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자존심, 베르디 탄생 20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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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자존심, 베르디 탄생 200주년
  • 선주호 기자
  • 승인 2013.03.27 0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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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베르디 탄생 200주년이다. 베르디는 바그너와 함께 당대를 풍미하던 이탈리아의 오페라 작곡가다. 베르디는 그의 86년 생애 동안 26편의 작품을 남겼다. 몇몇 작품은 희대의 오페라로 불리며, 긴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공연되고 있다. TV광고의 CM송도 베르디의 곡을 많이 사용한다.

오페라를 좋아하는 이는 베르디의 작품을 복습하는 기회로, 오페라가 생소한 이는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기회로 이번 200주년을 기념해보자.

 

어떤 이에게는 진부한 오페라, 또 다른 이에게는 감동의 오페라

17세기 등장한 초기 오페라의 주 소재는 신화와 고전이었다. 오페라 탄생 배경 자체가 신화를 연극으로 재현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뒤로는 문학작품이나 역사적인 사건들이 오페라의 소재가 되었다. 그래서 오페라의 3대 소재로 신화, 문학, 역사를 꼽는다. 소재 자체가 한정되어 있다 보니, 많은 오페라의 스토리가 겹친다. 한 예로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이야기를 들 수 있다. 이 유명한 그리스로마 신화는 수많은 오페라에서 나타난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오페라 <에우리디체>를 비롯해 몬테베드리의 <오르페오>, 오펜바흐의 <지옥의 오르페> 등 기록에 남아 있는 작품만 하더라도 40여 개에 이른다.

베르디 또한 많은 소재를 문학에서 따왔다. 1853년작 <일 트로바토레>의 원작은 스페인의 작가 구티에레스의 <엘 트로바도르>이며, 1887년작 <오텔로>는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오델로>를 각색해 만들었다.

오페라의 진정한 감상은 이미 알고 있는 스토리를 문학적, 음악적, 연극적으로 어떻게 풀어내는지 느끼는 것이다. 감상은 절대로 새로운 스토리를 접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오페라는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를 다룬다.

오페라를 보기 전에는 예습이 필요하다. 오페라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동양 문화권 사람들에게 생소할 수 있기 때문에 줄거리를 꼭 숙지해가길 권장한다. 만일 어떤 관객이 자막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면, 베르디의 멋지고 아름다운 음악을 즐길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무대나 배우의 연기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음악도 잘 듣지 못한다. 서양 문화권 사람들과 같은 수준의 재미와 감동을 누리기가 힘들다.

 

오페라의 기본 공식, 소프라노의 죽음

베르디의 오페라에서 극중 소프라노(여주인공)는 대게 죽는다. 1842년작 <나부코>에서 아비가일레는 독약을 마시고 죽고, 1851년작 <리골레토>에서 질다는 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한다. 이는 베르디의 작품뿐만 아닌 많은 오페라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이는 오페라에서 오랫동안 내려져온 일종의 정형화된 규칙이다. 객들이 착한 여인의 죽음을 통해 가장 큰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오페라 이야기 흐름을 살펴보면 이렇다. 테너(남주인공)가 소프라노에게 끈질기게 구애하면 소프라노가 못 이겨 테너를 받아들이고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하지만 테너는 이내 소프라노의 진심을 무시하거나 오해하고 그녀를 떠난다. 결국 소프라노는 죽음을 맞이한다.

베르디의 작품 중에서 여주인공이 가장 비극적으로 죽는 작품이 1853년작 <라 트라비아타>다. 비올레타는 파리의 사교계에서 유명한 여성으로 폐결핵이 깊어져 건강이 악화된다. 그녀를 사랑해온 알프레도는 파티에 나타나 비올레타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비올레타는 처음으로 찾아온 진실한 사랑에 마음이 설레면서도,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삶에 절망한다. 그녀는 알프레도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파리 외교에 살림을 차린다. 얼마 후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이 비올레타를 찾아와 헤어지기를 간곡히 청한다. 비올레타는 비통한 심정으로 알프레도를 떠나, 사교계로 돌아간다. 자신을 배신했다고 오해한 알프레도는 비올레타에게 사람들 앞에서 모욕을 준다. 낙심한 비올레타의 병은 깊어진다. 오해가 풀린 알프레도가 비올레타를 찾았으나, 비올레타는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서 숨을 거둔다.

▲ /송채환 기자

 ‘바리톤’이라는 보석을 발굴한 베르디

베르디는 바리톤을 오페라 전면에 배치했다. 베르디 이전에는 테너, 베이스, 바리톤 순으로 중요한 배역을 맡았다. 바리톤은 테너와 베이스 사이 음역대를 내는 파트다. 베르디의 오페라에서 바리톤은 극적인 연기와 감정을 뽐낸다. 고음과 저음을 모두 낼 수 있어 표현력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베르디의 오페라에서 바리톤은 주로 아버지 역할을 맡는다. 베르디 이전의 오페라는 남녀 사이의 사랑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베르디는 아버지를 등장시킴으로써 인물간의 갈등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아버지는 사랑의 방해꾼으로 등장한다. 소프라노가 목숨을 잃게 되는 데 아버지, 즉 바리톤의 영향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극중에 나쁜 짓을 일삼는 악역이 아닌, 사랑이 이루어지는 데 방해자 역할을 한다.

이러한 바리톤의 역할이 잘 드러나는 오페라가 베르디의 1851년작 <리골레토>다. <리골레토>의 테너곡 <여자의 마음>은 한 전자제품 회사의 CF에 이용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리골레토는 만토바의 곱추 광대다. 그는 만토바 공작의 호색적 성격을 부추겨 귀족의 딸을 농락하게 하며 쾌감을 얻는다. 하지만 숨겨놓고 곱게 기르던 자신의 딸 질다 마저 공작의 유혹에 넘어가자, 그는 분노해 자객을 시켜 공작을 죽이게 한다. 이 사실을 엿들은 질다는 사랑하는 공작을 살리기 위해 자객의 칼에 대신 뛰어든다. 리골레토는 자루에 든 공작의 시신을 강에 버리려다 그것이 자기 딸임을 알게 되고 절규한다. 리골레토는 격정의 드라마를 이끌어나가는 존재인 동시에 음악적으로도 가장 깊이 있고 에너지 넘치는 가창을 들려줘야 한다. 베르디는 바리톤에게 이 역할을 맡겨 리골레토를 훌륭히 표현시켰다.

이외에도 <라 트라비티아>의 제르몽, <아이다>의 아모나스로도 바리톤이다. 이들 역시 이야기를 이끄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사랑의 방해자 역할을 하며, 소프라노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

 

작품에 투영되는 사회비판

베르디 작품의 또다른 특징은 사회문제를 오페라에 투영시킨다는 점이다. 베르디는 초기에 독립정신을 구가한 작품을 작곡했다. 당시 이탈리아는 오스트리아와 프랑스의 압박 하에 있어 완전한 독립국이 아니었다. 이탈리아 독립 운동의 외침은 점차 높아졌고, 베르디는 그러한 반항적이고 개혁적인 내용을 오페라에 넣었다.

이 같은 내용 때문에 오페라 상영에 방해받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앞서 언급했던 <리골레토>다. <리골레토>는 단 하루만의 상연으로 금지 처분을 받았다. 곱추 광대가 왕의 암살을 계획했다는 전복적인 설정에 오스트리아 검열 당국이 상영을 허락치 않았다. 그래서 베르디는 작품 속 프랑스 궁정을 북이탈리아 만토바 궁정으로 바꿨다. 실재하지도 않는 공작을 비난하는 일에 대해서는 검열관도 별 말이 없었다. 제목도 <저주>에서 <리골레토>로 바꿨다.

후기에 베르디는 전체주의, 침략주의를 혐오해 반전 사상을 작품에 넣기도 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1871년작 <아이다>다. 베르디는 이집트의 침략으로 희생당하는 연인을 통해 반전 의지를 나타냈다.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간의 전쟁에서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가 승리한다. 이집트 왕은 라다메스에게 암네리스 공주와 결혼을 강요하지만 그는 아이다와 사랑에 빠진다. 아이다는 아버지로부터 이집트 군대의 기밀을 캐라는 말을 듣고 조국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한다. 결국 라다메스에게 이집트군대의 진로를 묻고 그는 군사기밀을 누설한다. 라다메스는 암네리스 공주에게 발각되어 투옥된다. 암네리스 공주는 아이다를 포기하면 살려주겠다고 하지만 라다메스는 이를 거절하고 토굴 속에 생매장된다. 그와 함께 죽으려고 미리 토굴 속에 있던 아이다를 만나고 둘은 죽게된다.

 

물론 베르디가 지나치게 상업적이라 비판하기도 받기도 한다. 그와 동시에 수백만명의 사람들은 베르디의 오페라에 환호성을 질렀다. 사람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는 것, 음악가에게 다른 무엇이 또 필요할까.

 

문화행사 소개 

올해가 베르디 탄생 200주년인 만큼, 전국 방방곳곳에서 기념공연이 여럿 열리고 있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대형 도시 유명 극장이 굵직한 공연들을 앞두고 있다. 베르디의 주옥같은 명작들을 감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좋은 기회이니 놓치지 말자. 하지만 오페라의 스토리를 미리 숙지해야, 베르디 오페라의 진정한 감동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베르디탄생 200주년 기념 오페라 아이다

기간 | 2013년 4월 25일 ~ 4월 28일
장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시간 | 평일 19:30, 토 19:30, 일 17:00
문의 | 02-399-1783~5

▲ 세종문화회관 제공

베르디탄생 200주년 오페라 갈라 콘서트

기간 | 2013년 5월 2일 ~ 5월 4일
장소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시간 | 평일 19:30, 토 17:00
문의 | 02-722-5822

▲ 예술의 전당 제공

베르디탄생 200주년 기념 갈라콘서트

기간 | 2013년 4월 12일
장소 |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시간 | 19:30  문의 | 051-1544-9373

▲ 부산문화회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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