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교수팀]합성 조절 RNA가 mRNA와 결합해 리보솜의 단백질 합성 과정 방해… 특정 경로를 억제해 원하는 단백질 대량 생산 가능

 우리 학교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 교수팀이 대장균의 플라스미드를 이용해 단백질 생산 회로를 억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이용하면 세포 공장을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네이처>의 자매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온라인 판에 1월 20일 자로 게재되었다.

 
한쪽 경로를 억제해야 다른 경로를 활성화 시킬 수 있어
바이오산업의 핵심 기술 중 하나는 세포 내 유전자를 조작하는 세포 공장 기술이다. 세포 공장 기술은 세포 안의 효소 및 유전자의 발현을 활성화하거나 억제해 원하는 화합물을 대량으로 얻는 기술이다. 
세포 내에는 세포가 살아가기 위해 단백질을 만드는 여러 가지 복잡한 회로가 있다. 그 중 특정 단백질을 대량으로 얻기 위해서는 해당 회로를 더 활성화시키면 된다. 단백질 합성 경로는 여러 단계로 복잡하게 이루어져 있다. 한 단계에서 동시에 다른 단계로 가기도 하고 여러 단계가 한 단계로 가기도 하는 등 한 가지 단백질을 생성하는 경로는 다른 여러 경로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한 경로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른 회로를 억제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세포 공장 기술에서는 다른 회로를 억제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기존에는 다른 회로를 억제할 때 해당 DNA의 염기서열을 한 개 한 개 직접 조작했다. 이는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 한 유전자를 바꾸는 데에 2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 교수팀은 합성 조절 RNA를 이용해 세포 공장 과정을 효율적으로 개선했다.
 
mRNA의 번역을 막는 조절 RNA
세포 안에는 유전물질인 DNA가 있고, DNA에는 단백질에 대한 정보를 저장한 염기 서열이 있다. A(adenine), T(thymine), G(guan-ine), C(cytosine) 4종류의 염기로 이루어진 DNA는 전사과정을 통해 mRNA를 만든다. A와 T, G와 C가 상보적으로 결합할 수 있으므로, mRNA는 DNA와 상보적인 염기서열을 가지고 있다. mRNA에 리보솜이 붙어 mRNA를 따라가면서 염기서열을 번역해 단백질을 생성한다. 조절 RNA는 mRNA에 비해 짧은 길이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mRNA에 상보적인 염기 서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mRNA에 붙을 수 있다. 조절 RNA가 mRNA에 붙으면 리보솜이 mRNA에 붙지 못해 단백질을 만들 수 없다.
기존 연구에서는 이를 이용해 단백질 경로를 억제하려는 시도가 진행되었다. 외부에서 RNA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세포에 넣어주는 방법이다. 그러나 특정 요인이 특정 균주에만 반응을 일으키는 균주 특이성 때문에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정상적으로 단백질이 생성되고 있는 모습(좌), 합성 조절 RNA로 인해 단백질 합성 회로가 억제된 모습(우) /송채환 기자
플라스미드로 세포 내부 단백질 합성 억제
이 교수팀은 균주 특이성이 없는 대장균의 플라스미드를 이용해 특정 단백질의 정보가 담긴 mRNA의 활성화를 억제했다. 플라스미드는 균 내부에 있는 독자적으로 증식할 수 있는 DNA다. 세포 생존에 필수적인 염색체가 아니므로 플라스미드의 유전자를 인공적으로 재조합해서 다시 넣어도 세포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이 교수팀은 억제하고자 하는 mRNA와 상보적인 염기 서열을 가지고 있는 조절 RNA를 만들도록 플라스미드의 유전자를 조작했다. 이 플라스미드를 대장균 안에 넣으면, 대장균 안의 효소가 플라스미드를 읽어 합성 조절 RNA를 만든다. 이 합성 조절 RNA는 억제하고자 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mRNA에 결합한다. 대장균 내 단백질을 합성하는 DNA의 염기서열은 모두 알려졌으므로 이 방법을 사용하면 원하는 단백질 경로를 억제할 수 있다.
 
염기서열을 바꾼 플라스미드를 대장균에 넣으면 1~2주 안에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 교수팀은 이를 이용해 치료 보조 물질 타이로신과 나일론 원료 카다베린을 생산했다. 카다베린의 수율은 55%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번 연구 논문의 제 2 저자 유승민 박사는 “이 기술을 이용하면 대장균을 통해 어떤 화합물도 만들 수 있다”라며 합성 조절 RNA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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