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소재 불분명, 혼란 가중
총체적 소통 부재 드러나
대체 일정 개발 필요성

 

▲ 술 없는 새터가 진행됨에 따라 새내기들이 아침 프로그램에 높은 출석률을 보였다 /한연승 기자

 

지난달 26일부터 2박 3일간 우리 학교 신입생 새내기 새로배움터(이하 새터)가 열렸다. 이번 새터는 바람직한 새터 문화 정착을 위해 ‘술 없는 새터’를 표방했지만, 연일 잡음이 끊이질 않는 등 큰 아쉬움을 남기고 끝이 났다.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 첫걸음부터 ‘삐걱’

학교 본부는 올해 4월 시행을 앞둔 캠퍼스 내 금주 법안과 계속해서 학부모 및 학우들이 제기하는 민원의 결과로 건전한 음주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작년 한 학우가 청와대 신문고에 우리 학교에 미성년자가 상당수임에도 음주를 허용한다며 학교와 학부총학생회(이하 총학), 반대표자협의회(이하 반대협)를 고발했다. ‘술 없는 새터’에 대한 논의는 새터가 시작하기 불과 3주 전인 지난달 13일에 공론화 되었다. 이 결과로 학교 측은 이번 새터부터 음주 문화를 개선하기로 했고, 총학, 반대협 대표 등을 불러 논의를 진행했다. 이때 회의에서는 별다른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학교 측은 술 없는 새터를 전제로 징계와 같은 강경한 대응 등을 논했다. 하지만 총학은 “학생사회 내에서 공론화되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많이 모으고 최대한 많이 대화가 오간 뒤에 결론을 내야 소통이고, 소통을 통해 제도가 올바르게 지속될 수 있다”라고 강력한 수위의 제재에 반발해 학교 측의 의견과 대립각을 유지했다. 총학이 올인원에서 한걸음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이전의 논의가 전혀 전달되지 않아서였다. 이윤석 총학회장은 “당시 중운위원이었는데 일언반구도 들은 적이 없었고 인수인계 단계에서도 들은 적이 없었다”라며 “학생회 내 회의록 등 그런 명시적인 자료로 남아있지도 않았다”라고 전했다. 김도한 전 총학회장 역시 학교본부와 학생회 간에 만나서 결정한 것이라 이 총학회장에 전해지지 않았음을 시인했다. 뒤이어 열린 중운위에서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선배단이 지는 등 책임의 주체에 대한 논의와 술 없는 새터를 권고사항으로 남겨뒀을 뿐이었다.

기획단 내에서도 선배단에 전달한 강제성의 수위도 달랐다. 애당초 반대협의 선배단 교육에서 음주에 대한 지시가 일관되지 않아 학우들은 신입생 음주 금지 ‘권고’와 ‘의무’사이에서 신입생들은 혼란을 겪었다.

지난달 16일 이루어진 새터 선배단 1차 교육에서 한 반대협 집행부원은 “술 없는 새터지만 창의관 밖으로 나가는 것을 심하게 통제하지는 않으니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라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새터 선배단 1차 교육에서 강남규 반대협 부의장은 음주를 학교본부와 반대협에서 강하게 저지할 것이고 새터 선배단에서도 이에 협조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김승연 반대협 의장은 “그 당시에는 아직 음주로 인한 사고 발생의 책임이 새터 선배단으로 한다는 점이 결정된 바가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지난달 13일 회의에서 “선배단에 음주를 하지 않도록 교육을 확실히 시킬 것이다”라던 반대협의 강 부의장의 확신과는 달리 새터 선배단이었던 한승석 학우(신소재공학과 12)는 “별 의미 없는 교육이었다”라고 혹평했다.

 

”징계하겠다” 엄포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은 새터 첫날부터 새내기의 음주를 방지하고자 노력했다. 학생지원팀에서는 학부모로부터 실시간 항의를 받는다며 새내기와 선배단을 따로 불러 경고했다. 반대협 역시 선배단 교육 때 술 없는 새터에 대한 다짐을 받고 새내기에게 관련 내용을 선서하도록 했다. 학생지원팀에서는 새터 첫날 동아리 공연이 끝난 뒤 새내기와 선배단을 각각 불러 음주를 하면 징계나 법적 조치, 이후 새터 일정의 취소까지 가능하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또한, 앞서 선배단에게도 “미성년자 자녀를 가진 학부모의 부탁이니 술을 마시지 말아달라”라고 전달했다. “술을 마시면 징계를 내리겠다”라고 강한 제재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에 대해 한 학우는 왜 술을 마시면 안 되는지 이유를 물으며 항의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선배단에게 “지금 캠퍼스 폴리스가 순찰을 돌고 있으니 술을 마시러 나간 반은 돌아와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자메세지가 기획단으로부터 전달되었다. 이러한 정황에 대해 선배단으로 참여한 노민석 학우(생명과학과 12)는 “중운위에서 이미 결정된 사항인데 학부모들의 항의에 밀려 학교 측이 직접 학생들에게 협박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첫날 몇몇 새터반이 술을 마시러 나가자 학교 측은 다음날 새터 폐지에 관해 반대협, 총학 등과 회의를 추진하는 등 단호한 조처를 했다. 이날 회의에서 이영훈 학생지원본부장은 ‘무조건 술이 없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을 강조하며 자신의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총학과 동연 등은 ‘술 없는 새터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져야한다’라며 학교 측의 단호한 태도에 맞섰다. 결국 적절한 방안을 내지 못하고 마무리 되었다.

첫날 학우들을 대상으로 한 강경한 발언에도 학교가 실질적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는 것이 이 본부장의 견해다. 이 본부장은 “학교가 무슨 권한으로 학생들에게 신입생인지 아닌지 알아 벌을 줄 수 있겠느냐”라며 “징계도 합당한 이유가 있을 때야 가능한 법이다”라고 난색을 표했다. 이어 금주하는 방법으로는 ‘사고가 났을 시에는’을 생략하고 발언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시인했다. 경찰을 대동해 미성년자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것도 결국은 술을 판 업주가 문제가 되는 것이라 어렵다고 전했다. 또 술을 먹인 것 자체로는 징계의 사유가 될 수 없어 말뿐인 협박이라는 것이다.

 

술 없는 새터, ‘첫날’ 지나자 작년과 다를 바 없어

첫째 날의 적극적인 예방 조치는 둘째 날부터 새터 기획단 몇 명만이 지키는 등 완화되었다. 새터 첫째 날 밤에는 5개가 넘는 반이, 둘째 날 밤에는 예년과 다름없는 수의 반이 학교 인근에서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급작스레 준비된 이번 새터는 술을 대체할 프로그램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기획단 측에서는 보드게임, 야식 제공 등을 시도했으나 첫날부터 몇몇 반이 술을 마시러 나가는 등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새터에 참여한 류상우 학우(무학과 13)는 “술을 대체할 어떤 콘텐츠도 없으면서 무작정 술 없는 새터를 하라고 하는 것은 상대방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생각한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 총학회장은 “바람직한 음주문화 정착의 일환에서 술 없는 새터가 참신한 시도가 될 수는 있지만 이를 대체할 콘텐츠가 부진한 상황에서 강압적인 금주와 새터 취소라는 독단적 조치는 굉장한 무리수이다”라고 토로했다.일정이 끝나고 이동한 창의관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고, 전적으로 선배단의 기량에 의해 반의 분위기가 좌우되는 경향이 컸다. 더불어 예년의 경우 낮 시간대에 새내기들 간에 게임을 하며 친해지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계속된 일정들로 낮에도 친목을 도모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한편, 술 없는 새터를 반기는 의견도 있었다. 정다연 학우(무학과 13)는 “새터의 목적은 새내기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음주를 하지 않아 더 편하게 친구들과 대화하며 교류를 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총학은 ARA에 상황 보고를 올리고 의견 수렴에 나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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