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및뇌공학과 정기훈 교수팀]렌즈의 굴절률 조절하면 반사율 낮출 수 있어… 은의 웨팅 현상과 산소플라즈마로 곡면에도 나노패터닝 적용

 우리 학교 바이오및뇌공학과 정기훈 교수 연구팀이 곤충의 눈을 모사해 빛 반사율을 낮춘 미세렌즈 양산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세계적인 물리학회지 <어플라이드 피직스 레터스(Applied Physics Letters)> 11월 호에 표지논문으로 선정되었다.

 
마이크로 렌즈 반사율 때문에 집광 효율 떨어져
 
DSLR, 휴대전화 카메라 등 다양한 카메라 렌즈 뒤에는 이미지 센서가 있다. 이미지 센서는 필름 카메라의 필름 같은 역할을 하는 소형 칩으로,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 에너지를 디지털 신호로 전환하는 기능을 한다. 이미지 센서는 1.5μm   정도의 작은 픽셀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픽셀 위에는 픽셀로 들어오는 빛을 모아 빛의 세기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 초소형 마이크로 렌즈가 부착되어있다. 그런데 빛이 마이크로 렌즈를 전부 통과하지 않고 일부가 반사되면 빛을 한 곳에 모으는 집광률이 떨어져 문제가 된다. 이 때문에 마이크로 렌즈의 반사율을 낮추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렌즈의 반사율을 낮추는 데 효율적인 나노 패터닝
 
마이크로 렌즈의 반사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렌즈 위에 굴절률이 물보다 낮은 고체를 한 겹 코팅해주거나, 굴절률이 조금 높은 고체를 여러 겹 코팅해주면 된다. 그런데 코팅 재료가 흔치 않고 가격이 비싸서 최근에는 나노 패터닝을 이용한 기술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곤충의 눈은 작은 눈이 무수히 많이 겹쳐져 있는 겹눈이다. 이 겹눈에서 작은 눈 하나의 표면을 살펴보면 나노 크기의 돌기들이 나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나노 패터닝 기술은 이 같은 곤충의 눈을 모사해 다른 물질을 코팅하지 않고 렌즈 자체를 나노 돌기 모양으로 깎는 기술이다. 렌즈 표면의 굴절률은 나노 돌기의 밀도가 높을수록 원래 물질의 굴절률에 가까워지고, 낮을수록 공기의 굴절률에 가까워진다. 따라서 밀도를 조절하면 렌즈 표면의 굴절률을 원래 물질의 굴절률보다 낮출 수 있다. 그러나 곡면 렌즈의 경우, 공정 과정에서 면에 맞추어 깎는 것이 힘들어서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없었다.
 
은과 산소플라즈마를 사용하면 곡면에도 나노 패터닝 가능해
 
정 교수팀은 은을 이용해 곡면에도 나노 패터닝 기술을 적용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평면에만 사용했던 기존의 기술보다 더 곤충의 실제 눈에 가까운 모사 기법인 셈이다. 먼저 곡면의 고분자 렌즈 위에 8~25nm의 얇은 은 박막을 증착한다. 그리고 200℃ 정도의 온도로 가열하면 은이 녹아 표면장력에 의해 섬처럼 서로 떨어져 둥글게 맺히는 웨팅(wetting) 현상이 일어난다. 본래 은의 녹는점은 약 1,000℃ 이지만 나노 단위의 얇은 막은 200℃ 정도에서도 녹기 때문에 이 같은 공정이 가능하다. 그 후 산소플라즈마를 이용해 은으로 덮이지 않은 부분의 고분자를 깎아낸다. 산소플라즈마는 반응성이 매우 좋지만 은과는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은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만 깎여 나노 돌기를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돌기 위를 덮고 있던 은을 녹이면 나노 돌기를 가지고 있는 고분자를 만들 수 있다. 정 교수팀은 이 기술을 이용해 만든 마이크로 렌즈의 반사율이 기존 10%에서 1% 이하로 급격히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 곡면렌즈의 나노패터닝 기술 적용 과정/정기훈 교수 제공(a) 수십 나노미터 두께의 은 박막 증착 (b) 웨팅 현상에 의해 은 나노입자 형성 (c) 산소플라즈마를 이용한 렌즈 식각 (d) 은 나노입자 제거 /정기훈 교수 제공
 
이번 연구는 다른 재료를 코팅하는 것이 아니라 렌즈를 깎는 것이므로 기존 렌즈 식각 기술만 가지고 무반사 미세렌즈를 양산할 수 있다. 또한 다른 무반사 미세렌즈 코팅 기술보다 값이 저렴해 바로 상용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 교수는 “무반사 구조를 곡면이 있는 마이크로 렌즈 위에 만든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바로 사용 가능한 공정이기 때문에 실용화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연구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내와 미국에 특허 출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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