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의 출범이 자꾸만 늦춰진다. 하도 미뤄지다 보니 영영 오지 못하는 ‘미래’에 있을 부서가 되어버릴 느낌이다. 18일 생중계로 국정타결 국회 현장을 보면서 여러 의미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날 여야는 타결이 아닌 거래를 했다. 이들은 대의가 아니라 서로 원하는 것을 주고받은 형상이 되어 각 정당이 잇속 챙기는 데 급급하다는 이미지를 국민에게 심어주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야당이 방송을 제어, 관여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괜찮게 결론이 난 듯했다. 문제는 아직도 남아있으니.. 바로 새 정부 장관 내정자들의 계속되는 낙마와 사퇴다.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과 박근혜의 ‘불통스타일’이 만나 시너지를 낸 결과다. 대통령의 인사과정에서 했을 고민이나 신념이 비공개인 상태인 채 진행되었으니, 정부조직법 안보다 더 큰 산이 남은 것이다.

불통(不通)은 부정적인 뜻의 단어이지만 정계에서의 불통은 장단점이 있다. 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좁은 통(桶)에서 꺼냈을 땐 여러 사람의 지식을 빌려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지만, 시간이 오래 끌릴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꺼내지 않았을 때는 통 안에 있는 사람들의 사심만이 작용할 수 있고, 잡음이 없고 시간이 단축된다는 장점은 있다. 불통정치가 밀폐정치란 별명을 가지고 있는 이유도 같은 이유에서다. 사안이 생겼을 때 이를 통 안에서 논의할지 아닌지 결정하는 객관적 기준이 없어 구성원끼리 충돌이 생기곤 한다.

하지만 이번 낙마사태는 불통의 단점이 크게 드러난 예이다. 박근혜 정부는 불통인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 때부터 인사란이 없어 비교적 조용했다는 평이 있지만, 청와대 내부에서 제대로 된 검증시스템이 보장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더 시끄러운 인사란을 야기했다. 새로운 정부를 이끌어갈 장관 인사를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소규모 사회인 30여 명 남짓한 학보사를 운영하는데도 이 딜레마는 존재한다. 학생들이 이끌어가는 신문사는 동아리의 특성도 있기 때문에, 기자들의 업무효율 및 친목 도모를 위해 사내 행사를 많이 진행하게 된다. 아무리 작은 일이어도 “왜 말을 하지 않고 멋대로 진행했느냐”라는 원망을 동료에게 들을 때도 있고, 오히려 큰 사안인 거 같아서 의견을 물어보았을 때, 시원찮게 나에게 자율권을 일임하는 때도 있다. 동료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 혼자 진행했던 것이 전횡이 될 수 있는 것이고, 동료와 공유하려 했던 문제가 날 결단력 없는 편집장으로 만들 수 있다.

이때 결정하게 되는 문제가 도래할 때 나는 나에게 질문하는 것이다. "꺼낼 것이냐 말 것이냐" 앞으로 이런 성찰은 나나 박 대통령, 크든 작든 한 사회를 이끌어나갈 지휘자들이 끊임없이 회자하는 주제가 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 때 일어난 이 난리에서 교훈을 얻어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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