 계속되어 왔다.
 
▲ (A) 왕겨의 전자현미경 사진 (B) 확대 관찰한 다공성 구조 (C) 다공성 구조로 개선되어 여러번의 충전·방전에도 안정적인 용량/ 최장욱 교수 제공
 
다공성 실리콘 구조에서 해결책 찾아
가장 대표적인 해결책은 실리콘을 다공성 구조로 만들어 리튬이온과 결합한 실리콘 화합물이 팽창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실리콘 나노 구조 형성 공정이 복잡하고 큰 비용이 필요해 상용화가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러한 다공성 실리콘 구조가 도정 과정 부산물인 왕겨에 자연적으로 존재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왕겨는 대표적인 농업 부산물 중 하나로 전 세계적으로 4억 7천만 톤의 왕겨가 생산되고 있음에도 퇴비나 보온재로써 일부 이용될 뿐 산업 재료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었다.
 
왕겨로부터 다공성 실리콘 구조 얻어
연구팀은 왕겨에서 순수한 실리콘 다공성 구조를 얻어내는 데 집중했다. 쌀의 껍질인 왕겨는 실리콘뿐 아니라 칼륨, 나트륨, 칼슘과 같은 금속 이온, 셀룰로스와 같은 유기물질도 함유하고 있다. 금속 이온과 결합한 실리콘은 일반적인 실리콘 산화물보다 녹는점이 낮다. 따라서 순수한 실리콘을 얻기 위한 열처리 과정에서 다공성 구조가 녹아 망가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연구팀은 산을 이용해 금속이온들을 제거했다. 그 다음 유기물질과 섞인 자연 상태의 실리콘 산화물을 순수한 실리콘으로 바꾸기 위해 마그네슘 열처리를 했다. 이 과정을 거치면 실리콘과 결합했던 산소가 마그네슘과 결합해 왕겨 시료는 순수한 실리콘과 마그네슘 산화물의 혼합물로 변한다. 이후 전 반응의 부산물인 마그네슘 산화물을 산처리를 통해 제거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왕겨로부터 99.5%의 순도를 가진 실리콘 다공성 구조를 얻어 낼 수 있었다.
 
이 연구는 값비싼 나노 구조 합성 공정을 이용하지 않고 농업 폐기물로 쓰이던 저렴한 왕겨를 원료로 실리콘 음극 소재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특히 왕겨를 이루는 다공성 구조는 서로 연결되어 있어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합성한 실리콘 전극보다 높은 효율을 보인다. 왕겨로부터 만들어 낸 실리콘 전극은 100주기 후에도 용량의 72%를 유지했지만, 합성해낸 실리콘 전극의 경우 50주기 후 용량의 23% 밖에 사용할 수 없었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 정대수 박사(EEWS대학원 박사후과정)는 “왕겨 표피로부터 추출해낸 다공성 실리콘 전극이 우수한 용량 유지 특성을 가지는 것을 확인했다”라며 “본 공정을 대량 생산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량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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