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에서는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비정규직법)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비정규직이란 고용의 유연성을 위해 회사나 단체에서 일정한 기간 동안 계약하는 임시직을 말한다. 정규직은 회사에 정식 고용되어 월급 외에 보너스 수당과 산재 보험, 일정 기간의 고용 보장 등의 혜택을 누린다. 이에 반해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월급도 적고 보너스도 거의 못 받을 뿐만 아니라 고용 기간도 정규직보다 훨씬 짧다. 따라서 회사입장에서는 당연히 비용이 적게 드는 비정규직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는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해 비정규직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그 중‘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한에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라는 조항이 문제를 빚고 있다. 지난 1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전국 60% 이상의 기업과 단체에서는 정규직 전환 대신 비정규직을 해고해 유례없는 대량 실업상태를 만들었다. 노동부가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전국 9,769개 사업장을 실태 조사한 결과, 839곳에서 4459명(71.9%)이 실직하고 360곳에서 1,740명이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를 두고 정부와 여야는 서로 다른 태도를 표명한 채 마땅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더욱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민주당은 참여정부 시절 이미 이와 같은 법이 실행되었지만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며 법을 고수하려고 한다. KTX 여승무원 대량 해고 사태, 이랜드 계열이었던 홈에버의 대량 해고 사태 등이 유발되었지만, 이러한 문제는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어느 법안이든 간에 과도기에 늘 발생하던 일이라며 무책임한하고 무성의한 답변만 늘어놓는다. 또한, 각각의 기업이 회전문 역할을 하여 해고된 직원 수만큼의 취업자가 발생할 것이므로 대량 해고 사태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예측만 할 뿐 실질적인 대안은 제시하지 못한다.

 여당은 비정규직에서 정규직 전환 문제는 2년에서 4년으로 늘리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법안 역시 미봉책에 불과하며, 결국 고용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만든 법안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이 정책의 더 큰 의도는 자신들 정권의 근무자에 대한 대량 해고사태를 막아 정권유지를 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정부 역시 실직자를 위한 뚜렷한 지원정책을 발표하지 않고 있어 전형적인 무책임, 무능력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독일의 비정규직법과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눈길을 끈다. 독일의 임시직 노동자는 보통 6개월을 계약하고, 일을 잘하면 1년 연장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과 휴일 등에 차이를 두지 않아, 기업과 고용주의 악행을 사전에 방지했다. 또한, 독일은 고용창출 금융지원제도를 시행해 비정규직이나 실업자를 정규직 근로자로 채용하는 중소기업체와 자영업자에 대해 1인당 10만 유로(한화 약 1.7억 원), 사업체당 400만 유로(한화 약 68억 원)까지 지원하도록 되어 있다.

 비정규직법 핵심은 고용불안에서부터 나왔다. 하지만, 실제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여야의 공방으로 오히려 사회의 약자인 비정규직에 혼란만 가중시켰다. 여야는 엇갈리고 일관성 없는 태도로 각자의 이익을 취하려는 자세를 버리고 민생을 위한 정치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 역시 이 문제를 차일피일 무관심과 무책임으로 회답하기보다는 금융지원제도 등의 확실한 해결책을 갖고 이른 시일 내에 해결을 해야 한다. 현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제정되었지만, 실질적으로 사회의 필수 구성요소인 비정규직을 사회 밖으로 몰아냈다. 비정규직을 편리한 해고, 임금삭감 등의 악행을 위한 도구가 아닌, 불가피한 업무시 정규직 대체 인력 등으로 한정해 그들의 권리와 안정을 확보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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