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모 총장 단독 인터뷰> "평가 기준은 높이되, 자식처럼 보듬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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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모 총장 단독 인터뷰> "평가 기준은 높이되, 자식처럼 보듬을 것"
  • 김성중 기자
  • 승인 2013.05.08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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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성모 총장이 지난 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학교 운영 전반 기조를 설명하고 있다 /곽재철 기자
<편집자주>지난 2월 23일 취임한 강성모 총장은 50여 일간 외부 행사를 자제하고 업무 파악과 학교 내부 소통 강화에 전념했다. 언론의 숱한 관심과 인터뷰 요청도 뿌리친 채 강 총장이 집중했던 것은 핵심가치제정위원회를 비롯한 중장기발전위원회와 그 산하 위원회, 브랜드 위원회 발족과 운영이었다. 각종 위원회 출범과 함께 조용한 개혁의 시동을 걸고 있는 강 총장에게 앞으로 어떤 철학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학교를 운영해나갈지 향후 계획을 물었다.
각 구성원 참여하는 위원회로 소통 강화 시동 "핵심 가치 아래서 함께 나아가야"
학생들의 도전 정신, 다양성 강조 "실패를 징벌하지는 않겠다"
대학원 연구환경 문제는 아직..."개선해야 하지만 시간이 필요해"
 
 
취임한지 두 달이 되었다. 직접 와서 보고 느낀 KAIST는 어땠나
KAIST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대학이다. 학교에 오기 전에도 KAIST 교수들을 만나고, 학회 발표도 들으면서 KAIST가 훌륭한 대학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직접 와보니 잠재력이 생각보다 큰 대학이란 것을 느꼈다. 
 
한편으로는 틀은 잡혀가고 있지만, 내실이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국제화를 위해 하는 영어강의는 학생도 힘들어하고 교수도 힘들다고 한다. 보완할 문제점이 많겠다 싶었다. 또, 지난 몇 년 동안 KAIST가 성장통을 겪었다. 아직도 그 부분에 대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들이 몇 가지 보였다.
 
핵심가치제정위원회가 출범했다. 핵심가치 제정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핵심가치제정위원회 활동의 목표는 구성원들이 협동하고 융화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다. 대학도 하나의 사회고, 그 사회의 원칙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가령 주먹을 쥐더라도 그냥 쥐는 것과 실 한 오라기를 잡고 쥐는 것의 힘은 크게 다르다. 그 실을 집어넣는 것이 바로 핵심가치다. 핵심가치가 있다면 행동에 지속성이 있고, 그것을 성취했을 때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다른 사람과 가치를 공유할 수 있다면 같은 방향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핵심가치 제정을 제안했다. 
 
여러 위원회에 학내 각 구성원을 참여시키고 있는데
발전계획 수립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발전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이다. 내가 총장으로서 학교를 운영할 계획안이 없는 것이 아니다. 다만, 구성원들이 모여서 토론해 의견을 수립한다면, 혼자 생각한 것보다 훌륭하고 지속성 있는 안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빨리 가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며 무작정 추진하면 사람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정책에 지속성도 없고 목표에 도달한다 하더라도 구성원은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브랜드위원회는 무슨 일을 하는가
학교 구성원들, 특히 학생들이 학교에 자긍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브랜드화를 잘 할 필요가 생겼고, 브랜드위원회를 만들게 되었다.
 
가령, 우리 학교의 건물들을 보면 오랜 계획을 거쳐 지은 건물이 아니다. 통일성이 부족하다. 학교를 지을 때에도 건축가들이 하는 말이 있다. “다른 건물을 배려해서 건물을 세운다.” 이런 부분도 브랜드위원회에서 방향을 잡아주면 구성원들이 이에 맞춰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우리도 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드화(long-term branding)를 생각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서로 협력할 뿐만 아니라 조화로운 모습의 캠퍼스가 갖춰지면 KAIST가 융성할 수 있다고 본다.
 
위원회 활동이 끝나면 구성원이 한 데 모여 소통할 자리가 없어진다. 장기적 관점에서 구성원이 정기적으로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 계획은 있나
소통은 참 힘든 일이다. 구성원들이 모여서 토론하는 자리가 있다고 해도, 회의가 끝나면 사무실에 가서 일하거나, 공부를 하는 등 다들 많이 바쁘다. 바쁜 사람들이 시간 맞춰 오가는 것은 오히려 문제가 있고 큰일을 이루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대신 내가 구성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시간을 내서 다른 구성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의견을 모아 가져와 달라는 것이다.
 
대화는 계속되어야 한다. 우리가 이번에 핵심가치를 제정했다고 이 가치가 백년 가는 것이 아니다. 5년 마다 한 번씩 이든, 시간이 지나면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내가 임기를 마쳐 떠나더라도 다음 총장이 새로 제정하든지 해야 한다. 그래도 기왕이면 이번에 좋은 헌장을 만들어 지속성 있는 가치를 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총장으로서 가진 교육철학은
학생들이 안전한 길만 따지고 ‘어떻게 하면 평점을 높일 수 있지?’, ‘어떻게 하면 3.0을 넘겨 돈을 안내도 되지?’만 걱정하면 큰 재목이 될 수 없다. 국제적 안목을 가지고 크게 생각하고 힘든 일도 곧잘 도전해야 한다. 그런데 힘든 길을 걷다보면 넘어질 수도 있다. 그 때는 교수들이랑 직원들이 격려해서 털고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넘어지면 탈락’과 같은 식이면 학생들은 학점에만 신경 쓰지, 힘든 일에는 도전하지 않으려 한다. KAIST 교육은 큰 재목을 길러내는 교육이어야 한다.
 
그런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징벌로 다루면 안 된다. 교육Innovation 위원회에도 이렇게 당부했었다. “학점 3.0이 안된다고 징벌적으로 대하는 것이 옳습니까?” 나는 실패를 징벌하지 않는다는 철칙이 세워지는 것을 원한다. 기준은 엄격하되 미처 도달하지 못한 학생을 자기 형제, 자식같이 보듬어가며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또, 우리가 국제적인 대학으로 도약하려면 우리 스스로의 기준이 높아져야 한다. 입학 기준도 높여야 하고 학생들에 대한 평가 기준도 높여야 한다. 그러려면 일(학업)은 점점 힘들어질 것이고, 학생들은 높아진 기준에 맞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테뉴어 기준을 점점 높여가야 한다고 본다. 교수 평가에 강의 반영 비율을 늘리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연구를 게을리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좀 더 학부생들에게 신경을 써달라는 의미에서다.
 
Edu 3.0 프로그램은 어떻게 보나
Education 3.0(이하 에듀 3.0)은 좋은 제도라고 본다. 배움은 강의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강의실 들어가서 한 시간 배우고 나가고, 시험기간이니 준비해서 시험치고 하는 것이 아니다. 교수가 준비해놓은 자료를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공부하고 수업시간에 와서 토론도 하고 질문도 하고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은 틀렸다고 논쟁도 하다보면 배움이 깊어진다. 그런 면에서 에듀 3.0이 좋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직 에듀 3.0을 위한 시설이 완전히 준비되어 있지 않다. 점진적으로 늘려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교육방법에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에듀 3.0도 그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본다. 모든 교과에 일괄적으로 한가지 방법만 적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다양성이 중요하다.
 
올해 초 발표된 대학원 연구환경조사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다 
우선 랩비를 거둬들이는 일은 최근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 예전부터 있었던 문제다. 최근에는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고, 궁극적으로 없어져야 한다고 본다. 가령 연구실에서 소풍간다든지 할 때마다 돈 내서 하면 되지 따로 계좌를 만들어서 쓰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 그래서 학과장들에게 부탁했다. (랩비를 거둬들이는 일을) 없애달라, 그래도 필요하다면 학생이 아니라 직원에게 맡겨서 관리해라.
 
근무시간이 과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대학원생에게 근무시간이라는 용어는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대학원생의 연구는 교육의 일환이므로, 순전히 노동으로 보는 것은 바른 자세가 아니다. 학생이 마음에서 우러나와 연구하는 시간은 자신을 단련하며 미래를 구축하는 시간이다. 20시간에 끝날 일을 30시간 했다고 혹사당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올바른 배움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훌륭한 제자를 길러내기 위해 어떤 면에서는 훈련시키듯이 학생들을 대하는 교수들도 있다. 그걸 견뎌내는 학생이 나가서 큰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이용해 교수가 대학원생에게 혹독하게 일을 시키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대학원 기성회비 문제는 어떻게 되나 
KAIST가 국제적으로 훌륭한 대학이 되려면 (국가가) 교수, 직원, 대학원생 대하는 것도 국제적으로 되어야한다고 본다. 그런데 지금 정부로부터 지원 받는 예산 규모가 50% 정도밖에 안 된다. 정부 지원 비율이 70%까지는 올라야 한다.
 
학생들이 내는 기성회비는 적지 않은 돈이다. 그 돈을 이용해 학교에 건물을 확충한다든지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하는데 기성회비를 갑자기 없앤다면 재정적으로 큰 타격이 있을 수 있다. 하룻밤에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목표를 설정하고 시간을 두고 계속해서 개선해나가야 한다. 또한, 조교들에게 지급하는 돈이 연구실 마다 평등하지 않다고 한다. 어느 연구실은 더 주고, 적게 주고 하는 점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수들과 교학부총장도 관심을 갖고 살펴보고 있지만, 해결에 시간이 걸릴 것이다.
 
KAIST 중심의 창업특구를 언급했다
KAIST는 훌륭한 연구대학이고 대덕에는 연구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대덕도 KAIST를 중심으로 실리콘 밸리 못지않은 혁신적인 장소로 만들지 늘 생각해왔다. 마침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부의 일자리 창출, 창업 장려 정책 등과 시기가 잘 맞았다. 또, 우리 학교 최문기 교수께서 장관도 되셔서 여러 여건이 좋다.
 
문제는 문화 조성이다. 도전적인 자세를 가져야 하는데 ‘사업을 했다 망하면 삼대가 망한다‘라는 두려움이 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문화가 새롭게 형성되어야 한다.
 
창업문화 형성을 위한 밑그림이 있나 
중장기발전위원회에서 창업 휴학·휴직 기간을 늘리는 것을 논의할 것이다. 학교에 머물면서 창업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건의도 검토하고 있다. 
 
학교나 대전시 차원에서 (창업을 도와주는) one-step 서비스를 만드는 것도 생각해봄직 하다. 지적재산권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 가르쳐야하며, 창업에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모을 것인지 코칭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에는 ETRI와 RED&B(research, education, deve-lopment, and business)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하지만 (창업열풍이 분다고) 학풍이 사업하는 쪽으로 완전히 기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기초 연구, 응용 연구 등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생태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여러분이 바로 VIP(Vision, Inn-ovation, Perseverance)다. 큰 꿈과 가치관이 있어야 하고, 더 잘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어야 한다. 힘든 일은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인내와 극기를 갖고 노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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