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9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 외 10인이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한 이후 ‘포괄적 차별금지법’(이하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란이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정계, 종교계, 시민사회 등 영역을 불문하고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놓고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7월 12일 학부 총학생회(이하 총학) 제11차 중앙운영위원회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대학가·청년 공동행동’에 총학의 이름으로 참여하는 안을 가결한 이후로 우리 학교에서도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차별금지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하지만 뜨거운 논란과는 별개로 차별금지법에 대해 자세히 아느냐고 물으면 선뜻 그렇다고 답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본지는 한국 사회의 논란의 중심에 선 차별금지법의 내용과 쟁점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는 취지에서 본 기획을 마련했다. 지난 호(482호)에서는 차별금지법의 역사와 내용을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다면, 이번 호(483호)에서는 본격적으로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둘러싼 논란에 한 걸음 다가가 본다. ‘진정한 평등을 바라며 나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전국연합’(이하 진평연) 및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이하 다움)과의 인터뷰를 통해 차별금지법의 각 쟁점에 대한 각 진영의 입장을 들어봤다.

 

차별금지법과 종교·표현의 자유

    차별금지법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차별금지법이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느냐는 것이다. 진평연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차별금지법은 사회의 모든 영역을 규율해서 편향적 인권관에 맞게 변화시키려는 의도가 있는바,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사적 영역의 자율성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진평연은 “동성 성행위나 외국인·난민 유입, 사이비 종교나 주체사상 등에 대해 비판하면 차별에 해당해 제재받게 되고, 이행강제금이나 징벌적 민사소송의 위협에 놓이는 만큼 자유민주사회의 핵심인 표현의 자유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종교계에서는 개신교계를 중심으로 종교의 자유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는 지난 7월 9일 국회에서 연 ‘차별금지법 규탄 및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해당 법안은 ‘동성애가 죄’라는 내용을 교회에서 설교하면 처벌하게 돼 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한편 다움 한성진 사무국장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운동을 펼치는 일부 개신교계의 주장은 주로 교리에 근거한다”면서 “교리가 사회적 문제에 참여하는 개인의 동기는 될 수 있어도 세속주의 국가인 대한민국 사회가 움직이는 원칙을 정하는 논거는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차별금지법이 개인의 표현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차별금지법이 적용되는 영역은 상기 4가지 공적 영역에 한한다”며 “일상의 대화와 교회 내 설교·예배·전도 등 신앙 행위, 길거리 연설 등은 적용 대상이 아니며, 개인의 표현이 차별금지법으로 규율되는 경우는 직장, 학교 내의 괴롭힘이나 다수에게 영향을 미치는 광고 행위 등에 국한된다”고 설명했다. 한 사무국장은 “종교와 관련해 차별금지법이 관여하는 행위는 직무와 무관하게 특정 신앙을 채용조건으로 하거나 직장 내에서 개종을 강요하는 행위 등”이라며 “차별금지법은 오히려 개인의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주장했다.

    한 사무국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차별금지법이 종교와 신앙을 적용 영역으로 두지 않는다고 하여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차별이 정당화된다고 보지는 않는다”고도 언급했다. 다만, “규제보다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사회 전반의 평등의식을 높이고 시민사회의 역량을 키워 혐오가 퍼지는 기반을 제거하는 데에 차별금지법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진평연은 “교리를 위반한 종교단체의 교역자나 직원을 교회법에 따라 권징하거나, 신학교에서 동성애자를 퇴학시키거나 성직 임명을 불허할 경우 차별금지영역에 해당하여 법에 저촉된다”며 차별금지법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차별금지사유로서의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차별금지법에 언급된 23가지 차별금지사유 중 가장 논란이 되는 항목은 성별,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이다. 지난 6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일부 의원이 성적 지향을 제외한 차별금지법 발의를 검토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성적 지향이란 개인의 성적 끌림이 향하는 방향성으로, 이성애, 동성애, 범성애, 무성애 등을 포함한다. 성별 정체성이란 각 개인이 깊이 느끼는 내적이고 개인적인 젠더의 경험이다. 태어나면서 의사나 국가 등에 의해 지정된 성과 일치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경우 불일치하는 사람을 트랜스젠더라고 칭한다.

    차별금지법 반대 진영은 차별금지법이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차별금지사유로 명시한 것과 성별을 ‘여성, 남성, 그 외에 분류할 수 없는 성’으로 정의한 것을 문제 삼는다. 진평연은 “제3의 성은 대법원 판례와 어긋나고, 동성 간 성행위는 보건상 위해가 높다”며 “법안에서 이를 장려하고 그에 대한 비판·거절을 차별로 보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진평연은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종래 입법, 사법, 행정부에 속하지 않는 별도의 차별시정기구였던 바, 성적 지향을 차별금지사유로 인권위법에 도입한 후 적극적 동성애·성전환 옹호 기관으로 기능해왔다”며 “2018년 인권위의 퀴어문화축제 부스 참여, 헌법재판소에 군형법 제92조의6에 대한 위헌 의견 제출, 국회에 성별변경 특별법 제정 권고, 지자체에 학생인권조례 입법 지원 등 많은 갈등을 일으켜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안이 통과되면 동성결혼이 법제화되거나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쟁점에 대해 일방적이고 편향적인 인권관을 학교에서 인권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전파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진평연 관계자는 영국, 스웨덴 등 다른 국가의 사례를 들며 “일방적 젠더 교육으로 10대들의 성전환 비율이 증가하고, HIV 감염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 한국의 재정 부담 증가가 우려된다”고도 했다.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전환치료가 금지되어 성소수자를 양산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내놓았다. 이에 대해 한 사무국장은 “성소수자는 비성소수자를 표준으로 삼는 사회와 미디어에 노출되고 교육을 받아왔음에도 자신을 성소수자로 자각하고 인정했다”며 “이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방법은 없다”고 반박했다. 포괄적 성교육과 젠더 교육 도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타조가 포식자와 마주칠 때 머리만 땅에 박는다고 안전해지지는 않는다”며 “공교육에서 특정 정보를 차단하면 청소년이 성에 노출되지 않아 안전해진다는 것은 헛된 희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히려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잘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한 교육정책”이라고 덧붙였다. 한 사무국장은 “그저 성소수자로 태어나도, 비성소수자로 태어나도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차별금지법이 그런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또한, 진평연은 “차별금지법은 성별 정체성을 차별금지사유로 보아 트랜스젠더를 보편적으로 수용한다”며 “외부적 수술이 없는 트랜스젠더가 화장실 등 성별 이용시설을 이용하게 함으로써 여성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제대로 된 논거가 제시된 적이 없다”며 일축했다. 한 사무국장은 “여성의 재생산권과 몸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낙태죄 폐지를 지지한다면, 같은 관점에서 트랜스젠더의 재생산권과 몸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트랜스젠더의 성별 정체성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성소수자 인권과 여성 인권을 두부 자르듯 반으로 나눌 수 없고, 둘 중 하나의 진전은 다른 하나의 진전으로 이어지며 서로를 견인한다는 것이 인권운동 역사의 교훈”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필요성

    우리나라에는 이미 특정 범주의 사람을 차별하지 못하게 하는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 양성평등기본법과 남녀고용평등법,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등이 그 예시이다. 한 사무국장은 그럼에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다루지 못하는 복합차별과 차별영역을 포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사무국장은 “한 가지 사유에 대한 차별금지법만으로는 개인의 복합적인 차별 경험을 온전히 다루지 못한다”며 “차별을 폭넓게 정의하고 복합적일 수밖에 없는 차별 사유를 정의함으로써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차별을 구체적으로 인지하는 데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기능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한편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외한 개별적 차별금지법은 고용 영역만을 규율하고 있다”며 “교육과 재화 용역 등 공적 영역 전반의 차별을 다루기 위해서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진평연은 지난 5월 발표한 성명문에서 “현행 법률 가운데 성별, 장애, 연령 등 ‘불가항력적 사유’를 차별금지사유로 하는 개별적 차별금지법은 이미 약 20개나 있다”며 “그럼에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는 것은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이라는 모호한 용어로 동성애를 정당화하고, 이것을 반대하는 사람을 억압하는 ‘동성애 독재법’을 만드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진평연은 “불가항력적 사유로 인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금지를 강화하기 위해 현행 개별적 차별금지법을 개정하거나 추가로 제정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건강한 가정을 해체하고 윤리 도덕을 붕괴시키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끝까지 저지하겠다”고 했다.

 

차별금지법 제정 이후의 한국 사회를 논하다

    한 사무국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이후 장애를 이유로 한 인권위 진정 사건이 증가한 것을 근거로 “차별금지법 제정 이후 차별에 노출된 당사자들이 자신과 주변에 어떤 차별이 가해지는지 인식하고 대응할 힘을 기르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차별 당사자뿐 아니라 주변 시민 모두가 무엇이 차별이고 평등한 사회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인식하게 됨으로써 차별에 개입하고 평등한 관계를 실천하는 사회 전체의 평등역량이 향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모든 사람이 존엄하고 평등하며 국가가 이를 실현할 책무를 지닌다는 헌법 정신을 차별금지법을 통해 다시 씀으로써 정부의 구체적인 행동을 끌어낼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한 사무국장은 “차별금지법으로 사회의 모든 혐오와 차별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할 순 없다”며 “차별금지법은 혐오표현방지법이 아닐뿐더러, 적용되는 영역이 한정되어 있어 일상의 혐오를 막기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물건을 사고 서비스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을 때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동등한 시민 공동체로 이루어진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그 의의를 전했다.

    진평연은 자유와 평등을 상호 충돌하는 기본권으로 설명하며,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면 다른 기본권은 위축되게 마련”이라고 했다. “폭력이나 협박은 범죄로 금지되며, 특정인을 모욕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은 형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으나, 정책이나 행위에 대한 비판은 도덕적 가치 수호와 민주적 사회 구현을 위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 사회 전반에 평등 절대적 인권관이 퍼지고, 비판을 차별 및 혐오 표현으로 제재하는 것에 뜻있는 분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어 사회가 자유와 평등 모두의 가치가 살아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한 사무국장은 현재 논란이 되는 서울대학교 인권헌장과 2017년부터 제정을 시도해온 KAIST 인권가이드라인을 언급하며 “대학이라는 소사회가 구성원이 평등하게 교육받고 생활하며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선언으로서 차별금지법과 같은 맥락에 놓여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우리 주변에도 끊임없이 구성원의 평등을 말하는 동료들이 있다”며 “그들이 단지 그들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공존을 말하고 있음을 이해해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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