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 그리고 KAIST의 주인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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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 그리고 KAIST의 주인으로서
  • 카이스트신문
  • 승인 2013.04.08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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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석 카이스트 학부총학생회장

2012년 가을 즈음에, 고등학교 선생님으로부터의 전화를 받았다. 고등학교 영자신문에 졸업생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전하는 글을 보내달라는 말씀을 하셨다. 곧 기말고사 시험 기간이기도 했고, 일전의 선거로 인해 부족한 공부량을 따라잡기 벅찬 상황이어서 힘들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굉장히 명령적인 어조로 재차 요구하셨다.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바로 들었던 생각은, ‘내가 선생님의 명령을 들어야 하는 존재인가?’였고 동시에 굉장한 이질감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고등학교 시절에는 너무나도 빈번하고 당연했던 일상이었다. 일반고등학교를 다닌 나는 야간자율학습이란 명목으로 강제적으로 학교에 밤늦게까지 남아있었어야 했고, 나의 자기 결정권은 존중받지 못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다니며 나의 자기 결정권이 존중되는 삶을 살게 되었고, 이러한 환경의 변화로 고등학교 시절에는 너무나도 당연했던 일상이 대학생인 내게는 너무나도 강한 이질감으로 다가왔다.

이 일이 있고난 뒤에, 대학생으로서의 자기 결정권, 더 나아가서 자신이 포함된 사회에 대한 주체로서의 삶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2011년도 총학생회 중앙집행국 간부 시절, 전 서남표 총장의 혁신위 의결사항 이행을 촉구하는 플랜카드를 붙일 때 어느 직원이 오셔서 “학생이 공부나 할 것이지, 학교 일에 이렇게 참견하는 거 아니야! 얼마나 좋은 학교야.. 다른 대학 다니는 친구들 보면 부끄럽지도 않나?”라는 말이 겹쳐서 기억났다.

그 직원의 발언은 대학생을 대학 사회의 온전한 구성원, 자기 결정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전 서남표 총장의 철학이 투영되었다고 생각한다. 징벌적 등록금 제도를 도입할 때는 물론이고, 영어강의를 전면 시행할 때도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학생의 의견을 거의 반영하지 않았다. 학생을 대학 온전한 자기 결정의 주체와 대학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고, 따라서 KAIST 발전 비전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공유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6년 8개월이 지났다.

강성모 총장님이 지난 2월 27일, KAIST 신임 총장으로 취임하였고 내가 처음 받은 메일은 “학부 및 대학원 총학생회장을 만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어서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여 KAIST 핵심가치를 제정하고자 한다. 총학생회의 참여를 부탁드린다.” 라는 메일을 받게 되었다. 성급하게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강 총장은 학생을 학교의 온전한 구성원으로 인정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나아가서, 그동안의 구성원간 불통과 불화를 종식하고 구성원의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화합하여 발전하는 KAIST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들기도 했다.

학생들은 대학 사회의 온전한 구성원이며, 나 자신 그리고 내가 포함된 사회의 주인이다. 공식적으로 이를 인정받고, 구성원간의 존중과 화합을 바탕으로 발전 비전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핵심가치제정위원회”가 될 것이라 믿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 총학생회 산하 단체들은 물론이고 모든 학우들이 ‘KAIST의 주인으로서’ 관심을 갖고 노력하여 KAIST 발전의 큰 걸음을 내딛음과 동시에, KAIST 사회의 성숙을 이뤄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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