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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인, 과학기술 정책을 이끌어라
[321호] 2009년 07월 22일 (수) 유근정 기자 anachronism_@kaist.ac.kr

경제적 위기를 겪으면서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보장하는 공무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공계 출신 공무원은 아직 소수지만 과학기술이 중요시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공직 진출을 위해서는, 법과 행정 관련 분야 공부에 관한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전문적 과학지식은 이공계 인만이 가진 공무원으로서의 이점이다. 이공계인의 공직 진출 필요성과 방법, 현황에 대해 알아보자

이공계 출신 공무원이 필요하다
 고도의 지식정보화 사회에 들어서 과학기술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요소 중 하나가 되었다. 최근의 DDoS 대란이나 북한 미사일 등의 이슈도 과학기술 분야에 뿌리를 둔 것으로, 정치, 외교, 사회 등의 정책 분야에서도 관리 및 행정 능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아지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지식과 과학적 사고방식 유무는 국가 이해관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KTX 사업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다. KTX사업 당시, 기존 열차보다 2배 이상 빠른 TGV(프랑스의 초고속열차)의 기술적 특성이나 산이 많은 한국적 지형을 고려하지 못하고 설계 수정을 거듭해 사업비가 애초의 3배로 늘어난 일이 있다. 또, 한ㆍ일 어업 실무협상에서 쌍끌이어선을 빠뜨리고, 복어 채낚기 어선의 안전 조업 문제도 보장받지 못한 일 도 문제를 지적할 지식과 경험을 가진 인재가 부족한 데서 발생한 일이다.
 우리 학교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범순 교수는“어느 특정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을 지닌 사람이 국가 기관에 일하면서 문제에 대해 보다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방법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우리나라 공직 사회의 이공계 인력 필요성에 대해 지적했다.

공직 진출의 정석, 행정고시 기술직
 어려운 경기의 여파로 공무원이 인기를 얻으면서, 많은 이공계 대학생도 고시에 뛰어들고 있다. 실제로 서울대 경력개발센터 조사에 따르면, 2006년 공대 미취업 졸업생 중 고시준비생이 30.6%를 차치했으며 2007년에는 53.6%로 절반을 넘겼다. 행정고시 기술직 시험은 이공
계 인력이 공직사회에 진출하는 등용문으로 여겨지는데, 기존의 기술고시가 2005년부터 행정고시와 통합되어 시행되고 있다. 기술고시를 준비중인 우리 학교의 한 학우는“안정적인 직업을 위해 공무원이 되고자 한다”라며 행정고시 기술직 시험을 준비하게된 계기를 설명했다.
 시험은 매년 1회 실시하며, 합격하면 5급 공무원으로 중앙공무원 교육원에서 4개월간의 교육을 받는다. 그 후 국토해양부, 재경원, 특허청,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처, 서울시청, 각 광역 시청, 농림수산부 등 정부 각 부처ㆍ청에 임용되는데, 주로 과학, 기술관련부처에 배치된다. 기술고시에 합격해 이들 부처에 근무하면서 과학 기술 관련 국가정책을 입안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이를 위해 기술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행정, 정책 등 사회과학적 지식까지 광범위한 식견이 요구된다.
 올해 행정고시 기술직은 64명 모집에 2,013명이 지원해 31.5대 1의 경쟁률을 보였으며 지난해에는 2,260명 중 65명이 합격해 약 3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과학기술인에서 공직으로 진출하기
 기술고시 외에도 박사학위나 기술사 자격증을 소지한 이공계 전공자 중 우수인력을 채용하는 특별채용시험이 있다. 특별채용은 행정고시 외에 공무원 채용경로를 다양화하기 위해 2004년 도입한 제도다. 합격자는 해마다 다양한 부서에 배치되며 작년은 행정안전부, 특허청 등에서 인원을 모집했다. 모집인원은 특허청 특별채용을 포함해 2006년 31명, 2007년 30명, 2008년에는 30명으로 행정고시 기술직보다 그 규모가 작다.
 행정고등고시(기술직)와 달리 필기시험 없이 서류전형(논문심사)과 면접시험을 통해 선발하며, 연령제한 없이 해당 분야 박사학위 또는 기술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응시할 수 있다. 또, 정무직 공무원인 국회의원이나 부처 장관은 이전의 공직 경력이나 시험에 관계없이 발탁 또는 당선되기도 한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삼성전자 대표 이사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자문위원을 거쳤다. 또한, 국회의원
서상기 의원은 포드자동차 선임연구원을 거쳐 한국 기계연구원장을 지낸 후 17, 18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바 있다.


정부의 이공계 인력 임용 정책
 정부의 이공계 공직 진출에 관한 정책을 살펴보면, 참여정부 당시‘이공계 전공자 공직 진출 확대 방안’이 마련된 바 있다. 2005년 시작한 5개년 계획이다. 신규 채용 때 절반 이상을 이공계 출신으로 뽑고 4급 이상 공무원에 대해 기술직과 행정직의 직급을 폐지해 이공계의 공직 진출을 장려하는 방안이다. 수치적인 결과에 집중해 질적인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는 평도 있지만, 참여정부 이전에 26%에 머물렀던 4급 이상 공무원 중 이공계와 기술직 비중은 3년 만에 30%를 넘어서는 등 공직에 진출한 이공계 인의 수가 많이 늘었다.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는, 과학기술부가 없어진데다 과학기술계가 요구해온 10% 이상의 비례대표 의원 배정도 실현되지 못하는 등 과학기술계에 어려움이 많았던만큼 이공계 임용에 관한 확대방안은 없었다.

아직 많이 부족한 이공계 공직자 수
 행정안전부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4급 이상 관리직 공무원 6,274명 중 기술직 이공계의 비율은 31.2%, 18대 국회의원 당선자 299명 가운데 이공계 대학 졸업자는 7%(21명)이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속한 국회의원 21명 가운데에서도 이공계 대학 출신자는 2명에 불과한 등 공직사회에 진출한 이공계 인력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부족한 인력만큼 앞으로 채워나가야 할 인원은 많다. 박범순 교수는 앞으로의 이공계 인력 수요에 대해“광우병 파동과 멜라민 파동과 같이 여러 가지 사회적 이슈에 과학기술이 등장하므로, 과
학적 전문성이 요구되는 정책의 수는 증가할 것이고, 이에 전문성을 갖춘 이공계 인력의 유입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라며“과학기술자에 대한 공직수요는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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