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강의, 국제화 아닌 미국화 우려”
학생의 적극적 참여 위해 언어 장벽 없어야

우리 학교 교수들이 지난달 20일 발행된 KAIST 교수협의회(이하 교협)보에 영어강의의 문제점을 제기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교수들은 영어강의의 문제점으로 ▲미국 박사학위 출신 교수 편중 발생 ▲지식 전달에 방해 ▲외국인 학생의 국어 학습 문제 등을 들었다.

김광준 교협회장의 분석에 의하면 우리 학교의 조교수와 부교수가 박사학위를 취득한 국가의 분포는 한국 76명(26.9%), 미국 188명(66.4%), 영국, 캐나다 등의 영어권 국가 4명(1.4%), 비영어권 국가 7명(2.5%)으로 미국 출신이 압도적이다. 특히, 영어강의 전면화 이후에는 비영어권 국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교수의 비율이 5.3% 감소했다. 김 교협회장은 “제조기술, 소재/부품 분야는 비영어권 선진국이 미국보다 훨씬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라며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교수 비율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영어강의가 지식 전달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세영 기계공학전공 교수는 “영어강의로 인해 교수가 의도한 지식 전달이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라며 교과목의 성격이나 교수와 학생의 영어 실력에 따라 강의에 사용하는 언어를 탄력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박승오 항공우주공학전공 교수도 교수와 학생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대다수 학생에게 이해하기 쉽지 않은 내용을 영어로 강의한다고 할 때 강의에 집중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박 교수는 100% 영어강의가 외국인 학생으로 하여금 우리말을 배우는 동기와 노력을 부족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인 학생이 우리말을 배우면 추가적인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전기및전자공학과의 송익호 교수는 “명강의를 외국학생이 우리말을 배워서라도 들으려 하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국제화다”라며 다소 강도 높은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서남표 전 총장이 시행한 영어강의 전면 확대 정책은 여러 차례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실제로 지난 5월 학부총학생회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학부생 중 50%가 영어강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교육 및 이노베이션 위원회 분과의 영어 소위원회에서는 이러한 여론을 반영해 영어강의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한편, 강성모 총장은 지난 6월 총장과의 대화에서 “KAIST가 국제적인 대학이라면 영어를 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등 영어강의를 지속하겠다는 견해를 밝힌 적이 있다. 강 총장과 현장의 반응이 충돌하는 만큼 영어강의 정책이 성공적으로 이어나가기 위해서 영어강의 정책의 개선과 보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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