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에는 좀비영화가 풍년이다. 지난 봄에 좀비멜로영화 ‘웜 바디스’가 선보인 데 이어, 얼마전‘월드 워 Z’가 개봉했다. 원작이 동명의 베스트셀러인 덕분에 ‘월드 워 Z’는 작년부터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공개된 예고편은 소름 끼치는 좀비들을 보여줘 주목을 더욱 가중시켰다. ‘월드 워 Z’는 중반부까지 나무랄 데 없는 완벽한 영화다. 하지만 시원찮은 결말 덕분에 극장을 나오는 관객의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처지로 전락했다.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세계는 어느 날 정체 모를 바이러스에게 공격 받는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극도의 공격성을 띄며 정상인을 공격하는 ‘좀비’로 변한다. 세상이 급속도로 좀비에게 침식되는 와중에 UN 소속 조사관 제리는 바이러스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좀비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요소는 긴장감이다.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좀비, 그들의 빠른 다리와 특유의 공격성은 관객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월드 워 Z’ 역시 다른 좀비영화를 답습하며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다. 특히 이스라엘에서 좀비들이 쌓아올리는 좀비탑 장면은 단연 압도적이다. 거기에 ‘월드 워 Z'는 현실감을 부여해 차별성을 두었다. 이전의 좀비영화가 고난을 겪는 한 명의 인물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월드 워 Z'는 좀비 현상에 각 나라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보여준다. 그래서 단순한 서바이벌 영화가 아닌, 인류가 주적에 맞서는 재난 영화의 성격을 띄어 현실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 영화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관객들의 기억에 가장 강렬히 남아야 할 영화의 끝 마무리가 몹시 엉성하다. 다 된 영화에 재를 뿌렸다. 세계를 장악했던 좀비 문제가 몇 마디의 나레이션과 찰나의 장면으로 해결된다. 영화 내내 부단히 붙잡고 있던 긴장의 끈을 놓아버리는 기분이다. 야심찬 여름철 블록버스터 ‘월드 워 Z'는 졸지에 시원찮은 결말이 어떻게 영화를 망치는지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중반부까지 심장이 가쁘게 뛰던 한 관객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아쉽다.
하지만 허무한 결말 때문에 이 영화를 말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영화 내내 흐르는 미칠듯한 긴장감은 여느 좀비영화보다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비록 뒷심이 부족한 영화지만, 당신의 등골을 시원하게 만들 ‘월드 워 Z’를 조심스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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