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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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정진훈 부편집장
  • 승인 2013.04.08 0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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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해킹 집단 어나니모스(Anony-mous)가 최근 도발의 수위를 높이고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북괴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어나니모스는 북괴의 대남 선전용 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하고 우리민족끼리에 가입한 회원 명단 일부를 유출했다. 투철한 애국정신으로 무장한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 회원들은 앞다퉈 명단을 이용해 종북세력을 색출해내기 시작했다. ‘그런 사이트에 가입한 적이 없는 것은 물론, 그 사이트에 대해서 처음 듣는 사람’도 명단에 포함되었지만, 그런 사소한 문제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리하여 당장에라도 우리나라에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종북세력을 뿌리 뽑을 것처럼 신상을 터는데, 뭔가 이상하다. 전 대통령, 보수정당 전 총재의 이메일 계정도 우리민족끼리에 가입되어있다. 아니, 이럴 수가. 이토록 종북세력이 대한민국 곳곳에 침투해있다니.
 
1950년 2월, 미 공화당 상원의원 매카시는 종이뭉치를 공중에 뿌리며 “여기 바로, 내 손에! 205명의 공산당원의 명단이 있습니다”라고 폭탄발언을 한다. 사방이 난리가 났다. 전미의 이목이 사상검증으로 쏠렸다. 정계는 물론이고 사회, 언론, 예술계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이 ‘빨갱이’로 의심받았다. 그 이후 미국의 외교정책은 경색된 반공 노선을 걸었고, 많은 지식인도 쉽게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다. 그러나 매카시는 결국 그가 말한 공산주의자가 누구인지 밝혀내지 못했다. 이때의 반공주의적 선동과 광풍을 매카시즘이라고 한다.
 
“전 대통령과 보수정당 전 총재는 종북인가”라는 질문이 과연 옳은 질문일까. 우리민족끼리에 가입한 사람은 종북세력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연구, 취재의 목적으로 가입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이 개인정보를 도용해 가입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베 회원들의 신상털이는 정말 국가 안보에 도움이 되는가.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만약 저 명단에 내 이름이, 혹은 당신의 이름이 있다면 어떨까. 당신은 당신이 종북이 아니라는 증거를 몇 가지나 댈 수 있는가.
 
까리용을 쓰는 동안 어나니모스는 추가 명단을 공개했다. 아무래도 어나니모스는 고작 선전 사이트에 불과한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한 것이 북한에 유의미한 공격이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비틀린 영웅심리와 국가주의, 매카시즘이 뒤섞인 오늘, 우리는 1950년대의 미국으로 시간여행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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