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사회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과학기술의 한 발짝이 주가를 요동치게 하며 사회 운동의 한 가닥은 내일의 연구 과제를 좌지우지한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들은 대중에게 구름 위의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람들이 부대끼는 삶과 밀접한 연구가 부족한 탓이다. 그런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동네 구멍가게처럼 친근한 존재로 다가가는 과학상점(Science Shop)이 탄생했다.

 
과학을 판매하지 않는 과학상점
 
과학상점이라는 명칭은 언뜻 보면 과학을 판매한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돈을 받고 과학을 판매하는 일은 이들의 설립 목적에 어긋난다. 과학상점은 재정적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연구를 수탁받아 해결해 주는 곳이다. 주로 지역주민회, 시민단체나, 노동조합 등 사회적 약자가 과학 상점의 소비자가 된다. 과학상점은 이들이 요청하는 연구를 무료로 수행한다. 연구 주제 자체도 상업성이 없어야 한다.
 
과학상점의 설립 배경에는 과학의 사유화·상업화를 경계하는 시선이 있다. 상아탑 속에 갇혀있던 과학기술은 ‘사회계약’을 맺기 시작하며 세상으로 나왔다. 사회계약은 2차 세계대전 직후, 국가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과학기술에 자본을 투입하, 그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경향이다. 그러나 이 흐름은 1980년대, ‘산학협동’이라는 형태로 과학기술이 산업적 이윤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기업의 자본이 투입되며 연구 성과는 지식재산이라는 상품이 되었다. 
 
하지만 부작용이 따랐다. 과학의 공공성은 훼손 받았고 지역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점점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과학상점은 이러한 현상에 대안을 제시하고자 설립된 기관이다.
 
돈 대신 ‘대중의 시각’ 지불받아
 
그러나 상점이라는 표현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과학자는 시민에게 대가를 지불받는다. 바로 사회에 대한 이해다. 
 
과학상점에서 진행되는 연구는 시민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되고, 그것이 실제로 해결이 되어야만 끝난다. 현장 조사를 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등 연구의 전 과정에 시민이 참여한다. 과학자가 가진 전문지식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가진 일반적인 지식 역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시각이다. 이를 통해, 과학자는 연구소 밖에서 당면하는 현실이 무엇인지 배운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 니베르달 지역 주민들은 자신의 지역에 건설될 예정인 터널이 진동과 소음 문제를 일으키고 교통체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지역 과학상점에 연구를 의뢰해 문제를 해결했다. 해당 연구를 진행했던 대학원생은 공공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문제와 주민들의 현실적인 이해관계에 대해 다양한 지식을 갖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과학상점 ‘참터’
 
우리나라에도 과학상점이 존재한다. ‘참터’라고 불리는 대전 시민참여연구센터(CPPR)가 그것이다. 2004년 설립된 이후 철도정비창 지하수 식수 오염도 조사와 대전 1, 2공단 환경오염 및 악취 대책활동 등 설립 이후로 60여 가지 연구를 수행했다. 
 
그러나 최근 과학상점으로서의 활동은 미진하다. 청소년 연구조사 활동과 각종 토론회, 포럼은 개최하고 있지만, 연구업무 수행은 자취를 감췄다. 예산 문제와 지역 주민에게 홍보부족 등의 어려움으로 전 세계적으로 과학 상점은 감소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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