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그림자 속 학보사, "이제 독립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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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그림자 속 학보사, "이제 독립하게 해주세요"
  • 박효진 기자
  • 승인 2013.05.24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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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가? 신문은 왜 존재하는가?” 가장 대표적인 해답은 1972년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이다. 재선을 준비하던 닉슨 대통령의 비밀 공작반은 민주당 당사가 있는 워터게이트 빌딩에 도청기를 설치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에 의해 대대적으로 폭로되었다. 대권의 판세는 순식간에 뒤집어졌고 이를 계기로 권력을 견제하고 사회를 지켜보는 언론기능은 크게 강화되었다.

현재 본지 대외부총장실에 소속되어 있으며, 발행인은 강성모 총장이다. 국내 여러 학보사의 사례를 되짚어 보며 우리 학보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생각해보았다.

지난 2008년 2월, 카이스트신문 301호는 정상 발행되지 못했다. 본지의 편집본에는 ‘수업료 부르는 게 값’, ‘수업료 걷으면 공부하게 된다더니’와 같은 제목과 함께 등록금 정책을 비판하는 기사가 실렸다. 당시의 학생처장을 비롯한 학교 직원들은 적극적으로 발행을 막았고, 결국 301호는 해당 기사들을 모두 교체해 일주일 정도 후에 발행해야 했다.

2010년 10월, 국정 감사에서 우리 학교 전 교학부총장의 부당 이득 의혹이 불거졌다. 많은 언론이 그와 관련된 보도를 했고, 본지 역시 1면과 3면에 의혹을 취재한 기사를 배치했다. 하지만 그 기사 역시 빛을 보지 못했다. 신문 발행은 잠시 늦춰지고 해당 기사는 학부총학생회 선거 선본 인터뷰로 교체되었다. 당시 본지는 기성 언론과 달리 보도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학보사’는 각 대학교에서 활동하는 학내 언론이다. 본지와 같이 학생 기자들이 직접 기획·취재·기사작성·편집을 맡는다. 실제 언론사와 동일한 체계를 가지고 있지만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학보사는 총장을 발행인으로 두며 구조적으로 학교 조직에 포함되어 있다. 학교에서 지원하는 예산으로 운영되고, 고문 격인 주간교수와 편집인이 따로 존재한다. 여러 주체들과 분리된 언론사와는 다른 점이다.

본지 역시 대외부총장실 산하의 조직으로 학교 기성회계에 편성된 예산으로 인쇄비 등을 충당한다. 외부 광고를 싣고 얻는 수입은 본지 회계에 들어오지 않는다. 편집권의 경우 기획처장이 편집인으로 전권을 위임받아 있고, 주간교수와 편집인의 확인을 거쳐 신문을 발행한다. 결국, 신문 발행 전 최종 승인을 내릴 수 있는 주체는 편집인이다. 구조적으로 기사 검열과 삭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재정, 독립 전 해결되어야 할 첫 번째 고비

독립적 회계 운영하는 <대학신문>

학보사 운영의 밑바탕이 되는 재정이 독립되어 있는 경우는 드물다. 독립적인 사례 중 하나인 <대학신문>은 형식적으로 학교로부터 직접적인 지원이 없으며, 모든 예산을 외부광고와 교내광고 형태로 충당한다. 또한 독자적인 회계를 운영해 기자들의 월급, 원고료, 취재비와 인쇄비, 기타유지비 등 모든 비용을 자체 관리한다. 하지만 교내 광고는 일반 광고 단가보다 많은 금액을 받기 때문에 사실상 광고의 형태로 학교에서 예산을 지원받는다고 할 수 있다. 학교 발전 기금이 광고주라는 위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독립적인 기구는아니다.

대부분 교비에서 예산 충당
상당수의 학보는 학교 예산에서 비용을 충당한다. <외대학보>와 <건대신문>, <포항공대신문> 등의 학보와 기성회에서 예산을 편성받는 본지 같은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구독료 자유 납부로 재정난 발생하기도
또한, 재정을 학교 예산에 기대지않는다 해도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연세대학교 학보 <연세춘추>의 제작비는 교비 지원이 이루어지는 타 학보사와는 달리 연세대학교 학생들이 납부하는 구독료에 포함되어 있다. 이 때문에 연세춘추는 큰 진통을 겪었다. 지난 3월 11일, 연세대학교 신문 배포대에는 <연세춘추> 1702호 대신 ‘백지 호외호’가 놓였다. 하얗게 빈 신문 1면에는 연세춘추 엠블럼과 함께 “연세대학교 공식신문사인 <연세춘추>, 그리고 영자신문사인 <The yonsei Annals>는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정상적인 발행을 할 수 없게 되었음을 알립니다”라는 문구만이 자리 잡았다. 때문에 올해 초에 잡부금이 분할 납부로 바뀌자 <연세춘추>는 큰 재정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학보 소속 조직과 편집권, 독립 이루어낸 경우 드물어

소속은 독립된 경우도 있어
본지와는 달리 직접 학교 산하에 포함되지 않고 ‘언론사’라는 명목으로 조직이 구성되어 있는 경우도 상당수 존재한다. 서울대학교 학보사 <대학신문>은 독립기구 <대학신문사>에서 발행한다. 연세대학교 학보 <연세춘추>는 영자신문 <Yonsei Annals>와 연세대학교 방송국 <YBS>와 함께 <대학언론사>라는 학교 기관에 포함되어 있다. 건국대의 경우 <건대신문>을 비롯한 교내 영자신문사와 방송국이 묶인 <KU 미디어>라는 기관에 속해있다.

주간교수 권한 강화, 입맛대로 검열
호외 발간으로 이어져

편집권의 경우도 학보사마다 상황이 다르다. 건국대학교 학보사 <건대신문>은 총장을 발행인으로 두고, 주간교수가 편집인의 위치를 맡아 발행인의 업무를 위임받는다. 그러던 중 2011년, 주간교수가 기사를 삭제하고 편집국장을 해임하는 사태가 터져 두 번의 호외를 발간하기도 했다. 그 후 결국 편집국장 징계 취소와 기사 검열에 대한 규정 수정을 구두로 약속 받았다. 

<외대학보>는 학교 처장단 회의를 통한 검열을 거쳐 발행된다. 그로 인해 일정이 늦춰져 작년에는 3주에 한번, 심하면 5주에 한번 신문이 발행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게다가 2012년 11월 총학생회 선거를 앞두고 학교 측에서 “지금부터 총학생회 선거가 끝날 때까지 선거 관련 기사가 담긴 학보를 절대 발행할 수 없다”라는 지시까지 내려왔다. 나흘 뒤인 2012년 12월 3일에 한국외대 교정에는 A4 용지에 인쇄한 신문이 배포되었다. 기자들의 사비를 동원한 A4 용지 호외에는 “선거 관련 기사를 내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 힘으로 신문을 냈다”라고 쓰여있다.

“검열받지 않아요”
한편, 어느 정도 편집권이 독립된 사례도 있다. <대학신문>은 학교로부터 직접적인 검열을 받지는 않는다. 또한 <연세춘추> 역시 주간 교수의 검토를 받기는 하지만 검열과는 다른 맥락이다. <연세춘추> 정세윤 편집장은 “다른 학보사에 비해 학생 기자단의 편집권이 잘 보장되어 있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발행인‘ 총장’ 원하는 시각도
총장을 발행인으로 하는 현 체제를 고수하는 시각도 있다. 이문원 대학신문 편집장은 “발행인이 총장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편집권 갈등은 언론이 겪게 되는 일중에 하나인데 정말로 자기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쓰겠다면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거나 자치 언론을 만들면 된다”라며 “우리는 학교에서 발행하는 공식 언론이다. 공신력, 신뢰성, 객관성, 이런 것들을 담보할 수 있는 여러 요건 중의 하나가 총장이 발행인인 신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개인적인 견해를 밝혔다.

 

독립 이루어낸 국내 및 국외 사례

‘독립 언론’을 위한 발돋움
학보사를 뛰쳐나가 재정과 편집권을 확보한 학내 언론도 있다. 국민대학교 학보사 출신 기자들이 만든 <국민저널>은 구성원들에 의해 경비를 조달하고 외부 후원과 간혹 들어오는 광고 발주로 재정적 안정을 이루고 있다. 여타 학보사 같은 월급과 원고료는 없다. 오히려 현직 국장단과 퇴직한 고문들이 십시일반 각출해 재정에 보태는 형편이다. 그렇지만 발행인과 편집인은 학생들이다. 

다만 <국민저널>은 오프라인 보다는 온라인 기사에 더 주력한다. 시의성에 따라 온라인 기사를 업데이트하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의 SNS를 통해 전파한다. 오프라인 지면은 한 달에 한번 발행한다. 다소 긴 호흡로 발행하는 만큼 심층 분석 기사와 사건 종합 기사 등이 주로 편성된다. <국민저널> 박동우 취재부장은 “아무리 1만 부, 2만 부를 발행하더라도 학생들이 인쇄 매체에 다소 친밀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시대적 변화상도 감안해 온라인에 주력했다”라고 상황을 밝혔다.

비영리법인으로 독립 이뤄내기도
해외로 눈을 돌리면 실제로 편집권 및 재정 독립을 이뤄낸 사례도 있다. 1980년 럿거스 대학의 <Daily Targum>가 학교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이후 미국 대학 언론은 2008년 기준 3,000여개 대학 중 110개에 달하는 대학언론이 재정 독립을 이뤄냈다. 비영리법인을 설립해 학생 편집국장이 예산과 인사권을 가지고 학교, 동문회 및 신문사 추천인사로 구성된 이사회를 둔다.

조직 운영과 편집이 100% 학생들에 의해 운영되는 완벽한 독립 사례, 경영과 법적 문제 등에서만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사례, 재정적으로 독립되어 있지만 학교에 소속되어 학생회의 통제를 받는 사례도 있다.

 

독립성 보장되는 언론으로 나아가야

본지 주간을 맡고 있는 전봉관 인문사회과학과 교수는 “발행인이 총장으로 되어 있지 않은 경우라면 상관없겠지만, 발행인이 총장으로 되어있는 한 편집권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는 필요하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학내 언론의 재정적 독립에 대해서도 “독립법인을 설립하지 않는 한 힘들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한편, 혹자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언론 기능을 하는 일은 지원되어야 한다”라며 “인쇄비 정도는 학교에서 지원하되, 편집권은 독립되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회원의 정기 후원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뉴스타파>같은 시스템을 제시하기도 한다.

학교로부터 재정적으로 독립한 대학 신문사는 외부 광고 유치로 필요한 재원을 확보한다. 경영과 홍보 등도 학생들이 해결해야 할 영역으로 놓고 있는 셈이다.

현재 본지의 구조는 ‘독립된 언론’과는 아직 거리가 있다. 독립 법인 설립, 인쇄비 제공 등 어떠한 방향이든 본지의 독립성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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