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강 제한 제도 완화, ‘학점세탁’에 악용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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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강 제한 제도 완화, ‘학점세탁’에 악용 안 돼
  • 카이스트신문
  • 승인 2013.09.03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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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및 이노베이션 분과 학생 소위원회의 결정을 반영해 지난 8월 22일 교과과정심의위원회에서 재수강 기준을 완화하는 안이 통과되었다. 이로써 서남표 전 총장의 재임 시절 강화된 재수강 제한 제도는 이번 학기부터 다소 완화되어 시행된다. 개정 이전 재수강 제도는 재수강 이후 취득할 수 있는 학점의 상한을 B+로, 재수강 횟수도 재학 중 3회로 제한했으며, 재수강료도 학점 당 75,000원으로 인상되었다. 이번 개편으로 취득할 수 있는 학점의 상한은 A-로 높아지고, 재수강 횟수도 5회로 늘어나게 된다. 

재수강 제한 제도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재수강이 학생의 당연한 학습권인지, ‘학점 세탁’을 위한 도구인지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학생이 특정 교과를 수강하고도 배움이 충분하지 않다면 당연히 그 교과를 재수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 학교에서 재수강을 제한한 것은 재수강 제도가 순수한 학습권 보호 차원에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낮은 학점을 올리려는 ‘학점 세탁’의 방편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똑같은 과목을 두 번째 듣는 학생은 처음 듣는 학생보다 높은 학점을 받기에 유리하다. 재수강이 무제한으로 허용되면 높은 학점은 재수강 학생이 차지하고, 낮은 학점을 받은 학생은 또다시 재수강의 유혹에 빠지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 재수강 제한 제도가 강화되기 이전 우리 학교 역시 그러한 악순환에 빠져 있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학점은 해당 과목에 대한 성취 지표이다. 원론적으로 학점은 특정한 과목을 수강한 이후 해당 과목을 얼마만큼 잘 이해했는지 표시하는 지표일 뿐이다. 하지만 오늘날 학점은 대학원 진학, 유학, 취업 등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 사실이다. 학부 1학년부터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저학년 때 공부를 등한시했던 학생이 뒤늦게 공부의 즐거움을 깨닫는다면, 저학년 때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는 필요하다. 

이번에 재수강 기준을 완화한 것은 학생 대표와 교수, 교직원이 마주앉아 학교가 학생들이 학점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의 최대치를 합의한 데 큰 의미가 있다. 서남표 전 총장 때 강화된 재수강 제한 제도에는 학생의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대학은 학문을 탐구하고 연구하는 곳이지 단지 학점을 취득하는 곳이 아니다. 단지 학점을 높이기 위해 한 학기씩, 1년씩 졸업을 미루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재수강 제한 제도는 우리 학교가 선구적으로 도입했고 이제 국내 유수 대학으로 확대되고 있다. 재수강 제도가 완화된다고 학점을 높이기 위해 졸업을 미루는 어리석은 학생이 늘어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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