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 과정과 육아 병행 현실적으로 힘들어

올해 2월, 서울대학교에 출산 및 육아 휴학이 도입되었다. 올해 국가권익위원회가 범국가적 저출산을 해결하고 대학원생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를 추진하고 있는 덕분이다. 우리 학교에도 최소 100여 명의 기혼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 학교는 이미 여학우 출산 및 육아 휴학 제도가 있었으며 이번 기회에 휴학 기간 확장과 남학우에게까지 범위 확대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 학교 기혼자 대학원생들의 실질적 고충은 휴학과 다른 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출산과 학위 병행은 힘들어

현재 우리 학교 생명과학과 연구실에서 박사 후 과정에 재직 중인 홍수경 박사에게는 27개월짜리 딸이 있다. 박사학위 취득 후 출산을 한 홍 박사는 “여학생들은 학위 과정 중에는 출산하지 않는 것을 권한다”라고 말한다. 출산 휴학 제도가 잘 보장되어 있지 않아서가 아니라 실험실 중심 생활을 하는 석·박사 학위 과정의 특징 때문이다. 

 

홍 박사는 자신의 생활을 연구원과 엄마, 투 잡(two job)이라고 표현한다. 아침부터 저녁 여섯 시까지 실험실 생활이 끝나면 엄마로 사는 생활이 시작된다. 실험 일정 때문에 퇴근 시간 후나 주말 출근이 필요한 때도 있지만, 퇴근 후 여섯 시부터 아이가 잠드는 열 시 무렵까지 육아와 가사를 제외한 다른 일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박사 후 과정은 자신의 일정을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학위 과정 중인 대학원생은 정상적으로 퇴근할 수 없다. 실험이 제시간에 끝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내일 할 실험 준비와 논문 공부, 교수님의 지도 등이 기다리고 있다. 결국, 학위도 육아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 또한, 홍 박사는 출산하더라도 2개월 이상 휴가를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한다. 생명과학이나 화학 분야에서 2개월 이상 쉬면 그 전에 진행해 놓은 실험을 다시 해야 하며, 이는 학위 취득을 유보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문제는 반복적으로 지적됐지만 대책은 없다. 30개월짜리 아이를 키우는 한 여학우는 “학위과정 중 결혼과 출산에 대한 교육이나 안내 자료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학교 내 양육 시설 마땅치 않아

보육 시설은 또 다른 장벽이다. 우리 학교 내 위탁 시설로는 ‘KAIST 어린이집’이 있다. 현재 어린이집은 현재 2011년, 2012년에 태어난 아이 21명만을 수용한다. 수요보다 정원이 적어 늘 대기자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 중 어머니가 대학원생인 원아는 2명이다. 대학에 설치된 어린이집은 대학원생 복지가 아닌 교직원을 위해 설립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원생 자녀에게 우선권을 줄 수 없다.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사이언스어린이집은 여성 과학자 지원을 위해 부모가 과학자인 자녀를 가장 우선순위로 배정하지만 학위 과정 중인 대학원생은 지원 할 수 없다.


거주지 비롯한 문제 상존

기혼자아파트 부족 문제 역시 제기되고 있다. 현재 우리 학교는 약 70세대의 기혼자 아파트를 월 20만 원에 제공하지만 수요가 많아 2년이 지나면 별도로 집을 구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세종시 여파로 유성구 일대 전·월세 시세가 많이 올라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약 120만 원 정도의 월급으로 생활하는 데다 여유자금이 없는 대학원생은 대출을 받기도 쉽지 않다. 

 

또한, 남자 대학원생 상당수는 군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하고 있다. 그 기간에는 휴학을 할 수 없어 육아 휴학을 도입하더라도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가능성도 있다. 


기혼자 전담부서 없어 복지 제도 미흡

학교 내에서 기혼자 문제는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의료상조회로는 대학원생 기혼자는 69명, 자녀까지 있는 학우는 35명이다. 이는 실제 기혼자 숫자보다 적게 측정된 수치이다. 의료상조회에 배우자를 등록하고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배우자가 직업이 없는 경우 뿐이기 때문이다. 의료상조회에 등록되지 않은 실제 기혼자들의 현황과 문제점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대학원총학생회는 현재 학교 측에 기혼자 아파트 확충과 기혼자 전담 부서 설치를 건의해 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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