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3일 열린 '총장과의 대화'에서 학우들이 강성모 총장 및 학교 보직교수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연승 기자

 

<편집자 주> 태울석림제를 성공적으로 치룬 다음날, 본지와 학부총학생회가 주관한 ‘총장과의 대화’가 열렸다. 비록 ‘학우 40여 명 참석’이라는 초라한 출석부를 기록했지만, 그 와중에도 학우들과 강성모 총장, 보직교수들 간에 의미있는 대화가 오갈 수 있었던 점은 다행이었다.

학우들의 의견은 간담회 이후 각 소관 위원회와 행정부서에 전달되었다. 본지 트위터 계정(@kaisttimes)으로 의견이 접수되었으나, 미처 간담회장에서 소개하지 못한 의견 역시 별도로 취합해 학생지원본부에 전달했다. 간담회 전문은 본지 누리집(kaistnews.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학내 구성원 간의 소통, 어떻게 할 것인가

 

강 총장의 인사말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시작되었지만, 침묵이 흘렀다. 단상에서는 “한국 학생들은 수업시간에도 질문을 안하더니…”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한동안 계속되던 정적은 한 학우가 대뜸 강명화 여사의 휴대전화 번호를 물으면서 깨졌다. 앞서 강 총장이 또 다른 소통 창구로 아내인 강 여사를 소개한 것을 기억하고 던진 질문이었다. 당돌한 질문에 다들 웃음이 터지며 간담회장의 분위기가 풀리자, 학우들의 말문도 트였다.


“소통의 시스템적 정착이 필요합니다”

먼저 이윤석 총학회장이 현재 발족한 위원회 활동이 끝난 이후의 소통 방식에 대해 질문했다. 강 총장은 “계획이 결정되더라도 좋은 의견이 있다면 반영할 것이다”라며 “(계획이) 너무 자주 바뀌는 것은 좋지 않겠지만, 소통은 계속되어야 한다”라고 답했다. 시간을 정해 고정적으로 열리는 회의 보다는 각 현안이 생길 때마다 각자 의견을 모아 토의하는 것이 더 진정한 소통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소통 과정이 이벤트의 나열처럼 느껴진다는 비판도 나왔다. 변규홍 학우(전삭학과 07)는 “이벤트성 간담회가 아닌 시스템적 소통을 보장해줄 때가 된 것 같다”라며 “이전에도 (학교 운영을 결정하는) 각종 위원회에 학생대표가 들어가 의사를 개진했지만, 잘 반영되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에 오준호 대외부총장은 “소통을 시스템화하는 것은 브랜드 위원회에서 논의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또한, “학교와 구성원이 잘되고자 하는 일이어도 모두가 만족하는 회의 결과가 나올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외국인-한국인 학우간 간극 좁혀야

간담회에 참석했던 두 외국인 학우가 언어적 장벽에 막혀 중도에 퇴장한 것은 큰 시사점을 남겼다. 이재원 학우(산업및시스템공학과 11)는 “한국인 학우들이 외국인 학우들과 잘 융화되지 못해 아쉽다”라며 “리더십3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외국인 학우들이 자국의 문화를 설명하며, 한국인 학우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는 장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의견을 전달했다.

답변으로 김영희 학생생활처장은 “적극 검토해보겠다”라고 말했다. 이영훈 학생지원본부장은 “버디, 멘토, 튜터 프로그램 등이 있고 희망자는 외국인 학생과 기숙사를 같이 쓸 수 있지만, 신청하는 사람이 드물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총장선출 학생참여 논의와 기성회비

 

“총장 선출에 학생 참여 관한 견해는”

학우들의 총장 선출 과정 참여 문제도 거론되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총학을 필두로 학우들은 총장 선출 과정에 참여하고자 이사회에 지속적으로 의견을 전달했지만, 직접적 참여를 허가받지는 못했다. 이윤석 총학회장이 이에 대한 견해를 묻자 강 총장은 “학생들의 의견을 듣는 것은 중요하다”라면서도 “의결 절차는 이사회의 몫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덧붙여 김병윤 연구부총장은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교수들의 의견도 잘 반영되지 않는다”라며 “그럼에도 총장 선출 절차를 존중해야 하는 것은 정해진 바가 있고, 그것이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오 대외부총장은 국회에서 계류 중인 한국과학기술원법 개정안을 언급했다. 그는 “교수, 학생, 직원이 참여하는 대학평의회 설치법안이 발의 중이다”라며 “법안이 통과되면 학교에서도 수용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성회계 인건비성 지출 줄여나갈 것”

기성회계에 대해서는 기성회비가 필요한 이유를 묻고, 인건비성 경비가 지급되는 상황을 꼬집는 발언이 나왔다. 이에 오 대외부총장은 “어느 정도 학교 운영의 편리를 위해 기성회비가 쓰이고 있지만, 대부분의 돈은 학생들을 위해 쓰인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기성회비 운영위원회에 학우 대표들이 참여하고 있는 만큼, 비합리적인 지출은 가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찬현 기획처장은 “인건비성 경비는 점차 줄여나가고 있는 중이다”라며 “정부 지원 예산이 늘어나면 당연히 없앨 것이다”라고 밝혔다.

 

학사제도 개선 방안은

 

영어강의 방향은 맞아… 확대하되 영어교육도 강화할 것”

가장 많은 학우들의 질문과 건의가 쏟아졌던 학사제도는 바로 영어강의였다. 이에 대한 학교 측의 답변을 종합하면, 앞으로 영어강의 비중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학교에서도 전면적 영어강의 시행에 따른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는만큼, 학우들을 대상으로 한 영어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 될 전망이다. 박 교학부총장은 “올해 여름부터 신입생을 대상으로 4주 영어 집중 과정을 개설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학교에서 마련한 영어교육 대책의 초점이 학부생에게만 맞춰져 있는 것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최수용 원총회장은 “타대 출신 대학원생들은 영어 강의를 따라가기 힘들다”라며 대학원생을 위한 영어교육 방안도 마련해줄 것을 건의했다.


성적과 연계된 장학금 제도 사라질 수도

흔히 ‘장짤’로 대변되는 등록금제와 연차초과자에 대한 정책적 변화를 묻는 질문도 나왔다. 강 총장은 “3.0 보다 낮은 학점을 받을까봐 두려워 학생들이 위축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라며 성적과 연계된 현재 장학금 수혜기준이 크게 완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연차초과자에 대한 수업료 부과 정책은 완화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지만, 큰 틀에서 변화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박현욱 교무처장은 “정부의 지원금이 한정되어 있기에 연차초과자 등록금은 성적 연계 등록금과는 다른 시각으로 봐야한다”라고 말했다.


“계절학기는 활성화 방안 논의 중, 다양한 교과목 개설은 좀더 노력해야”

계절학기는 지금보다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교육 이노베이션 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박 교무처장은 “(계절학기 수강과 재수강 정책에 대해서) 학생들의 상황을 고려해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위원회에서 논의하고 있다”라고 계절학기 수강료와 재수강비 인하 가능성을 밝혔다. 

 

융합 인재 양성을 위해 다양한 인문사회 교과목 개설 필요하다는 한 학우의 건의도 있었다. 학교 측도 이에 공감했지만, 전임교원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학생 수가 급증한 탓에 당장의 변화는 힘들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김영희 학생생활처장은 “그동안 대형 강의를 개설하는 것으로 대처해왔다”라며 “학교 차원에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한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저조한 학우 참여, 해결 과제로 남아

 

이번 ‘총장과의 대화’는 대체로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건설적 의견 교류가 이루어졌지만, 많은 학우가 참가하지 못한 점이 아쉬운 점으로 평가된다.

 

우선, 간담회 일정이 태울석림제가 끝난 다음날인 지난달 23일로 잡혀 학우들의 관심이 집중되지 못했다. 학부총학생회에서 학우들에게 전체 메일을 발송하고 본지 페이스북·트위터 계정을 이용해 간담회를 안내했지만, 정작 학우들은 간담회가 열린 사실을 잘 알지 못한 경우가 더러 있었다. 한 학우는 “축제를 준비하느라 그런 일이 있었는지 전혀 신경쓰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정해진 논의 주제 없이 열린 자리였다는 점도 학우들에게 호소력있게 다가가지 못했다. 간담회는 1부와 2부에 걸쳐 학사제도부터 복지까지 폭넓게 조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간 관계상 1부에서 학사제도와 학교 운영방안 등에 대한 대화만 이어지다 간담회를 마치게 되었다. 은성호 학우(무학과 13)는 “주제가 너무 전체적인 범위라 조금만 깊은 이야기를 해도 시간이 부족해지는 느낌이 들었다”라며 “무언가 토의를 하려면 주제별로 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강 총장도 “다음 미팅에는 계획을 세워 주제를 정해 한 가지씩 이야기를 나누면 좋은 대화가 될 것 같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예상 보다 적은 학우가 참석해 지원 업무를 맡았던 학생지원본부의 지원들이 허탈해하기도 했다. 권희복 학생지원부장은 “이번에는 학생들이 많이 오지 않았다”라며 “다음 간담회 자리는 총학생회와 신문사, 행정부서 등이 협력해서 잘 준비해야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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