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 아닌 성명 발표로 참여 수준 완화

'국정원 정치 개입’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 발표 후 202일, 교수·시민단체·대학생 등 각계에서 시국선언과 규탄 성명 발표가 이어지며 나라 안팎의 여론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특히, 대학생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19일 서울대학교 총학생회가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규탄 성명을 낭독한 것을 시작으로, 이화여자대학교와 경희대학교, 성공회대학교 등 여러 대학으로 시국선언 발표 움직임이 급속히 퍼졌다. 우리 학교 학부총학생회(이하 총학)도 지난달 27일 “국가권력이 훼손한 민주주의, 속히 회복해야 합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모든 학생들이 총학생회의시국선언을 반기는 것은 아니다. 시국선언 지지 여부가 개인에 따라 갈리는 만큼, 총학생회가 학우 대변을 위한 여론을 잘 수렴하지 않고 시국선언을 진행했다는 비판이 따르기도한다. 우리 학교 역시 성명서 발표까지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다.

우리 학교 시국선언 논란은 서울대학교 시국선언 소식을 접한 한 학우가 학내 커뮤니티 ARA에서 우리
학교 총학의 참여를 요구하며 시작되었다. 이에 총학은 지난달 20일 ‘국정원 정치개입 KAIST 학부총학
생회 거취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이어서 총학은 지난달 21일부터 24일까지 전체 학부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임시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 의결을 통과해 성명서가 발표되었다. 설문조사는 크게 ‘국정원 정치 개입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와 ‘학부총학생회는 국정원 정치 개입 사태를 해결하는 데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2개 문항으로만 꾸려졌다. 전자의 경우 대부분 ‘문제가 있다’라고 답했지만 후자에는 56%만이 총학의 참여에 동의했다.

여론 수렴 과정에서 “총학이 학우들의 정치적 입장을 대변해도 되느냐”라는 부분은 계속 논란이 되었다. 총학이 성명 발표 등의 행동을 하면 자연스레 학우 전체의 입장을 대변하게 된다. 크게 “총학생회는 학내문제 외에도 정치 등 다양한 대표성을 위해 조직되었고, 그것을 부정하는 회칙이 없으므로 학부총학생회는 정치적 발언을 할 수 있다”라는 측과 “개인의 정치적 입장 표명에 대한 대표성을 띤다는 의식이 없이 총학을 뽑으므로 정치적 사안에 대표성을 띨 수 없다”라는 측이 대립했다. 결국 논의는 “어느 쪽이 (학우들의) 정치적 입장을 보호하는가”라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총학이 아니더라도 시국선언을 원하는 임의의 단체는 ‘KAIST 학생 000명’과 같은성명을 발표할 수 있다는 제안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윤석 총학 회장은“ (총학의 이름이 아니더라도) KAIST 사람들이 정치 현안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학우 전체의) 대표성을 일부 띤다”라며 “구성원 간 소통을 통해 전체학우의 의견을 대변해서 동의하지않는 사람들에 대한 정치적 폭력을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의견을 개진했다. 총학과 임의의 단체, 둘중 어느 쪽이 성명을 발표하든 외부에는 똑같이 ‘KAIST 학생의 시국선언’으로 비춰진다는 것이다, 반면 박준우 상상효과단장은 “총학은 모든 학생의 모임이고, 학우들이 선거할 때 정치적 색을 보고 투표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고 반박했다.

결국, 중운위는 시국선언을 성명발표로 완화해 발표하는 것으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중운위 재석
13명 중 찬성 7명, 반대 6명으로 ‘턱걸이 통과’였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