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로 3시간이면 가는 가까운 나라인 대만, 위치뿐만 아니라 정치나 역사 등에서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지만 정작 주위에서 대만을 접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대만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색다른 전시회가 열린다. 바로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Rolling! Visual Art in Taiwan 展’이다. 196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시대별 대만 현대미술의 대표 작가 32명의 작품 32점을 소개한다. 회화에서 설치미술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그들의 작품을 통해 대만 현대미술의 흐름을, 나아가 대만을 이해해보는 기회로 삼는 건 어떨까.

동양과 서양의 만남
1960년대는 대만 현대미술의 태동기로 일컬어진다. 당시의 대표적인 작품은 리시치의 ‘본위-(직선)’이다. 이 작품은 동양적인 수법으로 그은 선들에 서구의 추상적인 기법을 가미해 만들어냈다. 대만의 전통적인 분위기를 잃지 않으면서도 서구 현대미술을 접목하려 했다는 점에서 현대대만미술계에 큰 획을 그었다. 이외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강조한 현대회화와 동양과 서양을 접목한 작품들이 시도되었다.

▲ 리샤오징(Daniel LEE), 밀림, 2007, 206X604.5cm, 국립대만미술관 소장

다양한 시도와 함께 커가는 미술계
태동기를 지나며 대만 현대미술은 한층 발전했다. 특히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한 실험적인 작품들이 많아지는데, 장용춘의 ‘수묵변법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이 작품은 두루마리에 수묵화를 그린 전통적 방식의 그림들을 크기가 다른 여러 가지 아크릴 상자에 넣어서 구성했다. 말린 두루마리의 중심에서 나타나는 먹의 결들이 전체적인 조형을 이루는데, 전시장마다 아크릴 상자를 다양하게 배치해 매번 전체적인 조형이 달라지고, 다른 작품을 보는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

계엄령 해제 후 넓어지는 미술의 스펙트럼
1987년, 대만에서 40여 년간 이어져 왔던 계엄령이 해제된다. 경직되었던 사회가 자유롭고 개방적으로 변하면서 대만 미술계에서도 커다란 변화의 바람이 분다. 계엄령 해제 이후 작품들의 주제는 다양해지고, 대담해졌다. 이에 따라 성(性)에 대해 다룬 작품들도 나타나는데 허우쥔밍의 ‘수신(搜神)’이 대표적이다. 허우쥔밍은 고서(古書) 형식의 캔버스 안에 인간의 성욕을 적나라하고 괴기스럽게 표현했다. 이를 통해 그는 성(性)을 금기시했던 사회적 분위기를 비판했다. 또, 계엄 아래에서 다루기 어려웠던 정치적인 작품들도 등장했다. 메이딩옌의 ‘삼민주의로 중국 통일’은 바깥에는 쑨원의 초상화를, 안쪽에는 마오쩌둥의 초상화를 퍼즐 형식으로 교묘하게 이어지도록 그린 작품이다. 메이딩옌은 작품에 정치적인 인물들을 등장시켜 민주주의와 사회주의의 화합에 대한 열망을 표현했다. 이렇듯 훨씬 다양하고 대담해진 작품들은 자유로워진 대만 미술계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나타낸다.


Rolling! 변화하는 대만 미술
최근의 대만 미술계는 이전보다 다양한 재료와 방법으로 작품을 만든다. 새로운 방법을 사용한 대표적인 작품으로 린밍홍의 ‘무제-모임’이 있다. 이 작품은 같은 구성을 가진 총 6개의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가 정한 6개의 틀 안에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두 명씩 짝지어져 원하는 색을 정하고, 직접 칠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전에는 시도 한 적 없던 작가와 대중이 상호작용하는 작품이 탄생했다. 또,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리샤오징의 ‘밀림’과 같은 작품도 등장한다. 이 작품에는 밀림 속에서 다양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을 살펴보면 사람과 12간지에 등장하는 동물의 얼굴을 합성해 놓았다. 작가는 동물의 얼굴을 지닌 사람들이 밀림 속에서 현대인의 행동을 하는 구성으로 현대인의 동물적인 삶을 비판한다.

▲ 리시치, 본위-(직선), 1969, 43.7X44cm, 국립대만미술관 소장

사진/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기간 | 2013년 4월 9일 ~ 6월 16일
장소 |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1층
부문 | 회화, 조각, 설치, 미디어아트 등
시간 | 10:00 ~ 20:00(주말 10:00 ~ 19:00)
요금 | 무료
문의 | 02)2124-8800
홈페이지 | www.sema.seou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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