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걸탄 학부총학생회 기획국장

우리 학교에서 행사를 기획하다 보면 항상 마주하는 문제들이 있다. ‘어떻게 하면 기숙사에 앉아 컴퓨터 하는 학우들을 행사장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다. 우리는 즐거운 학교생활을 바라지만 동시에 귀찮은 일은 바라지 않는다. 나는 올 한 해 총학생회 기획국장으로 일하면서 무엇보다 이 사실을 염두에 두고 행사들을 기획했다. 아무리 알차고 뜻깊은 행사라도 학우들에게 외면받는 행사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취업박람회는 다른 행사들과 달리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더 많았다. 보통의 학우들의 입장과 실무자의 입장 정도만 고려하면 되지만 취업박람회는 기업의 입장까지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취업박람회에 참가비를 지불하고 참가한다. 그래서 어떤 실수가 있었을 때 사과 정도로 해결할 수 없다. 이번 행사를 기획하며 가장 긴장하게 만든 요인이다. 기업들은 요청사항을 전달해도 내부결제에 걸리는 시간이 길고 절차가 복잡해 미리미리 요청사항들을 정리해야 했다. 부스 배치는 기업들의 요구사항이 가장 많았던 부분이다. 이 부분은 행사 당일 까지도 학우들이 많이 찾는지 찾지 않는지에 따라 요청사항이 많았다. 기획단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공정하려고 노력했다. 유명한 대기업들의 경우 조금은 구석에 배치하고 학우들이 잘 찾지 않는 중소기업의 경우 오히려 좋은 자리에 배치했다. 반면 부대행사에 참가하는 기업들은 우리가 비용을 지불하고 섭외했다. 비용을 지불하는 만큼 학우들의 수요가 중요했다. 기본적으로 작년의 프로그램을 참고했지만, 작년에 인기가 많았던 메이크업이나 사진촬영에 더욱 신경을 썼다. 사실 다른 일반적인 취업박람회에서 부대행사는 중요도가 낮지만 우리 학교 취업박람회의 경우에는 학우들이 본격적으로 취업을 생각하지 않고 그저 둘러보기 위해 행사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 부대행사의 중요도가 높다. 취업박람회는 그간 진행했던 행사 중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행사였지만 행사 이후에 돌아보니 학우들이 얻어갈 것도 많고 실제로 반응도 좋았던 보람찬 행사였던 것 같다.

KAMF는 취업박람회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취업박람회와 달리 KAMF는 학우들의 즐거움을 위해 기획된 행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산규모는 학생회 행사 중 가장 크기 때문에 기획은 치밀해야 한다. KAMF 기획의 첫 단계는 기획사와의 역할 분담이었다. 이를 위해 학생회 임기가 시작되는 겨울방학부터 기획사 대표와 미팅을 지속해 왔다. 아무래도 학생의 관점에서 아티스트들의 사정을 잘 몰라 아티스트 섭외 및 계약과 무대설치를 기획사에서 맡고 학생회에서는 전반적인 부스 운영이나 콘텐츠 구성을 맡았다. 이 부분까지는 단순한 역할 분담이었지만 쟁점은 수익분배였다. 학생회는 수익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수익부분까지 예측하여 행사에 재투자해 행사의 규모를 늘리기를 바랬고 기획사의 입장에서는 수익이 유동적이라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려워했다. 여러 차례 회의 끝에 결국은 학생들의 티켓값은 보증금 명목으로 싸게 받고 모두 행사에 재투자하고 기획사는 외부인 티켓에 대해서만 수익을 인정하기로 했다. 작년에 비해 행사의 흥망에 의해 기획사의 수익이 결정되는 만큼 기획사는 행사제작에 적극적이었고 그 결과 올해 KAMF라인업이 작년에 비해 개선되었다. 아직 행사까지 한 달 여가 남은만큼 더욱 심혈을 기울여 성공적인 행사가 되도록 할 것이다.

사실 학업에만 집중해도 쉽지 않은 우리학교를 다니면서 학생회 활동을 하는 것이 쉬운일은 아니다. 어떤 보상이 있는것도 아니고 누가 알아주는 일도 아니다. 한참 힘들때는 그냥 모두 그만두고 싶을때도 많다. 그러나 그렇게 고생한 후 성공적으로 개최되는 행사를 지켜볼때면 모두 보상받는 느낌이다. 늘 고생하는 학생회 간부들에게 학우분들의 응원은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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