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8일부터 21일까지 광주에서 개최된 세계기록유산회의에서 난중일기와 새마을운동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세계기록유산은 기록유산을 각 나라가 아닌 모든 인류의 공동소유물로 여기고 이것이 미래세대에 전수될 수 있도록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렇기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된 문화재는 곧 세계인에 의해 인정받은 자료임를 의미한다. 이번에 진행된 회의에서는 50개국 84점의 기록유산에 대해 심의가 이루어졌다. 유네스코는 우리나라가 요청한 난중일기와 새마을운동기록물 2건에 대해 등재 권고를 내렸다. 


<난중일기> 해독을 위한 노력
난중일기가 등재된 데에는 원문에 가깝게 번역하려는 노력이 크게 이바지했다. 이순신은 임진왜란이 일어난 해인 1592년 1월 1일부터 노량 해전에서 전사하기 이틀 전인 1598년 11월 17일까지 약 7여 년의 생활을 난중일기에 친필로 기록했다. 난중일기는 <임진일기>, <계사일기>, <갑오일기>, <을미일기>, <병신일기>, <정유일기> 2권, <무술일기>로 총 8권이다. 이순신은 일기에 각 해의 간지만 표기했으나 정조가 이순신의 공을 기려 <이충무공전서>를 편찬한 난중일기가 지금까지 이어져 온다.
난중일기 초본의 경우 초서로 집필되었고 마모된 글자나 손실된 부분이 많았다. 초서는 곡선 위주의 흘린 한자 서체로 다른 글씨에 비해 알아보기 힘들다. 때문에 18세기에 출간된 난중일기 전서에 다른 의미로 해독된 부분이 많다. 이후 몇 차례 재해독 과정으로 잘못 해독된 부분이 점차 수정되었다. 이러한 수정 과정에 <충무공유사>가 큰 도움을 주었다. 충무공 가문과 연관이 있는 미상의 저자가 충무공의 공을 기리기 위해 <충무공유사>를 집필했다. 이 역시 초서로 작성되어 2000년도에 들어서야 난중일기의 결손 부분을 복원하는 데 이용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2007년도에 <충무공유사>가 보다 정확히 해독되었고, 소실되었던 <을미일기> 30일 치, <병신일기> 1일 치, <무술일기> 1일 치를 복원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난중일기는 저자의 본래 의도와 내용을 담은 책으로 다듬어졌다.

충무공 이순신의 냉철함과 인간 이순신의 인간적인 면모 드러나
유네스코는 사전 심사에서 난중일기에 대해 예비 등재 권고 판정을 내렸다. 즉 최종 논의가 이루어지기 전에 이미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데 동의했다. 유네스코는 “개인이 쓴 일기 형식의 기록이지만 전쟁 기간에 해군의 최고 지휘관이 직접 매일의 전투 상황과 개인적 소회를 현장감 있게 다뤘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나 세계사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기록물이다”라고 평가했다.
난중일기는 전투 상황은 물론 기후나 지형, 일반 서민들의 삶에 대한 기록으로 당시 생활상을 표현하고 있다. 이순신이 이들의 어려운 사정을 측은하게 여기는 면모를 난중일기에서 찾을 수 있다. 임진년 전쟁이 발발한 직후, 이순신은 일본군의 횡포로 백성들이 큰 피해를 보자 그들을 곤경에서 해방하는 일이 무엇보다 급하다는 서신을 임금께 고했다. 또한, 병신년 전세가 급격히 불리해지자 “만일 서쪽의 적이 급한데 남쪽의 적까지 동원된다면 임금이 어디로 가시겠는가를 되풀이하며 걱정하다가 말할 바를 알지 못했다”라며 임금을 곁에서 지킬 수 없어 괴로워한다. 명량해전을 기록한 부분에서는 충무공이 부하들의 심정을 깊게 헤아리면서도 부하를 이끄는 지휘관의 태도를 유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적의 배를 보고 놀란 군사들에게 “적이 비록 천 척이라도 감히 우리 배에는 곧바로 덤벼들지 못할 것이니, 조금도 동요하지 말고 힘을 다해 적을 쏘아라”라며 불안에 떠는 마음을 부드럽게 타이른다. 하지만 곧바로 싸움터에서 망설이는 안위에게는 “네가 억지 부리다 군법에 죽고 싶으냐?”라고 엄하게 꾸짖어 마음을 다잡도록 한다.
전쟁과 부하를 신경 쓰면서도 항상 어머니와 가족을 염두에 두고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전쟁 중이라 어머니의 생신을 챙기지 못하는 애달픈 마음과 어머니의 병세가 조금 나아진 전갈을 받으면 크게 기뻐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명량 대첩이 발발하기 전 충무공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에는 “어머님 영전에 하직을 고하고 울부짖으며 곡하였다. 어찌하랴. 어찌하랴. 천지 사이에 어찌 나와 같은 사정이 있겠는가. 어서 죽는 것만 같지 못하구나!”라고 참담한 심정을 드러내며 어머니를 잃은 심정을 진솔하게 읊어냈다.
난중일기에 이순신의 곧은 성품만이 기록되어 있지는 않다. 평소 품고 있던 두려움과 걱정 그리고 장수들과의 갈등을 진솔하게 서술함으로써 이순신의 인간적인 면모를 일깨운다. 그렇기에 당시의 상황을 연구하는 연구자료 뿐만 아니라 동시에 세대를 어우르는 문학작품으로 그 가치를 인정 받았다. 이처럼 주변 사람들과 환경에 대해 통찰력과 애정을 동시에 담아 서술한 작품은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 난중일기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중에 남긴 8년간의 일기다.

세계인이 건네받은 난중일기
이순신은 일분일초를 다투는 긴박한 전쟁 중의 상황을 초서체로 난중일기에 담았다. 오랜 시간 동안 깊은 생각을 꾹꾹 눌러쓴 여느 책과는 다르기에 난중일기는 더 큰 가치를 가진다. 느긋한 상황이 아님에도 이순신은 담고자 하는 모든 것을 기록해나갔다. 한 나라의 임금에게 충성하는 신하로서, 수많은 적군을 눈앞에 둔 지휘관으로서, 어머니를 모시는 아들로서, 가정을 보호하는 가장으로서 충무공은 우리에게 난중일기를 건넸다. 그 속에서 어떤 가치를 발견하는지는 우리의 몫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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