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2일, ‘포괄적 차별금지법(이하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대학가·청년 공동행동’이 제33대 학부 총학생회 <FLEX>(이하 총학)에 차별금지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에 단체 명의로 서명할 것을 요청해왔다. 이에 제11차 중앙운영위원회는 지난 7월 12일 해당 연서명 요청을 두고 논의하였고, 논의 끝에 재석 인원 19명 중 찬성 15명, 반대 1명, 기권 3명으로 해당 성명에 총학의 이름으로 참여하는 안을 가결했다. 한편, 그 무렵 대학교 커뮤니티 서비스 <에브리타임>에서는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놓고 학우들 사이에 토론이 이어졌다. 모든 사람을 차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법안 제정에 찬성한다는 학우가 있는가 하면, 악용 가능성을 제기하며 반대하는 학우도 있었고, 차별금지법에 대해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해 법안의 내용에 궁금증을 표하는 학우도 있었다.

    최근 한국 사회 전반에서 ‘차별금지법’이 뜨거운 감자다. 정계, 종교계, 시민사회 등 영역을 불문하고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둘러싼 다양한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차별금지법은 무슨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을까? 어떤 취지에서 만들어진 법이며, 또 차별금지법이 한국 사회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차별금지법 제정은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까? 본지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이하 다움), ‘진정한 평등을 바라며 나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전국연합’(이하 진평연)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움은 지난 1월 창립한 성소수자 인권 증진을 위한 청년 활동가 단체로, 국회의 차별금지법 통과를 가속시킬 사회 분위기를 형성하고,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에 대한 사회 전반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자 힘쓰고 있다. 진평연은 지난 총선 이후 나타난 국회의 차별금지법 상정 움직임에 대항하여 종교계 인사 및 500여 개의 시민단체가 모인 연합체로, 지난 7월 출범하였다. 차별금지법 반대 온라인 서명, 관련 포스터 및 현수막 배포, ‘차별금지법 바로알기 아카데미’ 운영 등 차별금지법 제정 저지를 위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본 기획은 이번 호(482호)다음 호(483호) 두 차례에 걸쳐 실릴 예정이다. 이번 호에서는 우선 차별금지법의 개략적인 역사와 함께, 지난 6월 발의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의 차별금지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본다.

 

장혜영 의원의 차별금지법안이 있기까지

    한국 사회에서 차별금지법이 처음으로 언급된 건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차별금지법 입법 검토를 선언하면서이다. 이후 김 전 대통령은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법을 제정했고, 이 법에 근거하여 그해 11월 인권위가 출범한다. 하지만 인권위법은 인권위의 업무 역할 등을 다룬 조직법이었기에, 인권 침해 대응 및 차별 해소를 위한 실체법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2007년 10월 법무부에서 인권위의 권고안을 수정한 차별금지법 입법을 예고한다. 첫 차별금지법 제정 시도였지만, 과정은 결코 순탄치 못했다. 법안은 의회선교연합 등 보수 기독교계의 반대에 부딪혔고, 결국 법무부는 성적 지향, 학력,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병력, 출신 국가 등 7개 차별금지 사유를 삭제한 채로 법안을 다시 상정한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계류하다가 2008년 5월 17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 자동 폐기된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움직임은 국회에서도 꾸준히 있었다. 17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외 10인이 발의한 이후로 18대와 19대 국회에서도 각각 두 안과 세 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19대 국회 민주통합당 김한길 의원과 최원식 의원은 유권자들의 집단 항의에 결국 법안을 자진 철회했고, 나머지 법안들도 상임위를 계류하다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는 차별금지법 발의가 이뤄지지 않은 한편,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면서 지난 6월 29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 외 10인이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했고, 다음날에는 인권위가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시안을 공개하며 국회에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차별금지법이 말하는 차별은

    장 의원의 차별금지법안은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제1장 총칙은 차별금지사유와 차별금지영역, 차별의 개념, 차별의 예외를 설명한다. 차별금지법은 ▲기존 인권위법에 명시된 차별 사유 19가지 ▲언어 ▲국적 ▲성별 정체성 ▲고용형태의 총 23가지를 차별금지사유의 예시로 들고 있다. 차별금지영역에는 ▲고용 ▲재화·용역·시설 등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 ▲행정서비스 등의 제공이나 이용의 네 가지가 해당한다. 다움 한성진 사무국장은 “차별금지법이 개개인 일상의 모든 행위를 제재할 것이라 흔히 오해하지만, 차별금지법의 적용 범위는 사회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상기 네 공적 영역에만 해당한다”며 “평등한 사회에 동등한 시민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차별의 개념은 차별금지법에서 규정하는 차별이 무엇인지 설명한다. ▲직접차별 ▲간접차별 ▲괴롭힘 ▲성희롱 ▲차별표시조장광고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직접차별이란 특정 개인 혹은 집단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분리, 구별, 제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로, 편의점 아르바이트 채용에 특정 출신을 뽑지 않는 등이 해당한다. 간접차별이란 외견상 중립적인 기준을 적용하였으나 이에 따라 특정 집단에 불리한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로, 업무상 영어가 필요하지 않은 분야에 중증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같은 영어점수를 요구하는 등이 해당한다. 괴롭힘은 적대적이고 모욕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등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로, 학교나 직장, 공공시설 등 차별금지영역에서 일어난 괴롭힘은 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에 해당한다. 차별표시조장광고행위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불리한 대우를 표시하거나 조장하는 광고 행위를 가리킨다. 진평연은 괴롭힘과 차별표시조장광고행위를 금지하는 해당 조항에 대해 “규제 대상이 광범위하다”며 “사인 간의 영역에 평등권을 전면적으로 적용케 하여 사적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장 의원의 차별금지법안은 두 가지 이상의 차별 사유가 함께 작용하여 앞의 차별 유형이 발생한 ▲복합차별도 함께 규정하고 있다. 한 사무국장은 “많은 차별은 하나의 사유로만 구성되지 않는다”며 “복합차별은 개인이 겪는 복합적이고 교차적인 차별 경험을 법으로 해석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차별의 시정, 예방, 구제

    장 의원의 차별금지법안 제2장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차별시정 의무를 다룬다. 제3장은 차별금지 및 예방조치를 차별금지영역 각각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고용에서는 모집채용, 해고, 승진배치, 직장 괴롭힘 등, 교육에서는 교육 기회 및 내용, 학교 활동, 교육기관의 편의 제공 의무, 학내 괴롭힘 등으로, 영역마다 경우를 세분화하여 차별의 영역을 구체화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4장은 차별의 구제를 다루고 있다. 인권위 진정을 통해 인권위가 시정권고 혹은 시정명령을 내리는 데에 있어 기존 인권위법보다 강제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인권위가 피해자를 위해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에 법률구조를 요청하거나 소송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근거조항도 마련했다. 법원 민사소송에서 법원은 판결 전까지 해당 차별행위의 중지를 명령하는 임시조치를 내릴 수 있고, 판결을 통해 적극적 조치나 징벌적 손해배상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이 형사 처벌의 대상은 아니지만, 차별금지법에서 규정하는 차별을 당해 구제를 요청하거나 소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추가 불이익 조치를 하는 경우에 한해 형사 처벌도 가능하다.

    한 사무국장은 “기존 인권위법에서는 진정을 통해 강제력이 낮은 시정권고만이 가능했다면, 차별금지법은 확장된 차별의 개념을 통해 피해자 구제 방안을 구체적으로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진평연은 “차별행위가 악의적인 경우 손해액의 2~5배를 배상금으로 지급하도록 하고, 인권위의 이행강제금 부과를 규정하였으며, 진정서를 제출한 자에 대한 불이익 처우 시의 형사처벌을 규정하는 등 처벌 조항이 과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별행위에 대한 입증 책임을 피해자가 아닌 상대방에게 부여했다”며 “해당 법안이 인권위를 권력기구화하고 표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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