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며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오른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한국에 출판되었다.
주인공 쓰쿠루는 고등학교 때 만난 4명의 친구들과 깊은 유대를 형성한다. 그들은 그룹을 이뤄 몇 년간 조화로운 공동체를 이룬다. 몇 년 후, 4명의 친구들이 홀연히 쓰쿠루에게 절교를 선언한다. 쓰쿠루는 영문도 모른체 깊은 상실감과 공허함을 느끼고 죽음의 문턱까지 다다른다. 쓰쿠루는 30대 중반에 접어들고, 옛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4명의 친구를 찾아 ‘순례’를 떠난다.
어느 날, 문득 떠올라서 책상 앞에 앉아 소설을 썼다는 작가의 말처럼 쓰쿠루의 고민은 현대인의 고민과 유사하다. 친구들의 뚜렷한 색채에 비해 빛바란 자신의 개성을 비관하는 쓰구루의 고민처럼 일상적 사색이 독자의 감성을 긁는다. 또한 가장 편안하고 굳건한 존재라 믿었던 친구 사이 유대의 섬세함, 그로 인한 타격의 심각함을 풀어내는 방식도 흥미롭다. 무심코 지나가는 평범함의 틈새를 교모히 잡아내는 하루키 특유의 고찰이 돋보인다.
단순히 재미로만 읽어도 괜찮은 소설이다. 절교의 이유를 쓰쿠루가 밝히는 과정은 여타 추리소설의 긴장감에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 쓰쿠루의 상황과 고민에 동감하며 읽는다면 작가의 관찰력에 탄성을 지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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