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과 학우 절반은 1년 후 다른 학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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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학과 학우 절반은 1년 후 다른 학과 택했다
  • 김성중 기자
  • 승인 2013.03.26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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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1986년, 우리 학교의 전신인 한국과학기술대학(KIT, 이하 과기대)의 첫 입학식과 함께 출발한 무학과 제도는 올해로 별 탈 없는 28년째를 맞았다. 내년 학부가 신설되는 DGIST는 우리 학교를 본따 학사과정을 무학과 제도로 운영한다고 한다. 무학과 제도가 그간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현황 자료를 통해 짚어보았다.

12학번 김아무개 학우는 원래 물리학자를 꿈꾸던 촉망받는 과학도였다. 그는 고등학생 때 물리 경시대회에 출전하고, 대학 때 고급물리를 수강하는 등 물리학에 큰 관심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물리학자가 되리라는 주변의 기대와는 달리 전산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무학과 1년을 경험하며, 본인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았기 때문이다.


1986년, 국내 최초로 무학과 제도 시행

김 학우가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로 무학과 제도가 있었다. 무학과 제도는 우리 학교의 독특한 학사운영 제도로 신입생의 학과를 따로 정하지 않고 1년여간 기초, 실험 과목 등을 교육해 개인의 적성과 소질에 맞게 진로를 결정하게끔 하는 제도다. 학과 선택에는 아무런 장벽이 없어 무학과 학생들은 학과 정원, 성적 등과 관계없이 원하는 학과에 자유롭게 진학할 수 있다. 이러한 무학과 제도는 1986년 과기대 1회 입학식과 함께 국내에 처음 도입되었는데, 대한민국 무학과 1호가 바로 과기대 86학번인 셈이다.

<한국과학기술대학요람 86/87>에 따르면 무학과 제도의 목표는 교육과정 운영의 융통성과 자율성을 극대화해 창의적인 교육을 하는 데 있다. 학과의 엄격한 구분을 두지 않아 각 학부 간의 이동이 자유로우며, 전공필수과목은 최소화하고 선택과목을 최대화해 전공 설계에 큰 탄력성을 가지는 것이 무학과제의 특징이다. 개교 당시 최순달 과기대 초대 학장은 “능력에 따른 속진 교육과 적성에 맞는 전공분야 선택을 유도해 학생들이 졸업 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라고 무학과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무학과를 거치며 본인의 전공에 대해 숙고하고 적성을 찾는 것이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중요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절반은 입학할 때와는 다른 학과 택해

최근 4년간 학부 입학생의 대학지원 시 희망전공과 실제 신청전공 간의 관계를 추적한 결과, 절반가량의 학우들이 고교 시절 고려했던 전공과는 다른 전공을 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2009년도부터 2012년도까지 3,164명의 학적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입학 시 희망전공과 실제 신청전공이 일치하는 학우는 44.9%(1,420명), 일치하지 않는 학우는 48.1%(1,523명)이었다. 휴학, 전공 미신청 등을 이유로 신청 기간에 전공을 신청하지 못한 221명(7.0%)은 조사에서 제외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윤달수 입학홍보팀장은 “학생들이 입학 후 학교 선배나 개론 수업, 새내기 세미나 등을 경험하고, 보다 본인에게 맞는 전공을 택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무학과 학생으로 보내는 1년이 본인의 적성을 찾는 긍정적인 1년으로 작용한다는 의견이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산업공학에 관심이 있었지만, 입학 후 전기및전자공학과로 마음을 돌린 노태형 학우(전기및전자공학과 12)의 반응도 같은 맥락이다. 노 학우는 “바로 학과가 결정되는 타 대학에 진학했다면, 다른 분야를 접할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라며 “무학과 제도 덕분에 여러 학과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은 뒤 전공을 선택할 수 있어 좋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처럼 학우들은 무학과 1년이 본인의 적성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시기라는데 대체로 동의했다.

▲ 2009~2012년도 입학생의 입학지원시 희망전공과 실제 신청전공 간의 일치도/불일치도 비교 결과

특정 학과 쏠림 현상은 있지만, 학생 부족한 학과는 없어

무학과 학우들의 올해 봄학기 학과 진입 현황에서는 예년처럼 특정 학과에 대한 쏠림 현상이 나타났지만, 학부 과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만큼 학생이 부족한 학과는 없었다. 전공신청자는 전기및전자공학과가 116명으로 가장 많았고, 기계공학전공(91명), 생명화학공학과(90명), 수리과학과(84명), 화학과(70명), 생명과학과(59명), 전산학과(58명) 등이 뒤를 이었다. 그밖에는 산업및시스템공학과(42명), 산업디자인학과(32명), 신소재공학과(26명), 바이오및뇌공학과(23명), 건설및환경공학과(21명), 항공우주공학전공(18명), 원자력및양자공학과(17명) 순이었다.

이러한 올해 학과 신청 현황에 대해 최성안 학적팀장은 “학생들의 선호가 높아 지원자가 몰리는 학과는 있지만, 신입생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학과는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각 학과 규모가 매년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학과마다 그에 맞는 생존력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학과마다 다년간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학부를 운영하는 것이 정착되었다는 평가다.

 

▲ 무학과 학생들의 2013년 봄학기 학과 진입 현황

 

무학과, 만능은 아니야

한편, 무학과 제도가 이미 학과 선택을 굳힌 신입생에게는 다소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영찬 학우(기계공학전공 12)는 “가고 싶은 학과가 결정되었는데도 필요하지 않은 과목을 들어야하는 경우도 있고, 전공이 2,3,4학년에 집중되어 고학년으로 갈수록 학업이 어려워지는 것 같다”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윤 입학홍보팀장도 “아무래도 (전공이 결정된 채 입학하는 경우보다) 무학과 신입생에 대한 학과, 교수 차원의 관심이 다소 적을 수 있다”라며 “조금 아쉬운 점이다”라고 말했다. 그밖에도 필요 이상으로 많은 기초필수/선택 과목이 자유로운 전공 설계를 방해한다는 비판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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