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이 쌓인 수험생과 직장인들이 피곤을 달래기 위해 애용하는 것이 바로 에너지 음료다. 우리 학교 학우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시험기간마다 교양분관 자판기 속의 에너지 음료 핫식스는 항상 매진이다. 이러한 에너지 음료는 순간적인 효과는 좋지만, 복용 후 극심한 부작용이 있기로 유명하다. 

지난해 미국식약청(FDA)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4년 동안 13명의 사망 원인이 에너지 음료와 관련 있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 시카고 시의회는 180mg 이상의 카페인이 담긴 에너지 음료 판매 금지 조례 개정을 추진 중이다. 에너지 음료, 안전한 걸까?

1940년대에 일본에서 시작된 에너지 음료

에너지 음료의 기원은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0년대 말, 일본의 다이쇼 제약은 타우린 엑스를 출시했다. 전시에 일본 왕립해군 병사들이 타우린 엑스를 주로 피로 회복에 음용하는 데 착안한 다이쇼 제약은 1962년 ‘리포비탄 D’를 출시했다. 카페인 50mg, 타우린 1,000mg, 비타민 B군을 함유한 리포비탄 D가 바로 피로회복의 목적을 가진 에너지 음료의 시초다.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1963년 유사한 형태의 자양강장음료 박카스가 출시되었고, 태국의 TC Pharmaceuti-cal사가 리포비탄 D와 박카스를 참고해 ‘크레이팅 뎅’이라는 음료를 만들었다. 그리고 1984년, Red Bull GmbH사의 창업주 디트리히 마테쉬츠가 태국 출장 중 크레이팅 뎅을 접하고 유럽인 기호에 맞는 에너지 음료를 출시했다. 이 음료가 세계적인 에너지 음료 ‘레드불’이며, 1990년대에는 미국까지 알려지게 되었다.  

 

에너지 음료 시장 규모 1,000억 원 넘어서

에너지 음료는 학생과 직장인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공부나 야근, 운전하며 졸음을 이겨내야 할 때 카페인을 다량 함유한 에너지 음료를 마시면 일시적인 각성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에너지 음료 시장 규모는 약 90억 달러다. 국내 에너지 음료 시장 규모도 2010년 롯데칠성음료가 핫식스를 출시한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이루고 있다. 2011년 기준 시장 규모는 약 3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00% 성장했으며 지난해 기준 시장 규모는 약 1,020억 원에 육박했다. 시장의 약 62%를 점유하고 있는 핫식스로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6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일반적인 카페인 음료보다 훨씬 많은 양의 카페인 함유해

그러나 에너지 음료 시장이 커지면서, 에너지 음료의 부작용 문제가 대두했다. 에너지 음료에 다량 함유된 카페인 때문이다. 지난해 식약청의 카페인 함량 조사에 의하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1회 제공 당 에너지 음료의 평균 카페인 함량은 약 100mg이다. 액상 커피의 평균 카페인 함량이 85mg, 조제커피(커피믹스)의 평균 카페인 함량이 47. 5mg인 것에 비하면 높은 수치다. 에너지 음료 중 가장 높은 카페인 함량 수치를 기록한 제품은 몬스터 코리아가 수입한 제품 ‘몬스터 자바코나’였다. ‘몬스터 자바코나’의 1회 제공 카페인 함량 수치는 207mg으로, 커피믹스 약 4봉을 한꺼번에 섭취하는 것과 같은 양이다.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되는 카페인, 타우린, 비타민

에너지 음료에 공통으로 함유되어있는 성분은 카페인, 타우린, 비타민이다. 카페인은 커피콩과 찻잎에서 발견된 성분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각성제다. 카페인은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를 자극한다. 이 때문에 적정량을 섭취하면 신경 활동이 활발해져 피로가 경감되며 당뇨병, 간 질환 등의 만성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기억력 장애와 인지 장애를 호전시키며,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늦추는 등 다양한 작용을 한다. 타우린은 체내에서 합성되는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피로회복에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항 스트레스 작용을 한다. 고혈압의 발생을 억제하며 간 경화, 지방간의 치료에 유용하게 사용되는 물질이다. 동맥경화 치료에도 사용되며 암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비타민은 혈액 순환, 소화기능에 영향을 주며 피로회복에 도움을 준다.

 

과량 섭취하면 문제가 되는 카페인

타우린과 비타민은 과다하게 섭취해도 자연스럽게 체외로 빠져나가므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카페인은 과다하게 섭취했을 때 부작용이 생긴다. 카페인을 과량 섭취하면 각성효과로 인한 수면 장애가 오며, 떨림, 가슴 두근거림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이 증상이 심해지면 부정맥이나 심장마비가 발생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메스꺼움, 구토, 다뇨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일일 카페인 권장 섭취량과 개인별 민감도 고려해야

성인 기준 일일 카페인 권장 섭취량은 400mg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영양소 일일 권장 섭취량은 ‘이 정도 섭취하면 좋다’라는 뜻인 데 비해 카페인의 일일 권장 섭취량은 ‘이 수치를 넘게 섭취하면 위험하다’는 경고의 의미가 강하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섭취하는 여러 가지 기호 식품에도 소량의 카페인이 함유되어있다. 콜라 1캔에 약 38~46mg, 초콜릿에 약 80mg, 홍차에 약 19.5~38mg, 녹차에 약 30mg의 카페인이 들어있는 점을 고려하면 에너지 음료를 마시지 않아도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약간의 카페인을 이미 섭취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카페인은 소비 정도에 따라 동일한 용량이라도 개인별 민감도가 현저하게 다르다.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은 소량만 섭취해도 심한 가슴 두근거림, 메스꺼움 등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카페인 100mg이 함유되어있는 에너지 음료를 기준으로 ‘하루에 4캔 정도 마셔도 문제없을 것이다’라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커피를 진하게 마시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에겐 레드불 4캔이 치사량이 될 수도 있다.

 

에너지 음료 혼합 음주, 술만 마시는 것보다 훨씬 위험해

에너지 음료는 공부하거나 일할 때뿐 아니라 밤새워 노는 용도로도 사용된다. 강남과 홍대 부근의 클럽에서는 최근 에너지 음료와 술을 섞어 만든 칵테일이 유행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술만 마시는 것보다 훨씬 위험하다. 카페인의 각성 효과 때문에 알코올에 취한 것이 느껴지지 않아 더 많이 술을 마시게 되는 것이다. 호주 태즈매니아 대학 연구팀이 6개월 동안 일반 음주자와 에너지 음료 혼합 음주자의 심박수를 비교한 결과 에너지 음료 혼합 음주자가 심장질환에 걸릴 확률이 6배 높았다. 수면장애, 불안증, 충동조절장애 등의 정신과 질환을 겪을 확률도 4배 높았다. 충남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정진규 교수는 “(에너지 음료와 혼합해 마시면)카페인의 각성 작용으로 술이 안 취한 것 같으니, 술은 술대로 더 마시고 카페인도 같이 많이 마시게 된다”라며 “이 때문에 다음 날 숙취도 더 심할 것이고, 카페인도 과량 복용하게 되니 독이 된다”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카페인 함량 표시제 시행

에너지 음료의 여러 가지 부작용이 문제가 되자, 올해부터 정부는 ‘카페인 함량 표시제’를 시행했다. 카페인 함량 표시제는 1mL 당 0.15mg 이상의 카페인이 함유된 식품은 총 카페인 함량을 제품에 표시해야 하고 ‘고카페인 함유’ 표기를 명시하는 해야 하는 법이다. 또한, 어린이나 임신부처럼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들에게 해당 제품을 경고하는 문구도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이전까지는 카페인 함량이 정확하게 표시되어있지 않아 에너지 음료를 과다하게 섭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카페인 함량 표시제가 시행된 후 최근 생산된 에너지 음료는 앞면에 카페인 함량 수치와 경고 문구가 표시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몸은 기계가 아니다. 무리하게 몸을 혹사하면 건강이 악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무조건 몸을 각성시킨다고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장시간 각성상태로 있으면 무리가 와서 다음날 극도로 피곤할 수 있다. ‘내일 쓸 체력을 오늘 가불해서 쓴다’라고 하는 에너지 음료, 잠을 피하려다 건강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적정량만 마시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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