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KAIST 브랜드 위원회 공동 설문조사
우리 학교 역량에 비해 브랜드 가치 저평가
학우들 브랜드 인식은 '무난함'

 

▲ 'KAIST의 로고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에 대한 질문 응답 /송채환 기자

 지난 4월에 학부총학생회(이하 총학)이 실시한 대학우 설문조사 중 ‘KAIST 졸업이 장래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라는 문항에 53%의 학우가 ‘도움이 된다’, 39%의 학우는 ‘매우 도움이 된다’라는 응답을 했다. 92%에 달하는 학우들이 우리 학교 졸업장이 자신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중앙일보>가 주최한 ‘대학생 만족도 조사’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다시 입학한다면 어느 대학교를 선택하겠느냐는 물음에 거의 70%에 달하는 학우가 우리 학교로 오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반면, 외부인들이 바라본 우리 학교는 사뭇 다르다. 위의 질문에 우리 학교를 선택한 타 대학 학생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이 질문에서 우리 학교는 서울대학교·연세대학교·고려대학교·성균관대학교·한양대학교에 이어 6위를 기록했다. 
 
학우들 스스로 느끼는 우리 학교의 사회적 평판도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위 조사에서 사회적 평판 만족도는 1위를 차지한 포스텍을 필두로 서울대학교, 성균관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한국기술교육대학교가 우리 학교에 앞서 1위부터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학교는 6위에 그쳤다. 
대학의 역량이 아닌 사회적 인식을 평가하는 이번 평가에서 우리 학교의 ‘브랜드 파워’가 재평가되어야 할 필요성이 떠오르고 있다.
 
브랜드, 역량 못지않게 중요해
브랜드는 한 상품을 다른 상품과 구분할 때 사용되는 총체적인 요소이다. 이름, 로고, 슬로건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사람들은 여러 경쟁상품 중 특정 상품을 차별적으로 인식해 선택할 때 브랜드 가치를 따진다. 기업과 학자들은 브랜드에 제품의 장기적인 성과 및 만족, 인식한 이미지 등이 붙으면서 일종의 무형 자산이 생기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브랜드 자산이 잘 쌓인 제품은 여러 방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서 소비자들이 모를 때도 기존 브랜드를 붙이면 어떤 제품인지 인식한다. 예를 들어, 애플(Apple)에서 처음 휴대폰을 만들어서 출시할 때 사람들이 밤새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어떤 제품은 모르지만, 브랜드를 믿고 구매한다. 대학교도 마찬가지이다. 학교의 잘 쌓인 브랜드 자산은 학우들이 원하는 일터에 좋은 대우를 받고 갈 수 있도록 도우며 학교에 기부를 증가시키고 예산을 많이 받게 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우리 학교 경영과학과의 한 교수는 “우리 학교는 과학과 기술의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브랜드 가치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인문·사회·법학 등 다른 분야가 없다 보니 브랜드 자산이 한쪽으로만 쌓이는 경향도 있다”라며 “브랜드 자산은 내부 구성원보다는 이해 관계자들이 보는 시각이라 우리 학교는 조심스럽게 브랜드 자산을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학우들 브랜드 인식 미미해
오준호 대외부총장을 비롯해 10여 명의 교수와 직원이 모여 브랜드 가치를 살리고자 우리 학교 KAIST 브랜드 위원회가 새롭게 발족했다. 김정관 홍보팀장은 “KAIST의 전반적 발전 수준에 비춰 저평가된 브랜드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위원회 설치가 필요하다”라고 설립 목적을 밝혔다. 위원회가 당면한 과제는 KAIST 브랜드 제고를 위한 중장기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현재 새로운 CI, 홍보전략 논의, 새로운 로고 등 아이디어 발굴을 시작하고 있다.
 
본지는 KAIST 브랜드 위원회와 공동으로 KAIST의 로고와 브랜드 가치에 대한 구성원의 인식 및 만족도를 조사하는 설문을 진행했다. KAIST 브랜드 위원회가 작성한 설문은 총 9개의 문항에 1점에서 9점 사이의 점수를 체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설문에는 학부생 287명, 대학원생 153명 총 540명의 학우가 응답했다.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알아본 학우들의 브랜드 인식은 대체로 ‘보통’ 혹은 ‘무난함보다 약간 좋음’으로 나타났다.
 
KAIST 로고에 대한 학우들의 인식은 매우 평이하다. ▲한국 과학기술 교육의 대표성 ▲진취성 및 미래 지향성 ▲로고 디자인의 통일성에서 학우들이 매긴 점수의 평균값은 각각 5.6점, 4.8점, 6.07점을 기록했다. 5점이 보통을 나타내고 1에서 9까지 간격으로 나뉘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로고에 대해 어느 정도는 긍정적으로 인식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KAIST 브랜드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이다. 학우들은 ‘KAIST 브랜드가 본인에게 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평균 5.81점을 매겼다. 대외적 활동에 주는 도움에 대해서도 평균 5.95점을 기록했다. 더하여, KAIST의 브랜드 가치에는 평균 6.22점, KAIST 브랜드의 슬로건 필요성에 대해서는 평균 6.24점이 매겨지며 보통보다 약간 더 높은 점수가 나왔다,
 
마지막으로, 우리 학교 브랜드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는 평균 5.77점으로 나타났다.
 
KAIST의 로고 변화 필요성을 알아보고자 1~3점을 ‘그렇지 않다’, 4~6점을 ‘보통이다’, 7~9점을 ‘그렇다’로 환산해 결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34%의 학우만이 KAIST 로고 디자인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나타냈다. ‘KAIST 로고 디자인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34%의 학우가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보통이다’라고 대답한 학우는 44%이었으며 ‘그렇지 않다’라고 대답한 학우는 22%였다.
 
KAIST 브랜드 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문사회과학과 전봉관 교수는 “설문 조사 결과에 따라 로고 변경까지 검토하고 있다”라고 공식적인 의견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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