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책] 링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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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책] 링컨
  • 김동우 기자
  • 승인 2013.03.27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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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미술상 수상을 비롯해 12개 부문 노미네이션의 빛나는 영화 <링컨(Lincoln)>이 개봉했다. 진한 감동이나 카타르시스를 기대하고 감상한다면 큰 실망감만 남을 것이다. 대신 카메라를 따라 링컨의 주위를 공기처럼 맴돌며 잔잔하고 담백한 분위기를 경험할 뿐이다.

<링컨(Lincoln)>은 남북전쟁 당시 헌법 13조 수정안 통과를 위한 링컨의 분투를 그렸다. 이 수정안이 통과되면 노예제는 폐지되지만 남북전쟁은 심화된다. 이미 수십만의 사상자를 내고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전쟁에 국민들은 지쳤다. 노예제에 반대하는 북부의 국민들조차 수정안이 통과되면 남부가 항복해 종전할 수 있다고 믿어 찬성할 뿐, 급진적인 노예제 폐지에는 시큰둥하다. 심지어 노예제에 반대하는 공화당과 장관조차 링컨의 수정안 찬성을 만류하지만, 링컨의 신념은 완고하다. 상원을 통과하고 하원에서의 통과만 남은 헌법 13조 수정에는 다수당이었던 공화당이 전원 찬성한다고 하더라도 20표가 더 필요하다. 수정안에 반대하는 당의 분위기와 자신의 신념 사이에서 갈등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은 극적이다. 좀처럼 수정안 통과에 동의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공화당 의원들의 태도는 극적인 분위기를 한층 더 가중한다.

영화는 링컨의 주위를 조명하며 조용하고 사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어두컴컴한 방에 스며드는 한 줄기의 섬광 속에 서 있는 링컨의 모습이나 가격이 적힌 노예의 사진 등을 통해 링컨의 고뇌를 연출할 뿐이다. 자유와 종전 중에 링컨은 자유를 택했다. 그 결과 오늘날 모두가 평등한 민주주의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반대쪽 의견 역시 비난할 수만은 없다. 16살 된 소년들이 전쟁에 투입되고 수십만 명이 죽었으며 종전만이 모두의 관심사였다. 더구나 남부에서 평화 사절까지 온 상황에서 남부 연합을 더욱 자극하고 전쟁의 종결과는 반대되는 선택을 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누군가가 해야 했던 쉽지 않은 일이었기에, 링컨이 택한 자유라는 결정이 빛난다. 한편 전쟁과 수정안 통과 사이에 긴박한 상황임에도 느릿느릿 전개되는 스토리는 오히려 보는 이들을 초조하고 긴장하게 한다. 한편 느린 전개는 2시간 30 여분 동안 의원들의 설득이라는 비슷한 장면을 보여주며 지루하게 만들기도 한다. 또 느린 전개와는 대조적으로 결론 부의 갑작스러운 링컨의 죽음은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헌법 13조 수정안이 통과되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다. 긴박한 상황에서 무효가 될 뻔한 투표는 초조함을 가중한다. 최초로 자신의 국회에 참석하는 흑인들, 투표 결과를 지켜보는 현장의 기자들과 전장의 병사들, 관례를 깨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의장이 어우러져 담담하게 그려진 모습에 엄숙함과 긴장감은 절정에 달한다. 하지만 수정안이 통과된 기쁨이나 감동은 급진파 스티븐슨 의원이 집으로 돌아가 자신의 흑인 아내에게 헌법 수정안이 담긴 종이를 건네는 것으로 절제되어 표현될 뿐이다.

자유와 종전 사이에 갈등하는 모습이 아닌 링컨의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을 맞춰도 재미있을 듯하다. 군대에 가고자 하는 아들을 말리는 행위나 중요한 군사 지도를 태우는 등 아들의 짓궂은 장난도 용서하는 너그러운 링컨의 부성애는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한다. 링컨의 연설에서는 그의 자유에 대한 도덕적 신념을, 대화에서는 재치와 유머를 엿볼 수도 있다.

노예해방선언이 150년 지난 지금, 언론과 정계 인사들에 의해 재조명되는 링컨을 영화관에서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 20세기폭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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