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과 박용근, 조용훈 교수 공동 연구팀]락커 스프레이로 나노 입자 박막 만들어… 파면 조절기로 빛의 위상을 조절하면 산란한 빛을 모아 회절 한계 돌파 가능해

 우리 학교 물리학과 박용근 교수와 조용훈 교수 공동 연구팀이 빛의 산란을 이용한 신개념 슈퍼렌즈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달 28일 광학 분야 전문학술지인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 온라인 판에 게재되었다.
 
기존 광학렌즈로는 회절 한계 때문에 작은 물체는 관찰할 수 없어
광학렌즈는 물체가 반사하는 빛을 굴절해 한 점으로 모으는 역할을 한다. 모인 빛의 보강 간섭이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 점이 초점이다. 그런데 렌즈로 들어오는 빛의 양, 즉 해당 물체에 대한 정보가 많이 들어올수록 빛의 굴절 각이 커진다. 굴절 각이 커지면 초점의 크기가 더 작아지고, 더 작은 크기의 물체를 관찰하거나 표현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물체는 빛을 난반사하지만 그 중 우리가 렌즈로 받아들이는 빛은 일부에 불과하다. 이론상으로 렌즈로 받아들이는 빛의 양이 많아지면 초점의 크기는 무한히 작아질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물체가 반사하는 빛을 모두 받아들여도 초점의 크기는 일정 크기보다 작아질 수 없다. 이 초점 크기의 한계는 물체가 반사하는 빛 파장의 절반이며, 이러한 빛의 특성을 ‘회절 한계’라 부른다. 이 때문에 광학렌즈를 통해 관찰할 수 있는 물체의 크기에는 한계가 있다.
 
회절 한계 돌파하려면 근접 장 이용해야
물체가 반사하는 빛의 종류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원격 장으로 공기 중에서 전파가 가능한 빛이고, 두 번째는 근접 장으로 전파되지 않고 물체 근처에만 머물러있는 빛이다. 공기 중으로 전파된 빛만 렌즈로 들어갈 수 있으므로 이 중 광학렌즈에서 사용할 수 있는 빛은 원격 장뿐이었다. 기존의 광학렌즈는 회절 한계 때문에 원격 장을 최대한 렌즈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200~ 300nm보다 작은 물체는 관찰할 수 없었다. 
이에 메타물질을 이용해 근접 장을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메타물질은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인공적인 물질로, 이를 통해 근접 장을 증폭시키면 공기 중으로 전파시킬 수 있다. 그러나 메타물질은 구조가 매우 복잡해 제작하기 어려웠으며 큰 비용이 들었다. 게다가 특정 파장에서만 사용 가능해 효율이 떨어졌다.
 
빛의 산란으로 근접 장을 원격 장으로
연구팀은 빛의 산란 작용을 통해 근접 장을 사용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락커 스프레이는 나노단위의 작은 입자로 구성되어있으며, 빛의 산란을 매우 잘 일으킨다. 락커 스프레이로 칠한 곳이 하얗게 빛나 보이는 것은 페인트 입자가 빛을 산란시키기 때문이다. 박 교수팀은 이 락커 스프레이를 유리 위에 뿌려 얇은 박막을 형성했다. 근접 장은 나노 입자에 부딪혀 산란이 일어나면 원격 장으로 바뀐다. 원격 장으로 바뀐 근접 장을 이용하면 렌즈로 들어오는 정보의 양이 많아져 원격장만 이용할 때의 회절 한계를 돌파할 수 있다.
 
▲ 락커 스프레이를 뿌린 슈퍼 광학렌즈 /박용근 교수 제공
 
산란한 빛을 모으는 파면조절기
그러나 빛이 산란하면 무질서하게 퍼지기 때문에 이 빛들을 한 점으로 모아야 한다. 연구팀은 파면조절기를 이용해 산란이 일어나는 근접 장을 한곳으로 모았다. 파면조절기는 빛의 위상 진행 속도를 조절하는 기계로, 특정 시간에 특정 지점에서의 에너지를 낮추거나 높일 수 있다. 먼저 박막 한쪽 면에 빛이 모여야 하는 지점을 정한다. 그리고 다른 쪽 면에서 파면조절기로 위상을 바꿔가면서 빛을 진행하게 해 해당 지점에서 에너지가 가장 커지게 한다. 이는 당구대 위에서 당구공을 쳐서 특정 구멍로 넣는 것과 비슷한 과정이다. 당구공을 방향을 조금씩 다르게 해서 여러 번 치면, 당구대 벽면에 튕긴 당구공이 특정 구멍으로 들어가는 경로를 찾을 수 있다. 이 과정을 경로마다 반복하면 모든 빛이 특정 지점에서 에너지가 가장 높게 모인다.
 
이번 연구는 비용이 저렴한 락커 스프레이를 사용하기 때문에 메타물질을 이용한 방법보다 경제적이다. 또 기존 렌즈의 회절 한계를 3배 이상 뛰어넘었기 때문에 기존 광학 현미경으로는 볼 수 없었던 나노 단위 크기의 바이러스나 단백질을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 교수는 “렌즈보다는 파면 제어에 초점을 맞춘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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