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수 전산학과 교수가 집필한 저서 ‘특허 무한도전’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허관련 서적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특허는 누구나 할 수 있다” 50개의 특허 출원, 25개의 특허 등록을 보유하고 있는 한 교수에게, 특허에 대한 그의 가치관과 전망을 들어보았다.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제가 회사를 운영한 적이 있습니다. 한 번은 회사가 어려울 때 핵심 엔지니어들이 모두 대기업으로 가버린 적이 있습니다. 그 때 회사에 남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기술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기술이라는 것은 특허로 남겨야한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당시 회사에 가치를 남기고 나의 연구 기술을 자산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여태까지 연구했던 내용과 새로 아이디어가 생길 때마다 특허를 써갔습니다. 그렇게 사내특허 20개, 특허출원 50개, 특허 25개를 등록하고 나니, 나 혼자서만 특허를 낼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에게 특허에 대해 알려줘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허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책에서 특징적인 점을 꼽자면?

주로 변리사, 특허심사관, 기자, 작가 등 발명하는 당사자가 아닌 발명을 관찰하고 심사하고 도와준 사람들이 쓴 특허 책들은 발명이 마지막에 어떻게 끝나는지는 알지만 어떤 계기로 발명이 시작되는지는 잘 모르기 때문에 책의 내용이 부실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특허 제도에 대한 내용보다는 발명가의 입장에서 어떤 기술이 특허가 되는지, 어떻게 특허를 내야하는지를 이 책에 담았습니다. 특허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을 전달하기 보다는 그 순간순간을 사례로 전달해 독자가 더 편안하게 특허에 다가올 수 있게끔 책의 내용을 담았습니다.

 

‘학부생’이 특허를 내는데 팁이 있다면?

제가 고등학교 때 당구를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당구장 마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처럼 세상은 자신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부터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특허도 발명을 먼저 해서 특허를 내야겠다고 생각하면 성취가 부진하지만 특허를 먼저 배우면 그 때부터 발명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특허를 가르치는 교육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허에 관한 책을 읽고 특허에 눈을 뜨기 시작해야합니다.

 

수십 개의 특허를 내면서 어려웠던 점은?

처음에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자신만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상당한 노력을 투자해 명세서를 작성해도 90% 확률로 심사에서 기각됩니다. 기각되는 첫째 이유는 선행 유사 기술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허를 낼 때도 선행 기술을 잘 조사해야합니다. 또 내 아이디어가 유일하다고 해도 특허에 대한 권리 범위를 넓히는 과정에서 기존에 있던 선행기술 특허의 권리와 접촉이 일어나 기각되기도 합니다. 권리범위를 좁히면 특허등록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실제 권리를 행사할 때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갈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부분은 답이 없기 때문에 변리사와 같은 사람들과 협의하면서 적절한 권리 범위를 잡아야 합니다.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는지?

가장 중요한 것은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야한다는 것입니다. 반짝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특허로 등록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또한, 많은 경우 다른 사람과 나의 지식이 연결되거나 서로 다른 장치가 연결될 때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옵니다. 스마트폰과 자동차, 스마트폰과 엘리베이터 같이 서로 다른 장치를 서로 연결하는 포인트에서 지금까지 없었던 서비스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학우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은?

이공계와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끌어나가고 있는 KAIST가 현대 사회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특허를 잘 모르는 학생들을 배출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KAIST가 우리나라 특허에 관련해서 최고라는 인식이 사회에 널리 퍼지면 ‘역시 KAIST는 뭔가 다르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KAIST에서 만든 특허기술로 기술 수입료가 많아져 KAIST를 살찌우면 구성원에게는 물론, KAIST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 더 나아가 인류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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