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를 꽃 피우는 씨앗은 지역 미술관에 있다. 1880년대 프랑스의 촌락 퐁타방은 현재 브르타뉴 지방 현대미술의 중심지가 되었다. 그 기반에는 20년에 걸친 지역 시립미술관의 연구가 있었다. 지역 미술관은 지역 예술의 요람이자 현대 미술의 씨앗이다.

대전시립미술관 창작센터에서 1970년대 대전의 미술작품을 소개하는 '대전미술아카이브 2013: 대전미술의 새물결'이 전시 중이다. 올해로 3회째인 '대전미술아카이브'는 대전 미술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주요 작품들을 수집하기 위해 매년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는 1970년대 초 대전에서 새롭게 활동한 작가 40여 명의 당시 작품 및 전시 리플렛 등의 자료가 소개된다. 새롭게 수집되는 자료들은 전시에 바로 반영된다.

사료로 체험하는 70년대 대전미술

전시는 1970년대 대전시가의 사진으로 시작한다. 제1전시실은 당시 사료들로 이루어져 있다. 1970년대는 대전 미술의 변화기이다. 당시 대전에 정착한 미술가들에게 교육받은 2세대들이 서울의 미술대학에서 교육을 받고 돌아와 신진 작가들과 함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다. 대전 최초의 청년 미술 단체 충남청년미술인회가 대표적이다. 새로운 작가들의 급진적인 작품들은 기성세대로부터 비난을 받았지만, 침체했던 화단에 좋은 자극도 되었다. 전시된 신봉균 화가의 대전일보 기사는 이러한 상황을 날카롭게 포착하고 있다. 그 옆에서 '일요스케치회전' 팸플릿을 발견할 수 있다. 1971년에 만들어진 '일요스케치회전'은 일반인들도 참여할 수 있는 사생회전으로 발전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진과 함께 전시된 대전일보의 기사들은 미술계의 변화를 이끌어온 또 다른 주체를 보여준다. 1971년 전국 4번째로 출범한 충청남도 미술대전은 대전에 정착한 신인 작가들을 위한 등용문이 되어주었다. 이어 1973년 목원대와 숭전대(현 한남대)에 미술과가 신설되면서 대전미술은 문화적인 기반을 다졌다.

40년 전 작품 전시회 속으로

옆 전시실에는 작가 40여명의 1970년도 작품이 있다. 새롭게 유입된 신인작가들과 목원대와 숭전대 미술과 학생들의 작품이다. 특별한 주제 없이 같은 시대라는 이유만으로 구성된 전시실은 생경하다. 하지만 현대 미술로 가는 과도기를 거치고 있던 대전 화단의 태동은 그대로 담겨있다. 일반적인 정물화, 풍경화와 대비되는 당시 신인작가들의 대담한 추상화는 대전에 다가온 새 물결을 나타낸다. 특히 재료에 대한 도전이 두드러진다. 테이프와 종이를 이용하여 만들어낸 '시간'은 작품들 중에서도 단연 모험적이다. 기성작가들의 영근 표현력은 신인작가들의 과감한 도전과 섞여 1970년의 대전 미술계를 그려냈다.

대전시립미술관의 미술아카이브는 지방도시의 문화적 소외에 대한 하나의 답안이다. 숨어있던 작가들을 재조명하고 역사를 재현하는 과정은 대전미술의 잠재력을 일깨운다.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정리되지 않은 날 것의 전시는 관람자들을 모으고 미술계의 이목을 끌기에는 부족하다. 대전미술아카이브의 역할은 단순히 지역미술사를 정리하는 것이 아니다. 대전 미술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이다. 아카이브가 모아온 자료들은 작가들의 작품에 역사를 심어주고 이야기를 연결해 작품의 가치를 키워줄 것이다. 시민의 많은 참여와 관심, 그리고 미술관의 지속적인 노력만이 대전을 진정한 문화도시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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