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여름 계절학기 수강 신청이 실시되었다. 그러나 선착순으로 진행된 이번 수강 신청에서는 대부분의 강좌가 수강 신청 종료 이전에 마감되어 여름학기 수강을 희망했던 학생들의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이렇듯 학부 학생들이 우리 학교에서 개설되는 여름학기 강좌에 수강 기회를 얻기가 어려운 것은 여름학기 개설 강좌가 학생들의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학기에 학부 학생들이 수강할 수 있는 강좌는 개별연구를 제외하면 15강좌다. 그나마도 국제여름학교 강좌 3과목과 전공선택 5과목을 제외하면 7과목으로 줄어든다. 사실상 학부 학생이 신청할 수 있는 교과목은 인문사회선택 3과목과 체육 필수 교과목 4과목뿐이다. 이들 과목의 수강 정원은 500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실상 예외적인 몇몇 학생들에게만 계절학기 수강 기회가 제공되는 셈이다. 

계절학기 강좌가 이처럼 수요에 비해 턱없이 적게 개설되는 이유는 2008년 여름학기부터 우리 학교는 계절학기 강좌 개설을 최소한으로 제한해 왔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계절학기 수강을 장려해야 하느냐, 억제해야 하느냐의 문제는 교육 철학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학생들이 방학 기간에 정규 수업을 듣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2008년 여름학기부터 방학 기간을 3개월로 늘이면서 계절학기 강좌 개설을 제한한 것은 학생들이 방학 기간에 학교에 남아 있는 것보다는 인턴이나 여행 등 학교에서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대외활동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5년 동안의 시행 결과 이러한 계절학기 수강 억제 정책은 학생들의 다양한 대외활동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최초의 목적을 전혀 달성하지 못했다. 현실적으로 학생들이 8번의 방학 기간 동안 매번 인턴십이나 기타 대외활동에 참여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방학 때마다 계절학기 수강을 위해 학교에 남아 있는 학생도 거의 없을 것이다. 방학 기간 동안 학생들의 대외활동 경험은 장려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계절학기 수강 억제로만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우리 학교에서 계절학기 수업이 적게 개설됨에 따라 충남대, 연세대 등 타 대학에서 계절학기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매년 400~500명에 달했다. 

계절학기 교과목 개설과 수강 문제에 대해서 교육 이노베이션위원회를 중심으로 근본적으로 재검토에 들어간 것은 다행한 일이다. 계절학기 문제는 단지 교과목을 몇 개로 늘일 것인가와 같은 지엽적인 문제가 아니라 학부 학생들이 방학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며, 그것을 지원하고 장려하기 위해 학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큰 그림부터 그려가야 할 것이다. 학생들의 수요가 있다면, 그에 맞춰 강좌를 개설하는 것은 학교의 의무이다. 올해 겨울학기부터는 학생들이 계절학기 수강 신청 문제로 어려움에 처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하며, 일정이 촉박하지만 가능하다면 이번 여름학기 강좌의 추가 개설 문제도 긍정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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