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맞이해 유럽의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유럽 배낭여행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다. 유럽 여행 시 꼭 가야할 곳이 미술관이다. 유럽의 미술관의 특징은 전통적으로 왕족이나 귀족들의 수집품을 비롯한 풍부한 예술품들을 소장하고 있어 유럽 문화의 진수를 볼 수 있다.

세계 유명 미술관의 요람, 프랑스
먼저 프랑스 파리의 대표적인 미술관을 꼽으라고 한다면 고대부터 19세기까지 예술품을 소장하고 있는 루브르 박물관, 19세기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과 동시대의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오르세 미술관 그리고 피카소나 마티스, 샤갈 등 20세기 현대 화가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퐁피두 미술관 등이 있다.
루브르 미술관에서 가장 인파가 몰리는 작품은 단연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다. <모나리자>의 미소는 르네상스 시대의 초상화에서 볼 수 없는 방식이다. 당시 미소는 어리석은 사람으로 여겨 초상화에 사용하지 않았으나 다빈치는 공식 초상화의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 악사와 광대를 화실에 초청해 모델의 자연스러운 표정을 이끌어내었다고 한다. 또 다빈치는 스푸마토 기법(명암법)을 사용해 모델에게 입체감이 느껴지도록 했다. 하지만 다빈치는 화가에게 작품을 수정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끊임없이 그리고 수정하고 덧칠했지만 결국 완성하지는 못했다.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위해 세워진 오르세 기차역이었던 오르세 미술관에서 빛의 효과에 대해 연구했던 인상주의 출현을 예고한 작품이 마네의 <풀밭위의 점심 식사>다. 인상주의의 유래는 르아브르의 항구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모네의 <인상-해돋이>를 본 비평가 루이 르루아가 ‘르 샤리바리’지에 기고한 기사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인상, 해돋이>제목에서 따와 ‘인상주의 전시’라고 붙이고 비난을 퍼부었다. 곧 이 기사는 처음 인상주의를 조롱하기 위해 쓰였진 말이 그들을 대표하는 말로 되었다. 최고급의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나체의 여성과 파리 근교의 숲에서 피크닉을 하고 있는 장면을 그린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은 당시 비평가들이나 대중들에게는 외설적인 작품으로 평가되어 비난을 받았지만 젊은 화가들에게는 혁신적인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루브르나 오르세 미술관과 달리 퐁피두 미술관은 프랑스 제5공화국의 두 번째 대통령 조르주 퐁피두의 이름을 딴 미술관으로 입체주의, 야수주의, 초현실주의, 팝 아트 등등 20세기 현대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영국 미술관
영국은 고대 유물이 전시되고 있는 대영 박물관과 내셔널 갤러리 그리고 밀뱅크 교도소를 개조한 테이트 브리튼, 뱅크 발전소를 개조한 테이트 모던 미술관이 있다. 테이트 미술관은 설탕 제조업으로 부를 축적한 헨리 테이트가 소장하고 있는 19세기 회화와 조각 작품을 국가에 기증하면서 설립된 미술관이다.
영국 내셔널 갤러리에서 감상해야 할 작품이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식>이다. 이 작품은 미술사상 최초로 모델의 전신을 그려 넣은 2인 초상화로 텔레비전 예능 프로에서 달력으로 패러디해 우리나라 대중들에게도 익숙하다. 결혼의 의미를 치밀하게 표현한 이 작품에서 벽면에 ‘반 에이크 여기 있었노라’ 라는 문구는 당시로서는 그림에서 볼 수 없는 표현이다. 그가 글을 써 넣은 이유는 결혼의 입회인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또 12개의 테두리가 있는 볼록 거울에는 결혼을 주관하고 있는 신부님이 그려져 있다. 신부님과 화가는 2명의 결혼 증인을 나타낸다.
테이트 왼쪽에 영국 근대 미술을, 오른쪽에 영국의 현대 미술도 전시하고 있다. 테이트 브리튼을 운영하고 있는 테이트 재단이 (브리튼, 모던, 리버플, 세인트 아이브스) 4개의 미술관을 운영하면서 미술품들을 순회 전시하고 있어서다.

유럽 최고의 걸작을 소장하고 있는 네델란드 미술관
프랑스와 영국과 달리 네덜란드 국립 미술관은 17~18세기 네덜란드 회화의 황금시기에 제작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네덜란드 황금시기를 보여주고 있는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렘브란트의 <야간 경비대>다. 이 작품은 집단초상화로서 17세기 네덜란드에 있던 지방 민병대의 활동을 표현했다. 민병대는 오늘날 골프 클럽처럼 당시 남성들의 사교클럽의 역할을 했었다. 민병대 깃발 아래 있는 소녀의 허리에는 죽은 암탉이 매달려 있는데 암탉은 민병대의 상징물이며 성문 뒤로 보이는 방패에 18명의 민병대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들은 이 집단 초상화에 포함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한 사람들이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네덜란드 국립미술관보다 더 인기가 많은 미술관이 반 고흐 미술관이다. 미술관에서 작품을 통해 평생 불행하게 살았던 반 고흐의 인생을 느낄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고흐를 대변하는 작품이 <해바라기>다. 고흐는 평범한 사물에 자신의 고통을 상징하는 의미를 부여했는데 해바라기 역시 고흐의 예술혼을 상징한다. 고흐는 인상주의 기법에 의존하지 않고 원색의 노란색을 사용해 해바라기의 생명력을 담아내고 있다.

자국회화의 독보적인 존재, 독일 미술관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독일 뮌헨에 있는 알테 피나코테크 미술관은 북유럽 후기 고딕 회화, 이탈리아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등 바이에른 공화국 빌헬름 4세부터 시작해 19세기 루트비히 1세에 이르기까지 꾸준하게 수집한 14세기부터 18세기 예술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알테 피나코테크 미술관과 마주보고 있는 노이에 피나코테크 미술관은 루트비히 1세가 독일 근대 회화를 전시하기 위해 세워 독일 근대 회화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미술관이다. 하만 그 이후 노이에 피나코테크 미술관은 독일뿐만 아니라 해외의 작품들도 소장하면서 알테 피나코테크 미술관에 소장품의 뒤지지 않는 미술관으로 명성을 얻었다. 뮌헨뿐만 아니라 베를린 국립 미술관도 유럽 미술의 걸작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

유럽 최초의 미술관이 위치한 스위스
유럽 최초의 미술관인 바젤 미술관은 시민계급의 소장품으로 개관했기 때문에 12세기부터 20세기의 미술품이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소장하고는 있지만 17세기 유럽의 귀족들에게 사랑받았던 바로크나 로코코 예술품들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바젤 미술관에서 꼭 보고 와야 할 작품이 홀바인의 <무덤 속의 그리스도>다.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홀바인의 <무덤 속의 그리스도>를 보기 위해 바젤에 들렸으며 작품을 보고 간질 발작을 일으킬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백치>에서 미슈킨 공작의 입을 통해 신앙심을 버리게 할 정도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럽의 미술관에서 너무 많은 예술품들을 감상해야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미술관 투어는 마치 뷔페식당과 같다. 너무 많은 맛있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한꺼번에 너무 많은 작품을 감상하면 뷔페처럼 기억에 남지 않기 때문이다. 미술관에서 자신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몇 개의 작품만 감상하고 와도 성공한 미술관 여행이다. 

글 / 박희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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